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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금태섭보다는 안철수가…” “야권 변화 위해 무소속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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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야권의 서울시장 승리 방정식은 있을까

국민의힘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는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이혜훈·김선동 전 의원. 안 대표와 오 전 시장은 차출 대상으로 거론되고 나 전 의원은 출마를 고심 중이다. 이·김 전 의원은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중앙포토]

국민의힘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는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이혜훈·김선동 전 의원. 안 대표와 오 전 시장은 차출 대상으로 거론되고 나 전 의원은 출마를 고심 중이다. 이·김 전 의원은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중앙포토]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다. 여기서 무너지면 당은 사실상 미래가 없다.”

이혜훈·김선동 등 속속 출사표 #금태섭 나오며 구도 다시 출렁 #“여당에 회초리 치는 선거 돼야” #안철수·나경원 등 변수가 관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얼마 전 당 비공개회의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에겐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그의 말대로 박원순·오거돈 사건으로 생겨난 선거인 만큼 여기서 밀리면 더는 할 말이 없어진다. 하지만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다. 속속 나서고는 있지만, 아직 ‘거물급’ 인사는 안 보인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혀 야권의 구도는 더 복잡해졌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차출론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적지않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야권의 승리 방정식은 과연 뭘까.

출마를 선언한 이들이 말하는 승리 요건

우선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로부터 승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에 대해 들어봤다. 이미 이혜훈·김선동 전 의원과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출마 선언도 임박했다. 이혜훈 전 의원은 “당 안에 ‘사람이 없다’고 하는 패배주의적 깎아내리기가 문제”라며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박원순 전 시장 사망 직후 기회의 문이 열렸다고 했는데 ‘사람 없다’고 한참을 하니 오히려 불리한 선거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김선동 전 의원은 “이번 선거는 새롭고 참신한 인물로 가야 한다. 현장을 다녀보면 그런 요구가 아주 많다”고 주장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갈등 구조가 심한 정치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 때처럼 정책이 뒤집히고 공정도 차별적이선 안 된다. 정책이 계획대로 돼 안정이 온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은 “중도 확장을 위한 당내 노력에 자꾸 내부에서 총질을 하는데 이기려면 분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최종 경선 룰과 관련, 책임당원 투표 20%, 시민 여론조사 80%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소위 ‘미스터 트롯’ 방식의 경선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후보들은 큰 틀에선 뜻을 같이하면서도 “인기투표가 되지 않게 경선 기간을 길게 하고 토론회가 많아져야 한다”(이혜훈), “마지막에 100% 국민경선을 하더라도 그 전엔 당심을 더 반영해야 한다”(김선동)는 견해를 내놨다.

금태섭은 야권 승리에 기여할 수 있을까

금태섭

금태섭

시나리오 중 하나지만 당 밖 인사(안철수·금태섭)를 고려한 단일화에 대해선 대체로 “결국 합쳐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쪽이나 조은희 청장은 “중심 없이 흔들리는 제1야당을 누가 찍겠나. 자신이 없어 기웃거리면 안 된다. 단일화 안 된다. 우리만의 룰을 만들어 우리끼리 가야 한다”며 자강론을 폈다.

야권에서 당내 인사 외에 출마를 선언한 이가 금태섭 전 의원이다.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 야권 후보로 변신하겠다는 거다. 민주당에서 쓴소리하다 탈당해 여당의 독선에 실망한 중도 표를 야권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금태섭의 지지율이 선거 직전까지 어느 정도 유지된다면 3자 구도는 필패인 만큼 국민의힘은 그를 주저앉히거나 힘을 합쳐야 한다. 그는 지난 23일 라디오 프로에서 “서울시장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맡을 역할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들어가지 않고 무소속을 택하겠다고 했다. 다음날 한남동에 있는 사무실로 그를 찾아갔다.

무소속 출마가 녹록지 않을 텐데
“당연히 어려울 거다.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친한 의원들은 ‘얌전히 있으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힘들어도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면 보람 있겠다 싶어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왜 국민의힘에는 입당하지 않나.
“입당하면 변화 없이 그냥 합치는 것이 돼 안 된다. 제1야당도 변해야 하고 저도 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 변화란 뭔가.
“그건 (저에게 묻기보다) 본인들이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못 받는 야당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이해찬 전 대표와 정청래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는데 그걸 보면서 국민들이 믿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런 충격을 줄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하리라 기대한다.”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도 했는데 그 의미는.
“민주당 내부에도 독선과 오만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들이 총선이 끝나면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는데 코로나와 야당의 대안 부재로 180석을 얻어 오만과 독선은 강해졌고 우려의 목소리는 더 들어갔다. 내부에서 안 되니 그걸 야당이 해야 한다. 상식에 맞는 정치, 약속 지키는 정치, 내로남불 안 하는 정치에 동의하는 이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집권 세력에 대해 회초리를 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견제를 받지 않으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힘을 합친다니까 결국 단일화한다는 뜻인가.
“가정적인 상황인데 제 지지도가 낮고 국민의힘도 전혀 변하지 않으면 아예 단일화 얘기가 나오지 않을 거고 국민의힘이 스스로 환골탈태해도 저를 안 찾을 거다. 그런데 힘을 합쳐야 견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신뢰가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거다.”
야권표를 분열시키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야권이 분열돼 안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야권이 똘똘 뭉친다고 이긴다 생각지 않는다. 국민들이 신뢰를 안 한다. 국민의힘도 안다. 저 보고 분열한다고 하지 않지 않나. 국민의힘도 변화의 계기를 찾고 있는 거다.”

나경원·안철수·오세훈 변수는

야권의 서울시장 선거판은 움직이는 중이다. 인지도가 높아 결심하면 파급력이 클 나경원이 고심 중이고 안철수·오세훈 변수도 끝까지 봐야 한다. 아직 수면 아래에 있지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경선판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 출마 의지가 강하다.

김종인 위원장이 별 무게를 두려고 하고 있진 않지만, 안철수는 전부터 당내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중도 표를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를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당 중진인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은 “안철수 대표와 같이 가야 한다. 당내에서 경선을 하면 좋고 만약 당 밖에 있으면 ‘박원순 모델’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모델’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박원순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사례를 말한다. 권 의원은 이어 “만약 결국 나오지 않는다면 반문연대를 위해 돕기라도 해야 할 것”이라며 “금 전 의원의 경우 탈당해서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니 우리로선 난감하다. 그런 점에서 금태섭보다는 안철수 쪽이 모든 면에서 낫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중진 의원도 “현재 거론되는 인사 중에선 안 대표의 경쟁력이 가장 낫다고 본다. 당내에도 그런 의견이 적지 않다”며 “금 전 의원은 쓴소리해서 탈당한 거 외에 무슨 파괴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당내에선 금태섭이 시장 후보로 주목 받는 자체가 달갑지 않은 기류가 많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길 수 있다면 뭐라도 해야 한다. 당내 젊은이들 사이에선 새 피를 들여서라도 이기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이 크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계를 보인 안철수 대표보다는 중원을 넓힐 수 있는 금 전 의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은 “이번 판은 올드보이만 아니면 필승”이라며 “기성 정치인이 아니라 새 인물이 나가는 방법도 있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좀 더 두고 보면 확실한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용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