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 돼지도 겨울 바이러스에 떤다…다시오는 조류독감·돼지열병

중앙일보

입력 2020.11.28 09:00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된 경기 용인시 청미천 일대에 용인시가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용인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된 경기 용인시 청미천 일대에 용인시가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용인시

25일 경기 용인시 청미천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됐다. 지난달 21일 올해 첫 AI가 발견된 이후 일곱번째 고병원성 확진이자, 이 지역에서만 두 번째 확진이다.

바이러스가 동물들을 위협하고 있다. 27일까지 국내에서 확진된 야생조류의 AI는 총 20건, 그 중 고병원성은 7건이다. 충남 천안 2건, 경기 용인 2건, 경기 이천 2건, 제주 1건이다. 현재 AI에 대해 전염병 위기경보 '주의' 단계가 내려져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병원성 AI에 대해 위험주의보를 추가 발령했다.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한 달 일찍 온 AI, 12월까지 철새 더 들어오는데…

지난해 12월 부산 을숙도 철새도래지에 먹이주기 활동을 하자 몰려든 고니와 청둥오리. 모두 AI에 취약한 오리류 철새들이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12월 부산 을숙도 철새도래지에 먹이주기 활동을 하자 몰려든 고니와 청둥오리. 모두 AI에 취약한 오리류 철새들이다. 송봉근 기자

AI는 지난 2년간 국내 발생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빨리 왔다. 앞서 2016년엔 11월 11일, 2017년엔 11월 20일에 첫 AI 확진 사례가 나왔었다. 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은 “2018년 초 이후 2년 반만에 처음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것”이라며 “올해는 검출 시기도 이른데다가 해외에서도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많아, 올해는 야생조류에서 AI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AI가 퍼지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12일 "현재 전 세계 111개국에서 AI 감염이 진행 중이고, 그 중 아시아 44곳, 유럽 46곳"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AI가 퍼지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12일 "현재 전 세계 111개국에서 AI 감염이 진행 중이고, 그 중 아시아 44곳, 유럽 46곳"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는 10월부터 오기 시작해 12월 절정에 이른다. 올해 전국 철새도래지에 10월 57만 마리, 11월에 94만마리가 도래했고 12월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AI에 취약한 오리, 기러기, 고니 등 오리과 조류는 10월 42만 9651마리, 11월 66만 9219마리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철새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12월까지 철새도래지 등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상황. 전 세계 111개국에서 전염이 진행 중이다. 아시아 44곳, 유럽 48곳, 아프리카 18곳, 오세아니아 3곳이다. 자료 OIE

2020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상황. 전 세계 111개국에서 전염이 진행 중이다. 아시아 44곳, 유럽 48곳, 아프리카 18곳, 오세아니아 3곳이다. 자료 OIE

멧돼지 바이러스도 1년째 활개 중

11월 25일까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진 멧돼지 폐사체 발견 현황. 자료 환경부

11월 25일까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진 멧돼지 폐사체 발견 현황. 자료 환경부

지난해 10월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1년 넘게 계속 번지고 있다. 위기경보단계 '심각' 단계다. 환경부는 지난 25일까지 총 812건이 확진됐다며 "춘천~인제간 광역울타리 등을 집중점검하고 포획덫, 포획틀 등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환경부는 점점 더 방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겨울은 멧돼지의 번식철로, 멧돼지끼리 접촉이 늘면서 ASF의 확산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10월 18건, 11월 15건, 12월 22건에 그쳤으나 2020년 1월 83건, 2월 143건, 3월 189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올해는 10월 22건, 11월(25일까지) 36건으로 지난해보다 이미 다소 많다.

올해 ASF 대응의 관건은 설악산 유입 차단이다. 지난해 DMZ에 인접한 지역 위주로 발생하던 ASF는 올해 들어 강원도 산간지역으로 옮겨갔다.

환경부 관계자는 “설악산 야생동물에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산세가 험해 폐사체 수거, 이동차단, 수렵 모두 여의치 않아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 며 "감염 멧돼지가 설악산으로 들어가지 않게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서 수렵을 늘리면서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총 소리에 놀란 멧돼지가 예상치 못한 경로로 달아나면서 오히려 확산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25일 "총기보다 포획틀 등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확진 후 한달 뒤면 농가로 퍼지던데…"

AI와 ASF 모두 확률은 낮지만 인수공통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사육농가로 번질 경우 접촉 가축을 모두 살처분해야 해 농가에 타격이 큰 바이러스들이다.

현장의 농가들과 전문가들은 야생의 AI가 늘어나면 사육농가로 퍼질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올 겨울을 걱정한다. 한국양계협회 김동진 국장은 “야생조류에서 처음 발견된 뒤 한 달쯤 뒤면 양계농가로 퍼지는 게 수순”이라며 “2년동안 발생이 없었으니 올해는 올 때가 됐다고 짐작은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시작돼서 전국의 닭‧오리농가들이 긴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오리-산란계-육계 순으로 AI에 타격 

AI가 발생하면 오리농가의 타격이 가장 크다. 프리랜서 김성태

AI가 발생하면 오리농가의 타격이 가장 크다. 프리랜서 김성태

AI가 농가로 퍼질 경우 오리-산란계-육계 순으로 취약하다. 천안시 김종형 축산과장은 "오리는 감염된 지 한 달 뒤에야 사료 섭취가 줄고 쓰러지는 등 증상이 나타난다. 한 달간 다른 오리들을 감염시키고 다니는 것"이라며 "그래서 오리농가가 가장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산란계의 사육 환경이 조금 더 온도가 낮고, 농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료차, 알 운반차, 약품차 등 왕래가 많아 전파 확률이 그만큼 높다"며 "육계 농가는 많이 줄지 않았는데, 산란계 농가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당시 충남 한 양계농장에서 소독 작업을 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2017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당시 충남 한 양계농장에서 소독 작업을 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오리‧닭을 사육하는데다 이미 2건의 고병원성 야생조류 확진이 발생한 천안 지역은 현재 양계농가 391곳에서 410만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오리는 농가 30곳에서 20만마리를 키운다. 천안시는 고병원성 AI 확진 후 이동제한기간에 밀집 사육 농가를 매일 찾아가 간이키트로 분변 샘플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전국에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했을 때 대구시 동구 한 농장 진입로를 막고 검사 및 방역을 하고 있는 가축위생방역본부 관계자들. 동물 바이러스 방역 작업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작업과 같이 전신을 최대한 감싸는 방역복을 입고 진행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2017년 전국에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했을 때 대구시 동구 한 농장 진입로를 막고 검사 및 방역을 하고 있는 가축위생방역본부 관계자들. 동물 바이러스 방역 작업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작업과 같이 전신을 최대한 감싸는 방역복을 입고 진행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환경부와 지자체는 야생조류가 해외에서 옮겨오는 바이러스가 가금농장으로 들어가지 않게 철새도래지~사람·차량~농장 사이 고리를 끊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인근 예찰을 강화하고, 탐방객 방문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지자체에서도 농가 출입차량 소독, 사육농가 동물 상태 모니터링 등 AI 확산에 대비한 감시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경기도, 새끼돼지 1900마리 재입식 시작

반면 돼지농가는 ASF에 다소 적응한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9일 이후 사육농가 내 ASF 발생이 1년 넘게 없어, 경기도는 새로 돼지를 들이는 재입식 작업을 시작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살처분으로 문을 닫은 247농가 중 재입식 의사가 있고, 방역 시설 등 기준을 충족한 연천 14농가 1900여마리 재입식을 우선 시작한다"며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준석 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야생에서 동물들이나 맹금류(새)가 멧돼지 폐사체를 뜯어먹는데, 이들이 퍼뜨리는 바이러스를 통제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더 중요한 건 농가로 침투하는 길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람이나 설비 외에, 오히려 축사 내를 들락거리는 작은 야생동물이 복병일 수 있다. 채 교수는 "지금 축사는 틈이 많고 거의 열린 축사도 많은데, 비용이 좀 들더라도 작은 야생동물이 드나들 틈을 없앤 시설로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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