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아날로그 감성의 골목길…요즘 핫하다는 '그곳'

중앙일보

입력 2020.11.26 15:00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50)  

서울숲과 성수동은 나와 남편의 단골 산책길이다. 특별한 주말 스케줄이 없으면 종종 나서는 곳인데, 집에서 나와 한강 둔치를 따라 30분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어 가벼운 산책 코스로 좋을 뿐더러 공원 뒤쪽 골목 카페에 들러 티타임을 하고 돌아오기에도 적당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집 앞에는 서울숲을 거쳐 성수동으로 향하는 마을 버스도 있어 가끔은 버스를 타기도 한다. 차를 가지고도 가는데, 성수동 한중간에 있는 이마트에서 장을 보기 위해서다. 이때도 잠시 마트 밖으로 나가 근처 골목을 돌고 차 한잔을 마시고 온다. 이렇게 10년 가까이 다니다 보니 그동안 그곳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자연스레 보였다.

2011년 서울숲 공원 옆에 고급 주상복합건물인 갤러리아 포레가 세워졌을 때만 해도 높은 빌딩 두 채가 덩그러니 서 있을 뿐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대성갈비가 있던 노포 골목은 그때도 유명했지만 지금 같은 카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후 밀도, 보난자 같은 줄을 서는 빵집이 생겼고, 2016년에는 공원 바로 옆에 소상공인의 숍과 카페, 전시장이 컨테이너로 구성된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오픈했다. 공원 뒤 주택가 골목에 가정집을 개조한 개성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인 것 같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쯤 공원 대각선편으로 메가박스까지 오픈해 라이프스타일 클러스터로 한 단계 진화했다.

성수동에 새롭게 조성된 상업공간 성수낙낙에 오픈한 이케아의 팝업 스토어 이케아 랩. [사진 김현주]

성수동에 새롭게 조성된 상업공간 성수낙낙에 오픈한 이케아의 팝업 스토어 이케아 랩. [사진 김현주]

성수동도 마찬가지였다. 이마트는 그때도 있었지만 지하철 서울숲역과 뚝섬역과 성수역 사이 골목에는 자동차 정비소, 신발 공장, 물류 창고 등 벽돌형으로 지어진 오래된 낮은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패션 브랜드가 대관 행사를 하던 대림창고(이곳 역시 물품 보관 창고였다)와 바로 위쪽에 위치한 카페 자그마치, 이 정도가 눈에 띄는 공간이랄까.

그러던 이곳이 지난 몇 년 동안 힙스터가 모이는 지역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과거 공장의 골조에 철제와 나무 등 빈티지한 느낌으로 제작한 가구를 들인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의 카페가 하나둘 오픈하면서 거칠지만 소박한 아날로그 감성의 성수동 스타일이 시작되었다. 이후 이런 분위기를 선호하는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강남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아티스트 작업실과 연예 기획사까지 하나둘 오픈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의 가장 트렌디한 동네가 되어 각종 브랜드의 행사와 팝업 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지난 주말 오후에도 남편과 성수동으로 산책을 나섰다. 마침 스웨덴의 가구브랜드 이케아의 팝업 스토어 ‘이케아랩’이 오픈했다기에 들러 보기로 했다. 성수동에는 얼마 전까지 시몬스의 하드웨어스토어와 하이트 진로의 두껍상회 등의 팝업 스토어가 열리기도 했는데,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이곳을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이케아랩은 지속가능성을 컨셉으로 전시 공간과 제품 구매가 가능한 숍, 이케아의 음식을 팔고 있는 푸드랩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자동차 정비소 건물을 활용한 아모레 성수는 메이크업 클래스와 제품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중정에 심어 놓은 크고 작은 나무들이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휴식을 선사한다.

자동차 정비소 건물을 활용한 아모레 성수는 메이크업 클래스와 제품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중정에 심어 놓은 크고 작은 나무들이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휴식을 선사한다.

친구와 함께 온 20대부터 가족과 함께한 30, 40대, 우리처럼 부부가 나온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이야말로 오래된 동네 성수동이란 공간이 주는 매력처럼 보였다. 이케아랩은 SK 디앤디(D&D)의 신축건물 ‘성수낙낙’에 위치하는데, 방문객과 지역민에게 낙낙한 여유를 선사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이름에 담았다고 한다. 기존 건물의 골조 위에 만들어진 곳은 아니지만 성수동 다른 곳의 분위기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게 조성된 상업 공간처럼 보였다.

내친김에 근처에 있는 ‘아모레 성수’도 가보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뷰티 체험공간으로 작년에 오픈한 곳이다. 자사의 모든 브랜드 제품을 체험하고 메이크업 클래스도 진행하며, 샘플까지 받아갈 수 있는 일종의 소통 장소다. 판매는 하지 않는다.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곳으로 중정의 꽃과 나무를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화장도 해 보는 등 일종의 뷰티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붉은 벽돌 건물의 아더 에러 플래그십 앞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붉은 벽돌 건물의 아더 에러 플래그십 앞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위층에는 설록차 카페가 있어 할인된 가격으로 차 한잔 마실 수도 있다.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을 수밖에 없다.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아더 에러의 플래그십 앞에는 족히 스무 명은 돼 보이는 20~30대가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매 시즌 아티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비주얼 작업을 선보이는 패션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더 에러의 두 번째 플래그십.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브랜드와 연결한 이곳의 유니섹스풍 옷은 젊은 힙스터의 쇼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서울에서 요즘 제일 핫하다는 동네 성수동에 사람들이 모이는 건 익숙한 동네 골목에 위치한 레트로한 매력의 공간들 때문이다. 계획대로 조성된 지역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이 엿보이는 건물과 집 사이로 동네의 느낌을 해치지 않은 개성 있는 공간이 생겨왔고, 이런 시도가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대로변 빌딩 사이가 아니라 골목을 도는 즐거움도 있다. 옛 정취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지역을 20~30대는 트렌디하다고 생각하고, 그 윗세대는 추억과 휴식의 공간으로 여긴다. 나와 남편처럼 말이다. 소위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만하다)하다는 성수동 골목에서 사진 한장을 남겼다. 힙스터 스타일로!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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