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역사 반복된다.같게,다르게,웃기게

중앙일보

입력 2020.11.25 19:48

업데이트 2020.11.25 19:54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배제로 출근하지 않은 가운데 그의 얼굴이 그려진 배너가 세워져 있다. 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자. 뉴스1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배제로 출근하지 않은 가운데 그의 얼굴이 그려진 배너가 세워져 있다. 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자. 뉴스1

추미애의 윤석열 쫓아내기..황교안의 채동욱 쫓아내기 똑같다
7년전 채동욱 응원했던 문재인 조국 트윗..부메랑 조롱거리 돼

1.

‘역사는 되풀이된다.’

 2500년전 그리스 역사학자(투키디테스) 말입니다.

윤석열 총장이 쫓겨나고 있는 과정을 보면 2500년전 예지에 소름 돋습니다.
윤석열 사건은 불과 7년전 박근혜 정권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쫓겨나던 상황의 반복입니다.

2.

원인은 같습니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직접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2013년 당시 채동욱은 막 출범한 박근혜 정권 탄생을 도왔던 국정원 댓글조작 팀을 추적했습니다. 이 사건을 파고드는 것은 박근혜 당선무효를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당사자인 국정원이 나섰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를 언론에 흘렸습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채 총장이 물러났습니다.
당시 채동욱이 임명한 댓글사건 수사팀장이 윤석열입니다.

3.

윤석열을 다시 호출한 사건은 2016년 12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최순실 사건) 특검입니다.
특검 수사팀장으로 윤석열이 돌아왔습니다.

박근혜 정부에 의해 발탁됐다가 곧바로 좌천됐던 윤석열이 박근혜의 몰락과 함께 다시 부활했습니다. 그 결과 박근혜는 탄핵당하고 새로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탄생의 공신이 된 윤석열을 ‘우리 총장님’으로 모셨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까지 당부했습니다.

4.

그런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윤석열이 진짜로, 또,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했습니다.

청와대가 놀란 건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수사입니다. 대통령이 ‘(절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를) 도와주라’고 말하는 바람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선거개입 사건에도 칼을 들이댔습니다.
그리고 최근 감사원의 원전조기폐쇄 감사결과에 근거한 ‘조작의혹’수사에 이르기까지..

청와대가 보기에, 이건 분명히 대통령을 겨냥한 불충입니다.

5.

진행경과는 비슷하면서 조금 다릅니다.

비슷한 건.. 법무장관이 총장을 사찰하고 가족문제 등을 들쑤셔대는 겁니다.
다른 건.. 윤석열은 제발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점입니다.

윤석열은 채동욱 사건을 겪어본 당사자입니다.
그래서 미리미리 주변을 단속해왔기에 허점이 별로 없습니다.
소송으로 끝까지 간다는 전략이 미리 준비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슷한 재판사례를 검토해본 결과, 끝까지 가면 이길 것이란 확신도 있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추미애의 밀어내기는 너무 허점이 많습니다.

6.

웃기는 건.. ‘역사가 반복될 것’이란 경고를 몰랐던 문재인과 조국입니다.

문재인이 채동욱 추방 당시 남긴 트위터입니다.
‘결국..끝내..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무섭습니다.’

조국이 당시 남긴 트위터는 더 적확합니다.
‘(채동욱)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국정원 선거개입)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구나!’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주세요.’

7.

다들 문재인 조국 트위터 조롱하기 바쁩니다.

윤석열의 법정투쟁이 이어지는 동안 이런 역사의 되풀이는 이어질 겁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그 어리석은 역사를 계속 살아내야 한답니다.
우스꽝스럽지만 슬프게도..
〈칼럼니스트〉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