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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습격에도 물밖으로...새우떼 '죽음의 행진' 비밀 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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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의 강가에서 물 밖으로 나온 새우들이 거미의 습격을 받고 있다. 사진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의 강가에서 물 밖으로 나온 새우들이 거미의 습격을 받고 있다. 사진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거센 물살을 뚫고 물 밖으로 나온 새우들. 바위를 타고 어딘가로 빠르게 달려갑니다.

[애니띵]태국 새우떼 행진의 비밀

거미의 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진을 이어가는데요. 이 새우들이 이렇게 집단으로 물 밖에서 행진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기마다 물 밖에서 행진하는 새우떼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의 강가에서 새우떼가 물 밖으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의 강가에서 새우떼가 물 밖으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매년 우기가 되면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의 강가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는데요. 해가 진 뒤에 새우떼가 물 밖으로 나와서 바위 위를 행진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거센 물살 옆을 거슬러 이동하는 새우들, 보기만 해도 위험해 보이는데요. 이 새우 행렬은 야간에 이뤄지는데 보통 20m 정도를 이동한다고 합니다. 일부 개체의 경우 10분 이상 물 밖을 걷는 경우도 있고요.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에 설치된 새우떼 행진 조형물. 사진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에 설치된 새우떼 행진 조형물. 사진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워낙 신기한 광경에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새우 동상이 세워지는가 하면, 새우 모자를 쓴 사람들이 춤을 추는 축제도 열립니다.

“거센 물살…생존을 위해 집단 이동”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의 강가에서 새우떼가 물 밖으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의 강가에서 새우떼가 물 밖으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그런데 왜 민물에 사는 새우가 굳이 물 밖으로 나와 행진을 하는 걸까요? 최근 국제 학술지 ‘동물학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그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이 DNA를 분석한 결과 이 새우들은 민물새우인 징거미새우과에 속하는 종(Macrobrachiumdienbienphuense)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새우는 주로 물에 사는데 더 좋은 서식처를 찾으러 상류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우기에는 강물이 불어나고 물살도 세지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집단 이동한다는 뜻이죠.

연구를 진행한 와차라퐁 홍잠라실릅(미 UCLA 생태진화생물학 박사과정)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20년 전부터 새우떼 행진에 대해 들었지만 그동안 어떤 종인지조차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3년 간의 조사를 거쳐 새우떼 행진 이유 등을 밝혀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의 강가에서 새우떼가 물 밖으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타니 지역의 강가에서 새우떼가 물 밖으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특이한 건 물 밖에서 행진하는 새우들이 대부분 어린 개체라는 건데요. 몸집이 큰 어른 새우는 거센 물살을 견딜 수 있어서 개구리와 뱀, 거미같이 천적들이 득실거리는 위험한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하네요.

또 아가미가 수분을 유지하고 산소를 계속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물방울이 튀기는 곳에서만 이동한다고 합니다.

집단 이주 가장 큰 위협은 인간

호주 크리스마스섬에서 홍게 로드킬을 막기 위해 바퀴에 방패막이를 설치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크리스마스섬에서 홍게 로드킬을 막기 위해 바퀴에 방패막이를 설치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동물들의 집단 이주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는데요. 호주 크리스마스섬에서도 해마다 우기가 되면 5000만 마리에 이르는 홍게들이 번식을 위해 숲에서 해변으로 한꺼번에 이동합니다.

이런 이주 동물들에게 천적보다 더 큰 위협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홍게의 대이동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자동차에 깔려 죽는 개체들이 많다고 합니다. 홍게 로드킬을 피하기 위해 바퀴 앞에 일종의 방패막이를 설치하는 차량까지 나타났습니다.

태국에서도 새우떼 행진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새우 개체 수가 점점 줄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새우들이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 생태계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이 어떻게 작용하고 우리의 활동이 동물들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와차라퐁 홍잠라실릅(미 UCLA 생태진화생물학 박사과정)

생존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행진하는 어린 새우들을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요?

천권필 기자, 장민순 리서처 feeling@joongang.co.kr
영상=왕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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