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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카셰어링 10년, 흔들리는 양강 구도

중앙일보

입력

쏘카, 모빌리티 플랫폼에선 카카오모빌리티와 정면충돌 불가피

박재욱 쏘카 대표(오른쪽)와 윤경림 현대차 부사장이 지난 7월 30일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모습. / 사진:쏘카

박재욱 쏘카 대표(오른쪽)와 윤경림 현대차 부사장이 지난 7월 30일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모습. / 사진:쏘카

카셰어링이 한국에 등장한지 10년차를 맞는 가운데 양강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 1위 쏘카와 2위 그린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

쏘카·그린카 간격 커져… ‘양적 성장’이 ‘내실 다지기’ 이겼나

2011년 국내 첫 서비스를 시작한 그린카와 뒤를 이은 쏘카의 출현 이후 그간 수많은 회사들이 공유경제 바람을 타고 카셰어링 서비스에 도전장을 냈지만 고사했고, 결국 양강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다만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모빌리티 업계에 관심을 갖는 벤처 투자자들은 10년차를 맞는 카셰어링 산업이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양적 성장에 기반해 모빌리티 전반으로 사업확장에 나선 쏘카가 투자유치를 통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 반열에 올라선 반면 그린카는 매출 성장세가 더딘 것에서 출발한 전망이다.

엇갈린 두 회사의 전략, 기업가치 갈랐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의 투 탑인 쏘카와 그린카는 모두 2011년 사업을 시작했는데, 후발주자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일찌감치 양강 구도를 구축했다. 시장 성장성을 보고 뒤늦게 진출한 회사가 많았지만 대부분이 고사했다. 코레일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의 유카, AJ렌터카가 인수한 링커블의 네이비, LG CNS 자회사인 에버온의 씨티카 등 자본력을 갖춘 회사들도 쏘카와 그린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카셰어링 비즈니스를 접었다.

살아남은 두 회사의 초기 전략은 동일했다. ‘투자 유치를 통한 양적성장’이다. 2013년 롯데렌탈(당시 KT렌탈)에 인수된 그린카는 자본력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고, 2014~2015년 베인캐피탈과 SK로부터 8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쏘카는 ‘무한한 양적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2015년을 전후해 두 회사의 경영방식은 극명하게 갈렸다. 쏘카가 계속해서 양적성장에 나선 반면 그린카는 ‘내실 다지기’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경영성과는 뚜렷하게 차이나기 시작했다.

차량 대수에서 1위이던 그린카는 2015년을 기점으로 쏘카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11년 제주도에서 차량 100대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업계 1위 쏘카는 지속적으로 보유 차량을 늘렸다. 올해 기준 약 1만2000대의 차를 확보한 상태다. 쏘카의 차량거점인 쏘카존은 같은 기간 40곳에서 4000곳으로 늘었고, 회원수는 현재 630만명에 달한다. 쏘카 관계자는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5명 중 1명은 쏘카 회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그린카는 질적 성장에 집중했다. 투자 유치보다는 차량관리 역량을 높이고 차량에 후방카메라 등 옵션을 확대 적용해 사고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결과는 2016년 카셰어링 업계 ‘첫 흑자’로 돌아왔다. 2016년 쏘카가 차량유지비와 보험 등의 급증으로 흑자전환에 실패한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쏘카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쏘카는 2016년 흑자를 기대했었지만 보험단가가 올라가면서 결국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런 기조는 더 심화했다. 쏘카는 계속해서 플랫폼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고, 그린카는 신중했다. 2018년 두 회사가 보유한 차량 수는 쏘카 1만대, 롯데렌탈 6000대까지 벌어졌다.

쏘카는 2018년을 기점으로 사업전략을 선회했다. 카셰어링 모델이 아닌 ‘모빌리티 종합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2018년 10월 등장해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던 타다가 대표적이다. 타다의 핵심서비스였던 ‘타다 베이직’은 결국 규제로 인해 사업을 접었지만 투자자들은 여기서 쏘카의 가능성을 재평가했다.

쏘카는 타다의 실패 이후에도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모빌리티 관련 사업에 닥치는 대로 뛰어들고 있다. 중고차 판매 서비스 캐스팅은 물론, 100% 자회사 VCNC를 통해선 여객운수사업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대리운전 중개는 물론 최근 가맹택시 형태의 ‘타다 라이트’ 서비스도 시작했다. 여기에 공유전기자전거 서비스인 ‘일레클’에 투자하며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에도 손을 뻗쳤다.

쏘카의 이런 행보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급기야 모빌리티 업계 최초 유니콘 반열에 올라서게 만들었다. 지난달 사모펀드인 SG 프라이빗에쿼티(PE)와 송현인베스트먼트는 쏘카에 600억원을 투자하며 타다의 기업가치를 1조원 가량으로 평가했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은 “결국 카셰어링은 MaaS(Mobility as a Service)의 한 축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쏘카의 경우 MaaS 포메이션은 모두 갖췄다. 제주도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모빌리티 사업에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이 그린카의 기업가치는 쏘카와 크게 벌어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린카가 마지막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은 2018년 12월 GS칼텍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을 때다. GS칼텍스는 그린카에 350억원을 투자해 지분(보통주) 10%를 확보했다. 그린카의 기업가치를 사실상 35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2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그린카의 성장이 완만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땐 기업가치가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카셰어링 사업의 흥망을 보면 결국 가야 할 길은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장에 있다는 점이 명확한데, 그린카의 경우 아무래도 대기업 계열사인만큼 의사결정 속도가 민첩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린카는 최근에야 공격적인 양적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3000대의 차량을 추가 투입해 9000대로 보유대수를 늘렸다. 차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도 카셰어링 사업의 구조적인 수익성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건 장점이다. 그린카는 올해 상반기 2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직전 반기(18억원)대비 5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유니콘에 등극한 쏘카가 모빌리티 시장에서 패권을 가질 지는 미지수다. 먼저 문제는 다양한 방면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 당장의 순이익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만년 적자를 낸 카셰어링 사업이 흑자로 돌아설 필요성이 커진다.

이에 대해 쏘카는 낙관적인 입장이다. 카셰어링 비즈니스의 핵심은 차량이 얼마나 사용되느냐인데, 쏘카 이용자의 차량 평균 이용시간이 증가하고 있으며 24시간 이상 대여건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쏘카에 따르면 쏘카 계약 건당 평균 이용시간은 2016년 4.91%에서 2020년(1~10월) 9.86시간으로 두 배 늘었고, 24시간 이상 대여건의 비중은 같은 기간 3.6%에서 11.1%로 약 3배가 됐다. 이용자 연령대가 높아지는 것도 긍정적이다. 2016년 쏘카 이용자는 74%가 20대였는데, 올해(1~10월)는 59%로 줄었다. 20대 운전자의 사고율이 높기 때문에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또 카셰어링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대부분은 차량유지비로, 지난해 차량관리 업체 차케어를 인수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쏘카가 직면한 더 큰 문제는 ‘모빌리티 종합 플랫폼’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의 경쟁이다. 차 소장은 “대리운전과 가맹택시 등 쏘카·타다가 진출한 신사업 영역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정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투자가 많았던 만큼 투자자들의 압박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목할 만한 건 쏘카 대주주인 SK가 별도의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SK의 자회사인 SK텔레콤은 최근 T맵을 중심으로한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우버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SK가 더 이상 쏘카의 우군이 아닌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쏘카의 유니콘 등극과 관련해 의문의 시선을 제기하기도 한다. 쏘카는 지난 3월 국회의 여객운수법 개정으로 자회사인 VCNC가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하며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 했음에도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한창 확장하던 2019년보다 더 큰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이에 대해 쏘카 측은 “경영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실적 회복, 신사업 진출 등을 일궈낸 사업역량을 높게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니콘’ 과대 의미부여는 경계해야

다만 이번에 유치한 투자를 들여다보면, 전환주식 발행 조건이 이전과 달라졌다. 기존 쏘카가 투자를 유치했던 방식보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 포함된 것. 쏘카가 9월 29일 등기한 제3종 종류주식에는 ‘상장 시 공모가격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이 상장시점 직전의 전환가격을 화회할 경우 해당 공모가격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전환가격을 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의 대규모 투자에 사용된 제2종 종류주식은 ‘상장시 공모가격을 하회할 경우 공모가격으로 전환가격을 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는 “쏘카의 이번 투자 유치는 투자자 입장에선 상장 시점에서 ‘엑시트’ 할 때 보호 조건을 안정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보이며 협상과정에서 투자자가 우위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비상장 기업의 기업가치 산정은 구조화된 가치평가 툴이 이용된 것이 아닌데다, 투자자들의 조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유니콘’이란 단어 자체에 과도히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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