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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식물성 대체육', 진짜 고기와 구별 가능할까...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봤다

중앙일보

입력

‘고기 없이 고기 맛이 나는 기적!’

[ㅈㅂㅈㅇ]

롯데리아가 지난 2월 식물성 대체육 버거 ‘미라클 버거’를 출시하며 내세운 문구입니다. '미라클 버거'는 식물성 패티로 만든 첫 국내 패스트푸드 버거입니다. 고기 없이 고기 맛을 냈다는 걸 ‘기적’이라 표현했습니다. 롯데리아는 이달 16일에도 글로벌 식품회사 네슬레의 식물성 단백질 브랜드 ‘스위트어스’ 패티를 사용한 신제품 ‘스위트어스 어썸 버거’를 선보였습니다.

롯데리아가 올해 2월(좌)과 이달 16일(우) 출시한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버거. 롯데리아

롯데리아가 올해 2월(좌)과 이달 16일(우) 출시한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버거. 롯데리아

이처럼 국내 식품업계에도 고기 맛을 최대한 따라한 식물성 대체육 제품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가 식물성 대체육을 넣은 메뉴 ‘얼터밋 썹’을 출시했습니다. 몇몇 시중 레스토랑에서는 식물성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업체 비욘드미트의 패티를 활용한 비건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17년 41억 달러(약 4조 5592억원)에서 2026년엔 81억 달러(약 9조 72억원)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식물성 대체육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고 좀 더 건강하게 먹으면서도 고기 맛은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죠.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6.5%(2010년 기준, 세계농업기구)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만들어 냅니다. 미국의 푸드테크 기업 임파서블푸드는 기존 축산 고기를 자사 식물성 고기로 대체하면 토지 사용량을 96%, 온실가스 배출량을 89% 가량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육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식물성 고기가 선택을 받기에는 아직 맛·향·식감이 진짜 고기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제조과정에서 여러 첨가물을 넣는다는 점에서 진짜 고기에 비해 실제로 더 건강한 식품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오고가는 상황입니다.

식물성 대체육, 진짜 고기 없이도 고기 맛이 날까요? 영양 면에서 고기에 비해 떨어지는 건 아닐까요? 궁금하긴 한데 내 돈 주고 먹어보기는 망설여졌던 분들을 위해 직접 먹어보고, 알아봤습니다.

#‘식물성 고기 버거 vs 일반 햄버거’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식물성 대체육, 진짜 고기 맛 날까 

식물성 고기 패티를 넣은 버거 세 종류와 일반 햄버거 하나, 총 4개 버거를 두고 어떤 버거에 진짜 고기가 들어갔는지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영상 캡처

식물성 고기 패티를 넣은 버거 세 종류와 일반 햄버거 하나, 총 4개 버거를 두고 어떤 버거에 진짜 고기가 들어갔는지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영상 캡처

식물성 패티를 넣은 버거 세 종류와 일반 햄버거 하나까지, 총 4개 버거를 두고 어떤 버거에 진짜 고기가 들어갔는지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같은 식물성 대체육이라 해도 제조업체마다 특성이 다른 점을 감안해 식물성 버거는 ▲비욘드미트의 패티를 활용한 서울 시내 A 비건식당 버거(①), ▲스위트어스의 패티를 활용한 롯데리아의 신제품(②), ▲직접 제조한 렌틸콩 패티가 들어간 B 비건식당 버거(③) 등 세 종류를 비교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한 4명 모두가 식물성 대체육이 들어간 ②번 버거를 진짜 고기가 들어간 버거로 지목할 정도로 식물성 고기임에도 “진짜 고기인 줄 알았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일반 햄버거 역시 모든 참가자가 진짜 고기가 들어갔다고 생각했고, 비욘드미트 패티가 들어간 ①번 버거는 진짜 고기라는 지목을 1명에게서만 받았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성 대체육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의 햄버거 패티. 비욘드 미트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성 대체육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의 햄버거 패티. 비욘드 미트

①번 버거에 대해서는 “식감이 일반 고기 패티에 비해 쫀득쫀득하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진짜 고기 같지는 않다”는 평가로 이어졌죠. 애초에 고기 맛을 흉내 내기보다는 콩 본연의 맛을 살린 패티를 활용한 ③번 버거는 아무도 진짜 고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위 실험 참여자 미각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제조·조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요즘 식물성 대체육은 충분히 진짜 고기로 느껴지는 수준엔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체육을 고기로 착각했다고 해서 맛을 가장 선호한 건 아니었습니다. 고기와의 유사성 여부와 상관없이 4개 버거 중 어떤 것을 제일 먹고 싶은지 물었을 때, 4명 중 3명이 “익숙한 맛”이라는 이유로 일반 햄버거를 택했습니다. 식물성 대체육이 고기 맛을 거의 따라잡았을지는 몰라도,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고기의 완벽한 대안으로 자리 잡기엔 아직 부족할 수 있다는 의미겠죠.

식물성 고기=더 건강한 식품?

그렇다면 '건강'의 관점에서 식물성 고기엔 어떤 이로운 점이 있을까요? 우선 식물성 대체육은 대부분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콜레스테롤, 트랜스 지방이 없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기존 식물성 제품은 동물성 단백질에 포함돼 있는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지만, 이를 보완하는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산 농산물을 소재로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하고 있는 한경식 삼육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다양한 곡물을 혼합하여 개발한 단백질 분말을 통해 식물성 단백질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아미노산 부족 문제를 보완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고기 맛을 내기 위해 여러 재료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포화지방과 나트륨이 함유된다는 단점은 남아있습니다. 한 교수는 “식물성 대체육은 고기의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상온에서 고체가 되는 식물성 기름을 첨가하는데, 이는 곧 포화지방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며 “어떤 기름을 쓰고 나트륨을 얼마큼 넣을지를 잘 조절하는 게 앞으로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GMO? 칼로리?

식물성 고기의 칼로리가 오히려 동물 고기에 비해 높은 건 아닌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사용하는 건 아닌지 등의 우려도 나옵니다. 이 두 가지 요소 역시 제조업체가 어떤 재료를 어떻게 배합해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컨대, 대체육 업계를 이끄는 미국의 두 업체 중 임파서블푸드는 GMO를 사용하지만, 동원F&B를 통해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는 비욘드미트는 논(NON)-GMO 인증을 내세웁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성 대체육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좌)와 '임파서블 푸드'(우) 햄버거 패티 제품 영양정보. 각 기업 홈페이지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성 대체육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좌)와 '임파서블 푸드'(우) 햄버거 패티 제품 영양정보. 각 기업 홈페이지

열량의 경우도 고기의 종류, 부위마다 차이가 커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한우 등심과 안심이 100g 당 각각 286kcal, 193kcal(식품안전나라 칼로리 사전 기준)인 것에 비해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의 패티는 각각 113g당 260kcal, 240kcal라는 점을 볼 때 식물성임에도 동물 고기와 칼로리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한경식 교수는 “포화지방 함량 등 소비자가 걱정하는 부분을 해결한다면 식물성 대체육은 분명 건강한 식품으로 볼 수 있다. 윤리적·환경적 문제 뿐 아니라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해지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관련 산업 활성화가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ㅈㅂㅈㅇ

'ㅈㅂㅈㅇ'는 시사 이슈를 접하다가 드는 의문점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지식형 영상' 시리즈입니다. 'ㅈㅂㅈㅇ'는 '정보좀요' 초성을 연결해 만들어진 신조어로 정보를 알려달라고 할 때 댓글란에 다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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