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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또 불복…"선거 조작됐다" 스피커폰으로 11분간 폭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공화당 청문회에서 또 한번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대선 불복 의사를 밝혔다. 연방 총무청(GSA)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트럼프 행정부는 정식으로 인수·인계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통보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또다시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대선 결과에 승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또다시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대선 결과에 승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AP·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이 ‘선거 사기’를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 전화 연결을 통해 “이번 선거는 조작됐다. 선거를 뒤집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우리(공화당이)가 쉽게 이긴 선거였다. 우리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면서 “부정 선거와 관련한 ‘모든 증거’와 ‘모든 진술서’가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증거는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판사가 정치적 견해 없이 우리의 주장을 듣게 해야 한다”며 선거 관련 소송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11분간 이뤄졌고, 청문회에 참석한 제나 엘리스 변호사의 휴대전화 스피커를 통해 청문회장에 공유됐다. 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숨 가쁘게 폭언을 쏟아냈고, 청문회장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주최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A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주최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AP=연합뉴스]

공화당이 주최한 이번 청문회는 부정 선거를 증명할 증인과 증거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는 성명을 내고 “선거 부정과 사기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행하는 유일한 방법은 증인, 동영상, 사진, 기타 증거가 포함된 청문회를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도 줄리아니 변호사와 함께 이날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대선 캠프 법률팀 보리스 엡슈타인 고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자, 행사 참석을 돌연 취소했다. 공화당은 앞으로 애리조나주와 미시간주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GSA와 백악관 등에 바이든 당선인 측이 정권 인수를 위한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요 경합주도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속속 인증하고 있다. 미시간 주는 대선 개표결과를 인증하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했다. 바이든이 승리한 것으로 집계된 애리조나와 위스콘신도 각각 30일과 다음 달 1일 개표 결과 인증 마감일을 앞두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도 67개 카운티 대부분이 개표 결과를 인증한 상태로, 곧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승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허위 주장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권력을 유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한 번의 놀라운 선언이자 민주적인 선거와 유권자들의 의지를 뒤집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CNN도 “이번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 대한 신뢰를 약화하고, 조 바이든 당선인의 정당성을 공격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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