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최초의 미세먼지 소송, 지난 3년 무엇이 달라졌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현영 민변 환경보건위 변호사·전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국장

지현영 민변 환경보건위 변호사·전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국장

3년이 넘게 이어진 미세먼지 소송 1심 마지막 변론이 지난 13일 있었다. 소송을 처음 제기한 2017년 5월의 미세먼지가 연일 나빴던 것처럼 공교롭게 이날도 초미세먼지는 ‘나쁨’을 기록했다. 지난 3년 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다.

정부는 소송에 반박, 중국은 외면 #코로나로 미세먼지에 둔감해져

그동안 미세먼지가 국민적 관심사로 자리 잡았고 시민모임이 강력한 목소리를 내며 다양한 정책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2017년 9월 초미세먼지의 환경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했다. 학교나 어린이집과 같은 민감계층 이용시설의 실내 미세먼지 기준이 신설되고, 교실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됐다.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정부는 예전에는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중국 영향이라고 주장하더니 이제는 우리 쪽 기여도도 상당하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맞는 말이기는 하나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일관되지 못한 책임 회피적 태도다.

2019년 2월 미세먼지 특별법이 제정된 데 이어 그해 3월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하는 재난 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4월에는 대통령 직속 범정부기구인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기후환경회의’가 출범했다. 5개월 만에 국민 정책 참여단의 검토를 거친 단기정책을 제안했다. 이를 정부가 받아들이는 형태로 계절 관리제가 이듬해 도입됐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경기 침체로 맑은 하늘을 보는 날들이 많았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미세먼지 ‘나쁨’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눈앞의 코로나로 인해 매일 마스크를 쓰는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미세먼지쯤이야 덤으로 걸러주겠지 하는 마음 때문에 미세먼지가 관심에서 멀어졌다.

사실 미세먼지 소송은 쉽지 않았다. 중국으로 소송 서류 송달이 지연되는 등의 이유로 소송은 지난해 하반기쯤부터 올해 사이에 진행됐다. 중국 정부는 주권 침해라는 이유로 소장을 반송한 이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손해배상의 요건인 고의과실, 위법성, 손해, 인과관계가 모호하지 않으냐는 피고 대한민국 정부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소송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리인이 입증하는 서류를 요청하는 전화를 돌릴 때마다 원고들은 난감해했다.

지난 9월에는 감사원의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아직도 환경부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에 있어서 부정확한 자료를 적용해 배출량을 11%나 누락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삭감 효과와 비상저감 조치 결과를 실제보다 과다하게 산정해 성과를 과장했다.

모든 교실에 열심히 공기청정기를 깔았으나 우려했던 대로 필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애초에 필터 성능이 맞지 않거나 교실 규격에 맞지 않은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는 내용도 있다.

소송에서 원고 측은 특히 제대로 된 배출량 산정을 하지 않는 것은 정책과 예산을 제대로 계획할 수 없게 하고 효과를 검증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클린 디젤 정책처럼 잘못된 정책을 인식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방치하고, 노후 경유차 대책처럼 예산을 투입한 이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주장했다.

피고는 원고가 법적 책임을 구성하기 어려운 정책에 관한 지적을 하고 있을 뿐이고, 원고들의 고통은 위자료로 배상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는 정책으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은 어디에 가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하나.

정부는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뿐 아니라 미세먼지로부터도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매년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엄중한 현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현영 민변 환경보건위 변호사·전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국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