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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처럼’ 구본준 4개사 분할, LG서 독립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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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LG와 구본준(69) 고문 측 간 계열 분리가 본격화됐다. 시장 예상과 달리 구 고문은 지분 교환 대신, 신설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독립 경영을 결정하면서도 LG그룹과 조카인 구광모 ㈜LG 대표에게 최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분교환 대신 지주사 신설 택해 #조카 구광모에 부담 덜주는 방식 #실리콘웍스로 부품사업 주력할 듯 #LG그룹 인사, 여성 임원 최다 승진

구본준

구본준

26일 ㈜LG는 이사회를 열고 LG상사·실리콘웍스·LG하우시스·LG MMA 등 4개 회사를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신설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는 구본준 고문과 LG상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송치호 고문이 맡는다. 이는 2004년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비롯한 허씨 일가가 LG에서 독립해 GS를 세웠을 때와 같다.

㈜LG와 구본준 고문 측(㈜LG신설지주)의 기업분할비율은 0.912 대 0.088로 정해졌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계열분리안이 승인될 경우, ㈜LG 기존 주주는 분할비율만큼 기존 법인과 신설법인의 주식을 갖게 된다.

숙부와 조카의 계열 분리는 16년 전 구씨와 허씨 일가처럼 상호 윈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구광모 대표의 ㈜LG는 LG CNS 지분(약 35%), 서브원 지분 등을 매각한 대금(약 1조9300억원)을 손실 없이 그대로 신사업 분야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숙부 구 고문이 보유한 주식 1조원어치(7.72%)를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는 부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LG는 “핵심사업인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계열 분리안에 따라 구본준 고문 측이 LG상사의 자회사 판토스(물류업체)를 경영할 경우, LG전자·LG화학 등 주력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구 고문이 ㈜LG 지분을 팔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구광모 대표의 우호지분 역할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LG 지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LG 지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구본준 고문은 본인의 장기인 부품사업을 이어갈 수도 있게 됐다. TV에 장착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설계하는 실리콘웍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 잔뼈가 굵은 구 고문이 이전부터 눈여겨봤던 계열사다. 구 고문은 LG필립스(LG디스플레이의 전신) 시절부터 디스플레이 사업에 참여해왔다. 실리콘웍스를 통해 구본준 고문 측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사업을 확대할 수도 있다. 구 고문은 1997년 LG반도체 대표로 재직했을 당시 정부의 빅딜 조치로 인해 D램 위주의 현대전자에 회사를 넘겨줘야만 했다.

이날 LG그룹은 주요 계열사가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세대교체보다는 ‘안정 속 혁신’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LG그룹 인사

LG그룹 인사

올해 임원 인사 규모는 총 181명으로 지난해(168명) 대비 소폭 늘었다. 이방수 ㈜LG 사장, 손지웅 LG화학 사장, 이명관 LG경영개발원 사장, 손보익 실리콘웍스 사장, 이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사장 등이 신규 선임됐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하현회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신규 CEO가 됐다.

이는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60대 이상 CEO급 인사가 대부분 물러난 것과 대비된다. 코로나19 등 경영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혁신을 해나가겠다는 구광모 LG 대표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임원(상무 승진)도 124명으로 지난해 106명을 웃돌았다. 특히 45세 이하 신규 임원은 24명으로 지난 2년간 각각 21명이었던 것에 비해 늘어났다. 최연소 임원은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 지혜경 상무(37세·여성)이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980년대생 신임 임원은 총 3명이 발탁됐다. LG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역과 연구개발(R&D), 엔지니어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젊은 인재에 대한 승진 인사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여성 임원 역시 올해 전무 승진 4명, 신규 임원 선임 11명 등 역대 최다인 15명이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김희연 전무), LG유플러스(여명희·김새라 전무) 등 2개사는 최초의 여성 전무를 배출했다. 그룹 내 여성 임원은 39명(지난해 말)에서 51명으로 늘게 됐다.

김영민·장주영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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