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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승계 구도 굳히기'…조현범 사장, 지주회사 대표에

중앙일보

입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연합뉴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연합뉴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26일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형 조현식 대표이사 체제에서 조현식∙조현범 각자 대표 체제로 바꾼 것이다. 경영권 분쟁 속에 재판까지 받아 온 조현범 사장이 승계 구도 굳히기에 들어간 거란 해석이 업계에선 나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기존 조현식 대표이사 체제에서 조현식∙조현범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종전과 업무상 달라진 건 없고,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형 조현식 부회장은 그룹 브랜드와 계열사 시너지에, 동생 조현범 사장은 신성장 동력 확보에 각각 주력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형 조현식 부회장과 큰 누나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공격을 받고 있는 조현범 사장이 지주사 대표로 취임하며 승계 구도를 굳히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이날 납축전지 사업을 하는 자회사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흡수 합병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현범 사장이 배터리 등 차세대 신사업을 관장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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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사장은 그간 하청 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 20일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실형을 면하자 곧바로 지주사 대표로 복귀한 것이다. 조 사장은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직을 사임했었다.

한국타이어 일가의 갈등은 올해 6월 조현범 사장이 시간외 대량매매로 아버지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지분 23.59%를 모두 인수해 자신의 지분을 42.90%로 늘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전엔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현범 사장(19.31%)의 지분이 거의 같았다. 장녀 조희경 이사장(0.83%), 차녀 조희원씨(10.82%) 지분을 포함해 총수 일가의 지분은 73.92%다.

조 사장의 지분 인수 한 달 뒤인 지난 7월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서울가정법원에 청구했다. 아버지가 온전한 상태에서 막내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결정을 할 리가 없다는 취지였다. 여기에 지난달 조현식 부회장이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고, 조희원 씨도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사장과 형·누나들의 분쟁 구도가 가시화했다.

한정후견 심판은 지난 25일 개시했다. 미국에서 귀국해 자가격리 후 첫 번째 면접조사를 받은 조희경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조현범 사장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기 전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아버지가 생각했던 소유와 경영의 분리, 기업의 승계 과정은 투명하고 회사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신념을 지켜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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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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