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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부동산 간접투자 시대가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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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주택시장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핫(hot)’하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어 유동성이라는 군불을 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으로 개인들의 소득이 높아진 이유도 있다. 2000년에 1만 달러 하던 개인 소득이 2010년에 2만 달러, 2018년에 3만 달러로 거침 없이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집과 새집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다.

금리·소득·인구의 힘 소진 #부동산시장 패러다임도 변화 #우량 물건, 유동성, 분산이 필요 #부동산 지평을 넓혀야 할 때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은 시류에 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다. 자산가격이 급락해서 난리가 날 때는 좋은 물건이 없나 물색하며 다니고 자산가격이 급등해서 다들 사고 싶어 안달일 때는 위험관리를 하기 시작한다. 위험관리는 그 자산을 완전히 팔아 치우는 게 아니라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 대처하기 용이한 형태로 바꾸어 간다. 예를 들면, 자산을 분산하고 유동성이 좋은 물건으로 바꾸는 식이다.

길게 보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패러다임이 변화의 초입 국면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개인 소득도 오랜 기간 정체되고, 금리는 더 하락하지 않거나 상승하고, 게다가 집을 사는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리가 더 하락하기 어렵다 보니 유동성이라는 장작을 추가로 넣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40~60대 인구가 주택을 많이 수요하는 데 해당 인구는 과거 30년 동안 1300만명 증가했는데 반해 앞으로 30년 동안 400만명 감소할 것으로 본다.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세 변수가 금리·소득·인구인데, 이 셋 모두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래의 이런 모습을 머리에 담고 있어야 한다.

부동산은 과거의 투자 방식을 바꿔가야 한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천천히 항로를 바꾸어가는 게 필요하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될 거라고 보고 그 안에 매몰된 사람과 한 걸음 물러나 미래를 보면서 투자를 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 주택과 상가 등에 집중된 투자를 분산하고 보유 부동산의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은퇴와투자 11/27

은퇴와투자 11/27

일전에 강의를 가느라 급하게 나왔는데 택시가 줄을 서 있어 바로 타고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두 시간 강의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내리면서 그 많던 택시가 순간 다 사라져버려 택시 잡느라 비를 홀딱 맞았다. 유동성이 이렇다.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변두리 상가도 잘 팔리다가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웬만큼 좋은 물건도 팔리지 않는다. 우량한 물건일수록 유동성이 좋다. 우량하고 잘 팔릴 수 있는 부동산 물건을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 외에도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을 통해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리츠(REITs)다. 부동산투자회사를 뜻하는 리츠는 여러 부동산을 풀링(pooling)한 투자회사가 있고, 리츠 투자자는 그 지분을 일부 소유한다. 지분을 통해 부동산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리츠는 주식 종목으로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기 때문에 지분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어서 유동성이 좋다.

그리고, 부동산도 분산해서 투자해야 할 때다. 지금처럼 주로 주택이나 상가에 투자하다 보면 자산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한두 가지 부동산에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하게 된다. 집중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다. 앞으로는 물류 센터, 오피스, 데이터 센터, 백화점 매장 등으로 다양한 부동산을 가져야 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분산해야 한다. 직접투자로는 불가능하지만 간접투자를 통해서는 가능하다. 여러 오피스를 물건으로 갖고 있는 리츠를 사면 해당 물건에 대한 지분을 갖게 되니 분산이 된다. 몇천 원, 몇만 원의 소액으로도 국내와 해외의 다양한 부동산에 대한 지분을 가질 수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저성장 시대에 리츠와 같은 부동산 간접투자가 활성화되었다. 2017년 기준으로 미국 가계의 40%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리츠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상품을 국내에서 살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부동산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리츠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향후 노후 준비는 주택과 상가에 집중하여 투자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지평을 넓혀야 한다. 우량하고, 유동성이 높으며, 다양하게 분산된 부동산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 간접투자가 이를 가능하게 해 준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익혀서 준비해 두면 좋을 듯하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