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그섬] “서울서 1시간, 제2의 제주도” 5년뒤 공항 생기는 울릉도의 꿈

중앙일보

입력 2020.11.27 05:00

2025년 건설될 울릉공항 예정부지 전경. 울릉도 남단에 위치한 가두봉(194m)을 깎아내고 거기에서 얻은 암석과 토사로 가두봉 동북쪽에 위치한 사동항 방파제의 바깥쪽 바다를 23만6000여㎡ 매립해 해당 절토지와 매립지에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2025년 건설될 울릉공항 예정부지 전경. 울릉도 남단에 위치한 가두봉(194m)을 깎아내고 거기에서 얻은 암석과 토사로 가두봉 동북쪽에 위치한 사동항 방파제의 바깥쪽 바다를 23만6000여㎡ 매립해 해당 절토지와 매립지에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한국인 중 울릉도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아는 한국인이라면, 울릉도 역시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울릉도를 직접 가봤다는 이들을 만나긴 쉽지 않다. 제주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1년여 전인 지난해 5월 한 달 간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수는 602만8386명. 반면 같은 시기 울릉도에는 8만3011명이 입도했다. 제주도의 70분의 1 수준이다. 이마저도 2018년 5만8034명에 비해 2만4977명(43%)이 늘어난 수치다.

제주도만큼 유명하지만 관광객 수는 ‘70배 차이’

 설상가상 코로나19 여파로 울릉도 관광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올해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 수는 16만9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만6000여 명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올 여름 울릉도를 덮친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도 악재였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 공항이다. 뱃길로만 들어갈 수 있는 울릉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관광객 수가 크게 불어나는 것은 물론 지역 관광 생태계 자체가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울릉군은 기대하고 있다.

2025년 개항하는 울릉공항 조감도. 사진 경북도

2025년 개항하는 울릉공항 조감도. 사진 경북도

 2025년 건설될 울릉공항 예정부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2025년 건설될 울릉공항 예정부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공항이 들어설 곳은 대형 화물선과 어선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울릉도의 남쪽 항구 사동항이다. 저동항·도동항과 더불어 울릉도와 육지를 이어주는 3대 항구 중 한 곳이다.

 지난 4일 중앙일보가 찾은 사동항은 확장 공사를 막 마쳐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독도로 가는 관문인 사동항여객선터미널 주변도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2025년 공항 생기면…서울에서 울릉까지 1시간

 이곳엔 2025년 울릉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구체적인 공항 형태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사동항 앞으로 길게 뻗은 방파제가 울릉공항의 활주로와 평행하게 놓여 있어 공항의 모습을 대략 상상해볼 수는 있다.

 총 사업비 6633억원이 투입되는 울릉공항은 27일 착공식 이후 2025년 들어설 예정이다. 울릉공항은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가 뜨고 내리게 된다. 활주로는 폭 140m, 길이 1200m 규모이다. 여기에 계류장 6대, 헬기장, 연면적 3500㎡ 규모의 지상 2층짜리 여객터미널, 면적 3900㎡의 주차장 등이 들어선다. 활주로와 계류장, 유도로 등은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에서 짓고, 여객터미널과 주차장 건설은 한국공항공사가 맡는다.

 공항 건설은 일주도로 이설, 해상 매립, 활주로 등 구조물 공사 순서로 이뤄진다. 울릉공항 건설사업은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치고 2015년 기본계획 고시, 2017년 기본설계, 2019년 실시설계 적격자 선정 등 수년에 걸쳐 진행돼 왔다. 그간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가 최근 공사 진행이 결정됐다.

울릉도 해안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일주도로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 해안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일주도로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공항에 취항할 항공사로는 국내 일반 항공사들보다는 소형 항공사가 우선 거론된다. 울산지역을 기반으로 한 항공사 하이에어는 울산·여수와 김포 구간에 각각 항공기를 취항했는데, 울릉공항이 들어서면 또 다른 소형 항공기를 취항한다는 계획이다.

 울릉군은 섬에 공항이 들어서면 울릉도가 제주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대표 섬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기대감이 크다. 울릉도에서 20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만철(71)씨는 “울릉도 택시 기사들은 섬을 찾는 관광객을 태우고 일주도로를 돌며 주요 관광명소를 안내하는 가이드 일도 자주 한다”며 “공항이 들어서면 관광객도 더욱 늘어나고 울릉도가 더욱 널리 알려져 지역 경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객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남 장성군에서 울릉도를 찾은 안호진(55)씨는 “경북 울진군 후포항에서 3시간 가까이 걸려 울릉도를 왔는데 배 멀미로 고생했다”며 “비행기로 울릉도를 오게 되면 시간도 절약되고 배 멀미도 피할 수 있어 훨씬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울릉도 저동항 풍경. 항구 앞에 관광명소인 촛대바위가 눈에 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 저동항 풍경. 항구 앞에 관광명소인 촛대바위가 눈에 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공항이 지난해 55년 만에 완공된 일주도로와 맞닿아 건설되고, 공항 옆 사동항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는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어 울릉공항은 울릉도 관광의 기점이자 종점이 될 전망이다. 울릉공항 인근에는 글로벌 브랜드 호텔인 라마다호텔도 13층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다만 1200m 길이의 활주로가 지나치게 짧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울릉공항 활주로 길이에 맞는 항공기 기종 ‘ATR-42’나 ‘Q-300'이 뜨고 내리기에 부족하다는 우려다. ATR-42나 Q-300은 터보제트엔진에 프로펠러를 장착한 ‘터보프롭 항공기’로, 필요 착륙거리가 울릉공항 활주로 길이보다 짧지만 활주로가 젖은 상태에서는 필요 착륙거리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활주로 노면이 젖은 상태까지 감안해 활주로 거리를 산정했기 때문에 안전한 착륙이 가능하다”며 “미국, 일본 등 해외 소형항공도 울릉공항과 유사한 활주로 길이에서 안전한 운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하와이 몰로카이섬의 몰로카이 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1190m, 일본 오키나와 요론섬의 요론 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1200m지만 ATR-42나 Q-300기종을 운항 중이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일주도로가 지난해 개통된 데 이어 앞으로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제주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섬 관광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도 가려면 ‘울릉도 입도’부터 돼야
울릉도를 가려면 현재는 배를 탈 수밖에 없다. 경북 포항시와 울진군, 강원 강릉시와 동해시 등 4곳에서 울릉도와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을 운영한다.

서울에서 울릉도를 가려면 최소 7시간은 잡아야 한다. 서울역에서 포항역까지 KTX로 3시간이 걸리고, 다시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울릉도까지 배로 3시간 30분을 가야 한다. 이마저도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이 세지 않을 때 얘기다. 파도가 조금이라도 거칠면 항해 시간이 길어진다.

날씨가 울릉도 입도를 허락하지 않을 때도 많다. 1년 중 여객선 결항 일수가 무려 100일 전후다. 독도는 더하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 땅을 밟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날씨가 조금만 나빠지면 독도 접안을 하지 못해 배로 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보통 겨울을 제외하고 2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약 9개월 정도 독도 여객선이 운항하는데 독도 입도 가능 일수는 연간 40일 정도에 그친다. 올 여름 불어닥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접안 시설이 파손돼 현재 수리 중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역에서 포항까지 왕복 10만7200원, 포항여객선터미널 기준 포항~울릉도 왕복 운임 13만7000원(성인)이다. 울릉~독도 왕복 운임 4만5000원까지 합치면 열차·여객선 운임으로만 28만9200원이 필요하다. 울릉도 안에서 드는 교통비나 주유비 등은 빼고서다.

울릉군이 공항 건설을 절실하게 요청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시간은 서울에서 울릉까지 1시간으로 대폭 단축되고, 비용도 지금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어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기가 그만큼 쉬워진다.

울릉=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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