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달러 약세에 베팅했더니…석 달 새 15% 수익 났네

중앙일보

입력 2020.11.27 07:00

직장인 정모(36) 씨는 지난 6~7월 세 차례에 걸쳐 달러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대에서 더 떨어지지 않자 '달러 약세'에 베팅한 것이다. 투자금은 약 800만원으로, 현재까지 18% 정도 수익을 내고 있다. 정씨는 "최근 원화값이 '마지노선'이라 여기던 1100원대까지 뛰면서 슬슬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아직은 좀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24.37포인트(0.94%) 오른 2,625.91을, 코스닥 지수는 9.41(1.09%) 오른 874.53을, 원달러 환율이 전일대비 4.30원 내린 1,104.6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24.37포인트(0.94%) 오른 2,625.91을, 코스닥 지수는 9.41(1.09%) 오른 874.53을, 원달러 환율이 전일대비 4.30원 내린 1,104.6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바이든 부양책·경기 회복 기대감

달러 '몸값'의 가파른 하락이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인버스(inverse·역방향)' 투자자에게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반대로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구조 덕이다. 일부 달러 인버스 ETF와 ETN(상장지수증권) 수익률은 지난 9월 이후 15%에 달했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달러 인버스 ETF·ETN은 모두 7개 종목이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KOSEF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ETF'(시가총액 211억원)는 9월 이후 15%의 성적을 냈다. '2X'란 이름처럼 달러 가치가 1% 내리면 2% 수익이 나는 일명 '곱버스(곱하기+인버스)' 상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달러값이 급등했던 지난 3월 연중 최저가(6925원)에 비해선 31%나 뛰었다. 'KODEX 미국달러 선물인버스2X ETF'와 'TIGER 미국달러 선물인버스2X ETF' 등도 지난 3개월간 15%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달러 레버리지 ETF·ETN 수익률은 일제히 마이너스(-)를 보였다. 달러 가치의 움직임보다 두 배로 오르내리도록 만들어진 탓이다. 올해 들어 지난 3월 중순까지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와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는 20% 넘는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9월 이후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이 기간 수익률은 -13%대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달러 약세 영향이다. 세계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3월 103에서 25일 91선 후반까지 하락했다. 달러당 원화값도 26일 1104.6원으로 마감, 석 달 새 80원 이상 올랐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금리를 낮춰 돈을 풀자 달러 가치는 하락세를 보여왔다. 이달 초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힘을 보탰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달러 약세 요인이 된다.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내년 달러당 1050원대 전망"…투자는 주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세가 진행되거나 위험선호 심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밑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내년에 달러당 원화값이 105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확대와 국내 경기 회복 전망이 그 근거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투자자는 달러 인버스 ETF를 사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리스크(위험) 대비 기대수익 관점에서 지금 달러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건 좋은 접근이 아니다"라며 "지난 10년간 원·달러 환율이 1050~1200원에서 움직였는데, 이를 기준으로 내년에 1050원까지 간다고 해도 이익을 볼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외환(FX) 담당 연구원은 "당분간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 인버스든 레버리지든 손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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