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광고 정책을 대폭 바꾼다. 현재 일정 기준 이상의 동영상에만 붙던 광고가 내년 중에는 모든 영상에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광고가 붙은 유튜브 채널 운영자에게도 광고 수익이 생기는 걸까. 아니다. 이 때문에 유튜버들도 불만, 이용자들도 불만이다. 유튜브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무슨 일이야?
ㆍ유튜브는 지난 18일 서비스 약관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했다. '유튜브가 수익화(monetize)할 권리'라는 제목과 함께 '유튜브는 플랫폼내 모든 콘텐트를 통해 수익을 추구할 수 있으며, 광고는 모든 영상에 붙을 수 있다'는 것.
ㆍ종전에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가입한 채널 영상에만 광고가 붙었다. YPP는 최근 12개월간 채널 동영상 시간이 4000시간, 구독자 1000명 이상인 채널들만 가입할 수 있다. YPP에 들어가야 광고도 붙고, 유튜브로부터 광고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 YPP에 속하지 않은 모든 소규모 채널에도 광고가 붙게 된다.
ㆍ유튜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영상에 광고를 붙는 건 아니고 광고에 적합한 영상을 선별해 광고를 붙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기준으로 광고를 붙일 영상을 정하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게 유튜브 입장.
ㆍ이번에 바뀐 규정은 미국엔 즉시 적용됐으며, 한국 등 미국 이외 지역에선 내년 중반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게 왜 중요해?
ㆍ'창작자와 수익 분배'를 내세워 성장한 유튜브가 '이제부턴 수익을 추구하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 유튜브는 이번 광고 정책에 대해 "구독자 1000명 미만인 소규모 유튜버들에게는 광고 수익을 배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존 YPP에 가입된 유튜버들은 광고 수익을 유튜브와 55대 45 비율로 나누는데, 소규모 채널에 붙는 광고 수익은 유튜브가 다 가져가겠다는 것.
ㆍ이 규정이 바로 적용된 미국에서 특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 포브스는 "소규모 유튜브 채널은 광고가 없어서 시청자들이 방해받지 않고 영상을 즐기고, 또 창작자들은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이제 이와 같은 선택권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포브스는 유튜버들을 인용, "이런식으로 소규모 크리에이터들을 죽일수는 없다", "유튜버들의 힘든 노력에 대해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ㆍ이번 정책 변경으로 유튜브는 광고 수익과 유료 구독이 모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고를 뿌릴 수 있는 영상이 늘어날 것이고, 광고를 보기 싫은 이용자들은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료 구독상품(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는 지난 9월부터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월 8690원에서 1만450원(안드로이드 기준)으로 올렸다.
그런데 유튜브는 왜 그래?
유튜브는 이번 광고 정책 변경의 이유로 '이용자들에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영상 스트리밍·플랫폼 안정화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광고 수익을 이에 활용하겠다는 것.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유튜브와 이를 운영하는 구글은 최근 수익 창출에 몰두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앱스토어인 '플레이 스토어'에서 인앱결제 의무화 ▶무제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던 구글 포토 서비스 유료화 ▶유튜브 광고 수익 구조 변경 등 수익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들을 잇따라 내놨다.
ㆍ'무료'와 '개방'은 구글과 유튜브가 빠르게 성장해 글로벌 1위를 굳힐 수 있었던 비결이다. 서비스 이용에 '가격 장벽'을 없애 이용자와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에 모여들도록 한 것. 그러다 압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나서부터는 주요 서비스들을 유료로 전환하고 있다.
ㆍ이번에 광고 정책을 바꾼 유튜브는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시대'의 최대 수혜 플랫폼 중 하나다. 유튜브의 올해 3분기 광고 매출은 50억 4000만달러(약 5조5800억원)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유튜브 전체 매출도 2018년 112억달러(약 12조 4000억원)에서 지난해 151억 5000만달러(약 16조 7800억원)로 뛰었다.
하선영·김정민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