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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마라도나는 종교이자 국가였다…아르헨티나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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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의 벽화가 그려진 장소에서 소년 축구팬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라도나의 벽화가 그려진 장소에서 소년 축구팬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민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를 떠나보낸 아르헨티나는 눈물바다가 됐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마라도나는 국가의 얼굴이자 종교적인 수준의 신뢰를 주는 인물이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26일 마라도나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직후 성명을 내고 “26~28일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마라도나의 시신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에 안치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대통령실은 일반인들이 마라도나를 추모할 수 있도록 대통령궁을 개방할 예정이다.

마라도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아르헨티나의 축구팬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티그레에 위치한 고인의 자택에 몰려들어 추모의 인사를 건넸다. 시신이 안치된 안치소와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 랜드마크인 오벨리스크, 고인의 친정팀 보카 주니오르스의 홈 경기장 등에도 축구팬들이 몰려들어 고인을 추모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마라도나를 추모하는 축구팬들이 밝힌 촛불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마라도나를 추모하는 축구팬들이 밝힌 촛불들. [AP=연합뉴스]

축구팬들은 신을 뜻하는 스페인어 ‘디오스(DIOS)’에 마라도나의 등번호 10번을 결합한 ‘D10S’라는 단어가 적힌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내걸며 영웅의 사망을 애도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에는 마라도나를 ‘살아 있는 축구의 신’으로 여기고 믿는 신흥종교가 탄생했을 정도로 마라도나에 대한 자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은 남다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도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서 마라도나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마라도나 또한 여러 번 자선경기를 개최한 뒤 그 수익금을 교황청에 기부하는 등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현역 은퇴 이후에는 지도자로 거듭나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비롯해 많은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2010 남아공월드컵 때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마라도나가 사령탑에 오른 아르헨티나와 본선 조별리그 맞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을 알현하는 마라도나. [AP=연합뉴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을 알현하는 마라도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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