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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사람도 맞아야하나, 안전한가···코로나 백신 10문10답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는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를 넘는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는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를 넘는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이르면 다음달 1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 3상 시험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 승인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내년 이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보급이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백신과 관련한 자주 묻는 질문(FAQ)을 정리해봤다.

향후 일정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 승인(EUA: 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0일 미 식품의약국(FDA)의 백신·생물의약품 자문위원회(VRBPAC)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신청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 승인을 심사한다. FDA 승인이 떨어지면, 24시간 안에 백신이 배포된다. 이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접종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고위험군에 한정된 초기 물량의 접종을 진행하라고 권고할 예정이다. 미 정부는 2020년 말까지 약 2000만명에게 필요한 양의 백신을 화이자와 모더나가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긴급 사용 승인은 뭔가.

긴급사용 승인은 2004년부터 FDA가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 도입한 절차다. 의약품과 백신을 더 낮은 근거 수준으로 더 빠르게 승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FDA는 몇백 가지의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치료방법 등을 승인하는 데에 이 권한을 사용했다. 미국 역사상 FDA가 이전에 의약품이 아닌 백신에 EUA를 내준 사례는 미국 내 탄저병(anthrax)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탄저 백신을 미군 관계자에 승인한 한 건에 불과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투약될 백신이 간단한 절차를 거치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미국에서만 26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자 이런 목소리는 수그러든 상황이다.

누가 먼저 맞나. 

다음 달 미국 당국의 긴급 사용 승인이 유력한 백신들의 연내 생산량은 약 4000만회 분으로 한정돼 있는데, 이는 약 2000만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선 접종 대상자와 관련한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나라마다 조금씩 기준은 다르다.

코로나19 백신 국가별 접종 우선 그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백신 국가별 접종 우선 그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의 경우 4개의 우선순위 접종 그룹을 정했다. 의료 종사자, 교육이나 식품 산업의 필수 산업 종사자, 기저 질환자, 65세 이상의 고령층 등이다. 영국의 경우, 나이를 우선 고려한다. 요양원 거주 노인과 요양원 근로자를 시작으로 80세 이상 노인, 75세 이상, 70세 이상, 65세 이상 등으로 나눠 나이가 많을수록 우선 접종된다. 한편 한국 정부는 전문가 그룹과 회의를 통해 우선 접종 대상자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백신의 제형이나 양,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은 어떻게 작용하나

화이자와 모더나 모두 유전물질인 mRNA(메신저 리보핵산)라는 신기술을 사용하는 첫 백신이 될 전망이다. 약해지거나 죽은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전통적 백신 제조 방식과는 다르다.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 반응을 얻는 방식도 아니다. 대신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 일부분을 초미세 지질 세포에 주입해 투약한다. 백신은 세포들이 표면에 돌출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한다. 그러면 우리 몸은 이를 항원으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포드대와 함께 개발한 백신은 침팬지에서 발견된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를 약화해 활용한다는 점에서 두 백신과 다르다. 이 바이러스에 코로나바이러스를 주입해 투약하면 우리 몸은 자연적으로 면역체계를 형성한다.

안전성 문제는 없나

지금까지 보고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부작용은 고열과 근육통, 오한, 두통 등이 대부분이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FDA는 백신 투약 후에도 엄격하게 안전 점검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 결과를 놓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데이터를 공개했던 방식에서의 오류와 일련의 이상, 누락 등이 (임상 시험) 결과의 신뢰성을 약화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시험 과정에서의 ‘투약 실수’로 효능이 올라갔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모든 참가자에게 1회분 전체를 투약할 생각이었지만, 측정 오류로 인해 절반만 투약하게 되면서 면역 효과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효능이 90%에 달한다는 투여 방법을 55세 이상 고령층에는 시험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 이 같은 사실을 아스트라제네카가 직접 밝힌 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총괄하는 몬세프 슬로위에 의해 공개된 점도 논란이 됐다.

백신은 어떻게 운반되나

내달 시작될 백신 접종을 앞두고 미국 전역에서는 ‘백신 수송 작전’이 진행 중이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에서 보관해야 최대 6개월까지 효과가 유지된다. 미국 화물회사 UPS는 화이자의 백신을 저온에서 운반하기 위해 자체로 드라이아이스 생산을 시작했고 영하 80℃까지 백신을 냉각할 수 있는 초저온 냉동고를 주문했다. 다른 화물 업체인 페덱스와 DHL도 드라이아이스와 초저온 냉동고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CDC가 곧 초저온 보관이 필요 없는 백신이 나오는 만큼 초저온 냉동고를 사지 말라고 일선 의료 시설에 권고했지만 일부 병원은 이미 냉동고를 찾아 나섰다”고 보도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2~8도 상온에서도 6개월간 보관·운반·취급이 가능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해당 백신의 효능에 의문이 생긴 만큼, FDA 승인을 먼저 통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미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초고속 개발이 가능했던 배경은. 

이전까지 최단기간에 사용 허가를 얻은 백신은 볼거리 백신으로, 개발 기간에 4년이 걸렸다. 보통 백신 제조에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모더나와 화이자가 백신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건 mRNA 방식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백신을 제조하기 위해 달걀에 원료 성분을 배양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mRNA 백신은 이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또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 과학자들은 온라인으로 공유된 견본을 통해 바이러스성 게놈과 관련한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경우는. 

백신 임상시험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백신이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면역을 지속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만큼의 데이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CDC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사람마다 효과가 좋은 백신이 있나. 

전문가들은 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축적돼야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FDA의 백신 승인 이후 CDC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에 맞는 백신이 접종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약사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또 다른 백신의 개발 상황은.  

3종 백신 외에도 25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면역 효과를 95%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스푸트니크 V는 이미 러시아 당국의 사용 승인까지 받은 상태다. 이날 중국 국영제약사 시노팜도 자회사 중국국립생명공학그룹(CNBG)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승인해달라고 중국 규제당국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CNBG 백신이 공식 승인되면 중국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당국의 승인을 얻어 백신을 일반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스푸트니크 V 백신의 경우, 임상 최종단계인 3상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8월 11일 당국의 승인을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았다. CNBG 백신도 임상시험 결과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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