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동안 130억 벌었다···스타 능가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중앙일보

입력 2020.11.29 11:00

업데이트 2020.11.29 11:06

인스타그램 포스팅 한 번에 1000만원.
버추얼 인플루언서, 즉 온라인 상에만 존재하는 가상 인간의 이야기다. 최근 미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로 인간의 외부활동은 위축됐지만, 대신 가상 세계 인간들은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며 "패션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단가는 약 8500달러(한화 939만원)"라고 보도했다. 2019년 릴 미켈라를 개발해 세상에 선보인 미국 AI 스타트업 '브러드'가 벌어들인 수익은 무려 1170만 달러(약 130억원)에 달한다. 현실 세계의 스타 인플루언서를 능가하는 수익 규모다.

구찌 로고 티셔츠를 입은 가상 인간 '릴 미켈라'.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289만 명이다. 포스팅 한 개에 받는 마케팅 비용만 1000만원에 달한다. 사진 인스타그램

구찌 로고 티셔츠를 입은 가상 인간 '릴 미켈라'.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289만 명이다. 포스팅 한 개에 받는 마케팅 비용만 1000만원에 달한다. 사진 인스타그램

지난 8월엔 이케아가 일본 도쿄에 매장을 내면서 버추얼 인플루언서 '이마(IMMA)'를 모델로 기용해 화제가 됐다. 이케아는 분홍색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인 이마가 하라주쿠에 위치한 이케아 전시장에서 3일 동안 먹고 자며 요가와 청소를 하는 등의 일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하라주쿠 매장에선 이 영상을 대형 화면에 틀어 가상 모델이 이케아 가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줬다. 이마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3만명. 한 해에 벌어들이는 돈만 7억원이 넘는다.

가상 인간 '이마'가 이케아 가구로 꾸며진 방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이케아의 일본 도쿄 매장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다. 사진 인스타그램

가상 인간 '이마'가 이케아 가구로 꾸며진 방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이케아의 일본 도쿄 매장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다. 사진 인스타그램

최근 가상 인간을 활용한 광고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구찌·프라다 등 일부 패션 브랜드가 Z세대를 공략하는 디지털 마케팅의 하나로 이들을 이용한 광고를 만들어 내더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10월 관련 기사를 통해 "브랜드가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 가상 인간에게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은 2019년 80억 달러(약 8조8400억원)에서 2022년 150억 달러(약 16조6000억원)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가상 인간의 활동과 인기는 국내에서도 감지된다. 이달 17일 SM엔터테인먼트가 6년 만에 선보인 걸그룹 '에스파'는 한국·일본·중국인 4명의 멤버와 이들을 똑 닮은 가상의 아바타 ‘아이(AE)’ 4명으로 구성됐다. 데뷔 전부터 현실의 멤버와 가상의 아이가 서로 소통하며 교류한다는 설정으로 주목받았고, 실제로 데뷔하자마자 '빌보드 글로벌 100'(미국 제외)에 데뷔곡 '블랙 맘바'가 진입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10대들 사이에선 가상 소통 공간인 '제페토'가 인기를 끈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 코퍼레이션이 개발 운영하는 아바타 제작 앱이다. 내 얼굴을 바탕으로 3D 아바타를 만드는데,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외모를 꾸미고 또 가상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도 할 수 있어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블랙핑크·방탄소년단 등 아이돌들의 아바타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 중 하나다. 2018년 론칭해 2년 만에 세계 1억3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앱으로 성장했고, 빅히트·YG·JYP 등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들이 올해 10~11월 총 17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멤버와 가상 인간이 함께 소통하는 컨셉트의 걸그룹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실제 멤버와 가상 인간이 함께 소통하는 컨셉트의 걸그룹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아바타 제작 앱 '제페토' 속 블랙핑크. 사진 제페토

아바타 제작 앱 '제페토' 속 블랙핑크. 사진 제페토

이처럼 가상 인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홍보마케팅 활동이 필요한 소비재 브랜드에게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제 사람은 집에 묶여 있는 반면, 가상 인간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또 인간을 쏙 닮았으면서도 더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 수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가상 인간은 기술만 있으면 원하는 장소, 원하는 장면을 모두 연출할 수 있고 현실의 연예인처럼 이미지가 나빠질 만한 위험 요소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 버추얼 인플루언서 개발회사 '버추얼휴먼.org'의 창립자 크리스토퍼 트래버스 역시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가짜지만 실질적인 비즈니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간보다 작업 비용이 저렴하고, 100% 제어 가능하며, 한 번에 여러 곳에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코 늙거나 죽지 않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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