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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장도 지검장도 여론도, 추미애 결정에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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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선 고검장 전원과 대부분의 지검장이 추미애 법무무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직무배제) 조치에 반발해 성명을 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평검사들의 반발 움직임도 가열되고 있어 사실상 검찰 조직 전체가 추 장관에게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을 대검에 수사 의뢰하는 등 압박 강도를 더 높였다.

고검장 6명 전원, 전국 지검장 15명 #“윤석열 직무배제 우려” 초유의 성명 #평검사도 “장관 정치 중립 지켜야” #여론조사, 직무배제 찬 39% 반 56%

조상철 서울고검장, 강남일 대전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은 26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 재고를 법무부 장관께 간곡하게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고검장들은 “일부 감찰 지시사항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 관여 목적으로 진행된다는 논란이 있고, 감찰 지시사항과 징계 청구 사유가 대부분 불일치한다는 점에서도 절차와 방식, 내용의 적정성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검장들은 “징계 청구의 주된 사유가 총장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내용이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도 직결된다”며 “특정 사건의 수사 등 과정에서 총장의 지휘감독과 판단 등을 문제 삼아 직책을 박탈하려는 건 아닌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유감의 뜻을 표했다. 나머지 고검장급 인사 3명 중 고기영 법무부 차관과 조남관 대검 차장은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은 개인 명의로 "현 상황에 대한 고검장들의 인식과 입장 표명에 뜻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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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8개 지검 중 15곳의 지검장을 포함한 총 17명의 검사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처분 재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검찰총장을 선정하고 임기를 보장하는 건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을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법적 절차와 내용에 있어서 성급하고 무리하다고 평가되는’ 징계를 청구하고 곧바로 그 직무까지 정지하도록 한 데 대해 대다수 검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지검장 중에는 추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이정수 남부지검장만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고검장과 지검장들이 단체로 성명을 발표한 건 초유의 일이다. 한 고검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4일 추 장관이 처분을 내린 직후 ‘상황이 너무 엉망이라 입장을 밝히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쪽으로 고검장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25일 저녁 서울시내 모처에 모여 성명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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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들은 인원이 더 많아 온라인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성명에 참여한 한 검사장은 “윤 총장 직무정지 사유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장들은 제외됐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입장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꺼린 검사장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후배 검사들의 성명 발표도 이어졌다.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등 대검 중간간부 27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충분한 진상 확인 과정도 없이 이뤄진 것은 위법·부당하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이고 검찰개혁, 나아가 법치주의 원칙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평검사들도 이틀째 집단행동을 이어갔다. 서울중앙지검이 평검사 회의를 거쳐 “장관의 처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 위법·부당한 만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날 오후 8시 현재 13개 지검이 추 장관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검찰직 공무원인 각급 검찰청 사무국장들도 추 장관에게 재고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과 시민사회의 여론도 추 장관에게 비판적이었다. 이날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윤 총장 직무배제에 대한 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 비율이 56.3%(‘매우 잘못’ 50.3%, ‘어느 정도 잘못’ 6.0%)로 ‘잘한 일’이라는 응답 비율(38.8%)을 크게 앞섰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추 장관이 검찰총장 직무를 정지시킬 정도인지에 대해 납득할 만큼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 성급한 처분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날 밤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추 장관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냈던 윤 총장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본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윤 총장은 소장에서 “추 장관이 직무배제 조치 근거로 제시한 여섯 가지 사유가 모두 사실과 다르며, 충분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아 위법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다음 달 2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소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민상·강광우·정유진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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