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메시·호날두 모두 한목소리로 마라도나의 죽음을 애도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물론 유럽의 이탈리아 나폴리도 슬픔에 잠겼다. 디에고 마라도나를 추모 열기가 뜨겁다. 마라도나는 26일 향년 60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심장마비다.
펠레·메시·호날두의 추억
'축구 황제' 펠레는 "나는 친구를, 전 세계는 전설을 잃어버렸다"며 "언젠가, 우리는 하늘에서 함께 공을 찰 것"이라고 라이벌의 죽음을 기렸다.
마라도나의 후계자로 일컬어지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는 "그는 우리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가지 않았다. 디에고는 영원하다"고 말했다.
펠레-마라도나처럼 메시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자리를 놓고 다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영원한 천재, 비견할 수 없는 마술사"라며 "그는 너무 빨리 떠났다. 그의 빈자리는 절대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마라도나를 추모했다.
1986년 월드컵 8강서 상대했던 리네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 잉글랜드전은 마라도나의 가장 논쟁적인 경기였다. 그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신의손'이란 논란을 일으킨 골과 하프라인부터 6명을 제치고 축구사에 남을만한 환상적인 골을 터트렸다.
그 경기에서 마라도나와 맞섰던 잉글랜드 축구 스타 게리 리네커는 "내 세대 최고의 선수이자 역대 가장 위대한 선수"라며 "축복받았으면서도 말썽 많은 삶(blessed but troubled life)을 보낸 마라도나가 마침내 하늘에서는 신의 품에서 평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약과 탈세 혐의 등 마라도나에게는 어두운 측면도 많다.
아르헨티나 추모 기간 선포
아르헨티나에서는 흐느끼고 노래를 부르며 마라도나를 추모하는 행렬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정부는 사흘간추모 기간을 선포했다. 세 차례의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와 함께 뛴 오스카 루게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아르헨티나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 친구는 조국을 위해 많은 것을 했다"고 말했다.
나폴리, 마라도나 경기장 개명 논의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회합이 금지된 상태지만,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마라도나를 추모했다. 마라도나가 그려진 거대한 빌딩 벽면 근처에는 촛불이 불을 밝혔다.
마라도나가 뛰는 동안 나폴리는 두 차례 리그 우승과 한 차례 유럽 챔피언의 영광을 누렸다.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가 없어도 세계 최강의 팀이 될 수 있지만, 나폴리의 우승은 마라도나만이 해낼 수 있는 위대한 업적이었다.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떠난 후 한 번도 우승컵을 되찾지 못했다.
나폴리 시장은 이 도시의 '상파울루 스타디움'의 이름을 마라도나의 이름을 따 개명하자는 제안을 하며 추모의 뜻으로 밤새 경기장 조명등을 밝혔다.
경계를 넘어선 추모
유럽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묵념한 뒤 경기를 시작했다. 한때 바르셀로나에서 선수와 코치로 일했던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은 "그는 세계 축구를 더 향상시켰다"며 "난 어렸을 때 아빠 손을 잡고 마라도나를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갔다. 그의 플레이는 놀라웠다(incredible)"는 추억을 회고했다.
그에 대한 추모는 축구라는 경계를 뛰어넘는다.
마라도나가 월드컵을 제패한 1986년 헤비급 세계 챔피언에 오른 전설적인 복싱 스타 마이크 타이슨은 "사람들은 그와 나를 비교하곤 했다"며 "그는 나의 영웅이자 친구"라는 트위터를 남겼다.
지금은 라이베리아의 대통령이 된 전 축구 스타 조지 웨어도 추모에 동참했다. 그는 "자신을 속박하던 빈곤이라는 멍에를 이겨내고, 놀라운 축구 실력으로 그가 써낸 놀라운 이야기는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평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