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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위구르족 박해” 첫 언급에 中 "근거 없어" 반발

중앙일보

입력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해 “박해받고 있다(persecuted)”고 언급하자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교황의 언급에 대해 “근거가 없다”면서 “중국에는 56개 민족이 있으며 위구르족은 중화 민족이라는 대가족의 평등한 일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는 일관되게 소수민족의 합법 권익을 보호한다”며 “현재 신장에서 각 민족은 생존권과 발전권을 충분히 누리고 있고 종교와 신앙의 자유는 법에 따라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다음 달 1일 출간하는 『렛 어스 드림: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Let Us Dream: The Path to A Better)』에서 위구르족을 언급했다. 이슬람국가에서 박해받은 기독교인들을 언급하면서 “나는 종종 박해받는 민족들을 생각한다. 로힝야족, 안타까운 위구르족, 야지디족 등이다”라고 적은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 등은 중국 신장자치구 내 수용소에 100만 명 이상의 위구르족이 갇혀있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은 이를 부정하며 테러리즘과 과격주의를 막기 위한 직업교육과 연수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해왔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2017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380개의 수용 시설이 지어졌다고 밝혔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2017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380개의 수용 시설이 지어졌다고 밝혔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교황이 미얀마를 탈출한 로힝야족이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민족 말살 공격을 받은 야지디족과 관련해 목소리를 낸 적은 있지만 위구르족 탄압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은 교황이 그동안 바티칸과 중국 정부의 협정을 이유로 위구르족에 대한 발언을 꺼려온 것으로 분석했다. 교황청은 지난달 22일 중국과 2018년 9월 맺은 ‘주교 임명 합의’를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주교 임명 합의는 중국 정부가 임명한 주교 7명을 바티칸 교황청이 공인하는 대신 중국 정부는 교황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전 세계에서 주교 임명이 교황의 절대적 권한으로 여겨지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4년간 추진해온 ‘중국 견제’ 전략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뒤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소수민족 탄압 등 인권 문제를 비판해왔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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