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차마 경매로 보낼 수 없었다? 유족, 권진규 조각 8점 출품 취소

중앙일보

입력

 추정가 2억5000만원~5억원의 1968년 작 상경. 테라코타, 32.2x24.3x42.2(h)cm, [사진 케이옥션]

추정가 2억5000만원~5억원의 1968년 작 상경. 테라코타, 32.2x24.3x42.2(h)cm, [사진 케이옥션]

추정가 2억 5000만원~5억원의 작품 등 케이옥션 11월 경매에 나왔던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작품 8점이 경매일인 25일 전격 출품 취소됐다. 본래 이날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된 권진규의 작품은 총 9점이었다. 이 중 유족 측이 내놓은 8점 출품이 모두 취소된 것이다. 나머지 한 점 '혜정'은 다른 소장가가 내놓은 것으로 이날 경매에서 1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혜정'의 추정가는 2~4억원이었다.

25일 오후 4시 경매 이뤄지지 않아 #유족 "고민 끝에 결단..이해해달라" #총 9점 중 8점 취소로 1점만 거래 # '혜정' 1억8000만원에 낙찰돼

권진규 작가의 조카인 허경회 권진규기념사업회 대표는 “사정상 작품 8점을 케이옥션 11월 메이저 경매에 위탁했으나 많은 고민 끝에 경매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지난 9월 초 권진규 작품 관련 소송이 마무리된 뒤 관계 회사 측과 작품 인도·인수 절차를 협의해 작품들을 모두 잘 받아올 수 있게 됐다. 나머지 자금 마련을 위해 그중 8점을 경매에 위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5일 경매에서 1억8000만원에 낙찰된 '혜정'. 추정가는 2~4억원이었다. 이 작품은 유일하게 유족이 아니라 다른 소장가에 의해 출품돼 이날 경매가 이뤄졌다. [사진 케이옥션]

25일 경매에서 1억8000만원에 낙찰된 '혜정'. 추정가는 2~4억원이었다. 이 작품은 유일하게 유족이 아니라 다른 소장가에 의해 출품돼 이날 경매가 이뤄졌다. [사진 케이옥션]

유족 측은 출품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경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권진규 작품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족이 권진규 작품을 미술 시장에서 완전히 거둬들이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어찌 됐든 유족은 개인 소장가에게 넘어갔다가 대부업체의 담보로 잡혔던 작품을 찾아오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8점을 경매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권진규, 말과 소년 기수, 테라코타, 36.5x32x35(h)cm, 1965 .1억 2000 만 원~ 3 억원.[사진 케이옥션]

권진규, 말과 소년 기수, 테라코타, 36.5x32x35(h)cm, 1965 .1억 2000 만 원~ 3 억원.[사진 케이옥션]

권진규의 작품과 기록물 700여 점은 권진규미술관 건립을 전제로 한 업체에 넘어갔다가 대부업체의 담보로 잡혀 있었다. 이에 미술관 건립 약속이 이행되지 않자 유족은 작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이 40억원을 변제하고 작품을 돌려받을 수 있게 유족 손을 들어줬다. 유족은 최근 자산 매각과 대출로 30억원을 변제한 후 나머지 10억원 마련을 위해 작품 8점을 경매에 출품한 상태였다. 이번 출품 취소로 유족은 앞으로 시장에  내놓을 작품 목록을 다시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

허 대표는 "2022년이 권진규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 전에 많은 이들이 잘 마무리되고 서울시립미술관 기증 계획도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이은주 기자의 다른 기사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