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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몸값이 20조대? 돈 되는 기업대출 않고 더 클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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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1년 반 만에 손익 분기점을 넘겼다. 올해 들어선 9개월 동안 순이익으로 406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활성화 정도를 가리키는 지표인 월 1회 이상 접속 이용자 수(MAU)는 은행권에서 1위(지난 6월 말 1173만명)였다.

IPO 추진 카뱅, 시가총액 얼마나 #카뱅 은행 앱 이용 1173만명 1위 #시총, 20조인 KB금융 추월 전망도 #개인대출 위주로 확장성에 의문 #주담대도 취급 안 해 “성장 한계”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17일에 각각 이사회를 열고 총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 중 5000억원은 기존 주주에게 배정하고 나머지 5000억원은 사모펀드에서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주가는 2만3500원을 적용했다. 증자를 마친 뒤 이 가격을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9조6000억원에 이른다.

카카오뱅크 당기순이익 및 고객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카카오뱅크 당기순이익 및 고객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현재 카카오뱅크는 비상장 기업이다. 최근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를 받았다. 앞으로 카카오뱅크가 증시에 상장하면 금융권 1위인 KB금융그룹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KB금융의 시가총액은 20조원에 이른다.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기술과 금융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점이 카카오뱅크의 몸값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금융 부문을 담당하는 김윤주 파트너는 “저금리로 (은행) 예금은 줄고 투자를 시작하는 연령대는 낮아지는 추세”라며 “이런 고객들이 카카오뱅크 앱 안에서 증권 계좌를 만들고 펀드·보험에 가입하면 (카카오뱅크의)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국민이 카카오톡(메신저)을 이용한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고객들이 카카오에 록인(lock-in·이용자 묶어두기) 되고 있다”며 “시중은행을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고 이용할 필요도 못 느끼는 고객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영업전략은 시중은행은 상당히 다르다. 카카오뱅크가 취급하는 대출의 약 80%는 개인 신용대출이다. 나머지 20%는 전세자금대출이다. 시중은행의 대출에서 평균 46%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 대출은 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는 아직 주택담보대출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은 “서류만으로 해결되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대부분 대면으로 이뤄진다”며 “설비의 존재와 실제 매출의 발생 여부 등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채널만 운영하는 카카오뱅크 입장에선 (기업대출 취급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위험 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에서 신용등급 1~2등급의 우량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84.2%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이후 2조원 규모의 중금리 사잇돌대출도 했다.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면 서울보증보험이 대신 책임지는 상품이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에는 부실 위험이 없다.

서 교수는 “카카오뱅크는 우량 고객 위주의 소매금융에 치우쳤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카카오뱅크 같은) 상업은행이 국책은행처럼 정책금융에 주력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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