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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내가 듣고 싶은 말보다 들어야 할 말 해줄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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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초대 외교안보팀을 소개하며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초대 외교안보팀을 소개하며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이 팀과 함께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할 것입니다. 모든 공무원, 외교관, 정보 전문가들이 정치적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맡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보장하겠습니다. 이들은 나에게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내가 들어야 하는 말’을 해줄 것입니다.”

블링컨 국무, 케리 특사 등 6명 소개 #“미국이 돌아왔다는 걸 보여줄 팀” #트럼프 퇴임 후 수사 관련 질문엔 #“법무부를 수단으로 쓸 생각 없다”

‘권력 사유화’ 트럼프와 차별화 선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초대 내각의 외교안보팀 여섯 명을 소개하며 이처럼 말했다. 실력과 도덕성이 아닌 충성심과 개인적 인맥을 기준으로 국가 주요 공직을 채워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들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선언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함께 단상에 오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자,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DNI) 후보자,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대표부 대사 후보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존 케리 기후변화 대응 특사 지명자를 차례로 소개했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팀”이라면서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은 헤인스 국가정보국장 후보자를 소개하며 전문성뿐 아니라 그의 ‘직설화법’을 발탁 사유 중 하나로 들어 눈길을 끌었다. “헤인스는 항상 적극적으로 진실을 말하고, 의사 결정권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불필요한 표현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헤인스가 우리 안보에 위협을 감지하면, 올바른 사람들이 제대로 행동에 나설 때까지 계속 경고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헤인스도 바이든 당선인을 바라보며 이에 호응하는 듯한 소감을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님. 우리를 지명한 건 당신들이 아니라 미국민을 섬기라는 뜻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님, 당신은 내가 권력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을 결코 피한 적 없다는 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국가정보국장으로서 내 임무가 될 것입니다. 내가 바로 그렇게 하기를 당신이 바란다는 걸 잘 알기에 내가 후보직 제안을 수락한 것입니다. 당신은 정보기관의 견해를 중시할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설령 내가 당신에게 하는 말이 당신을 불편하고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아첨 따위 하지 마라’는 대통령과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다’는 국가정보국장의 조합은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며 쌓은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물리학도에서 북카페 주인, 법학도에서 관료로 변신을 거듭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헤인스는 여성 최초로 중앙정보국(CIA) 부국장(2013~2015년)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수석 부보좌관(2015~2017년)으로도 일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법무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NBC 앵커 레스터 홀트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민주당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면 그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길 원하는데, 같은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지금의 대통령이 했듯이 하지 않을 것이다. 법무부를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수단(my vehicle)으로 쓰지 않을 것이다”고 우선 전제했다. 이어 “주 차원에서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 내가 관여하고 말고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내가 집중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라) 미국 국민에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확실성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며 무너진 중산층의 회복 등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내 법무부는 대통령의 정치적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로저 스톤에 대한 검찰의 구형을 낮추는 데 개입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법무부가 변론하려다 법원이 이를 저지한 적도 있다. 이번 대선 직후에는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이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지시, 선거 범죄를 총괄하는 검사가 사표를 냈다.

바이든 “오바마 3기 되는 일 없을 것”

한편 바이든 당선인은 인터뷰에서 “상황이 달라졌기에 차기 행정부가 ‘오바마 3기’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초대 외교안보팀 인사들이 모두 오바마 행정부 1기나 2기 때 고위직을 지내 사실상 과거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한 반박 격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며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 아니라 나 홀로 미국(America alone)이 됐다. 동맹들은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공화당원도 기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엔 “그렇다. 나는 이 나라가 통합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또 연방 총무청(GSA)이 인수인계 절차를 공식 개시한 것과 관련, “마지못해 하는 게 아니라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비판을 자제했다. 그는 “이르면 내일부터 (최고급 정보와 기밀을 담은) ‘대통령 일일 브리핑’을 받아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울=백희연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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