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사법수장 구속···이랬던 尹의 운명도 법원에 맡겨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27 16:01

업데이트 2020.11.27 16:12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연합뉴스]

2017년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사법개혁’ 학술행사를 저지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판사가 인사조치 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이듬해인 2018년은 판사들에겐 고난의 해였다. 8개월 동안 이어진 검찰 수사를 통해 양승태(72‧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전‧현직 사법부 수장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의혹에 연루돼 조사받은 전‧현직 판사만 100여명에 달했다. 임종헌(61‧17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박병대(63‧12기) 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 10명의 현직 부장판사가 기소돼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수사팀장은 한동훈(47‧27기) 검사장이었고, 이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이었다. 윤 총장은 수사 당시 법원에서 구속 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을 계속 발부하지 않자 국회에 나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 없이는 사건 종결이 어렵다”며 “영장 무더기 기각, 많이 실망스럽다”고 사법부를 공개 압박하기도 했다.

11월 30일 집행정지 심문 기일 진행

윤석열의 과거 수사, 발목 잡나 

그런 윤 총장의 운명이 법원의 손에 맡겨졌다. 그는 25일 법무부 장관의 직무집행정지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다음날엔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윤 총장은 본안 소송 전까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이후 본안 소송에서 재판부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오히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윤 총장 사건은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4부가 맡는다. 주심은 조미연(53‧27기) 부장판사다. 지인에 따르면 조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당시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과거 법원을 향했던 윤 총장의 칼끝이 본인의 재판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정지 혐의로 판사 사찰 문건을 거론한 것도 변수다. 적법성을 떠나 판사들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장창국(53‧32기)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25일 법원 내부 통신망에 “검사가 증거로 재판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은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검찰이 법관에 대한 정보를 수집‧보관‧보고하는 것이 적법성을 떠나 과연 정당한 일인가 큰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때 법원이 리스트를 만든 것과 유사한 상황이 검찰에서 일어났다”는 반응도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윤 총장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수는 없다”면서도 “개인적 생각을 재판에 끌고 오는 건 말이 안 된다.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집행정지 심문 기일 보면 인용 가능성 높아” 

집행정지 신청은 본안 소송과 성격이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본적으로 국가 기관에서 한 처분이기에 존중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가처분보다는 본안 소송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선호한다는 게 행정소송 전문 변호사의 설명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직무 정지를 시킬만한 사안이냐는 건 본안 소송에서 따질 문제”라며 “가처분은 지금 당장 추 장관의 집행을 정지시키지 않으면 검찰 조직에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집행정지 심문이 오는 30일 열리는 것으로 보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나온다. 통상 사건접수 후 일주일 이내에 기일이 잡히긴 하지만 재판부가 배당된 지 3시간여 만에 진행되는 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는 12월 2일 예정된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에서 만약 윤 총장에 대해 정직 이상의 징계를 내린다면 집행정지 소송은 의미 없게 된다. 또 집행정지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면 굳이 빠르게 심문기일을 진행할 이유도 없다. 한 현직 검사는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보니 집행정지 인용할 것 같다는 게 중론”이라며 “법무부가 긴장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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