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1년만에 中 왕이 외교부장 면담…미·중 외교 '줄타기'

중앙일보

입력 2020.11.25 16:30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을 접견한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년 만에 성사된 청와대 접견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핵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릴 때까지 중국 정부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현재 국제정세는 일방주의, 그리고 강권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문 대통령 앞에서 미국을 비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핵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릴 때까지 중국 정부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현재 국제정세는 일방주의, 그리고 강권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문 대통령 앞에서 미국을 비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외교가에서는 왕 부장의 방한에 대해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둔 중국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왕 부장은 방한에 앞서 일본을 먼저 방문했다. 한ㆍ일 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중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체제에서 미국과 갈등을 겪어왔다. 동맹국을 중시하는 바이든 체제에서 이러한 갈등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2일 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한국을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린치핀’(linchpin, 핵심축)”이라고 했다. ‘인도ㆍ태평양’은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 라인을 의미한다. 이 전략에 동맹국인 한국이 동참하라는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놓쳐서는 안 될 상대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미ㆍ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어 미ㆍ중 대결 양상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요성은 왕 부장의 이번 한ㆍ일 연쇄 방문 일정에도 반영돼 있다.

왕 부장은 일본에 1박2일 머물렀지만, 한국에는 2박3일 머문다. 왕 부장은 이 기간 문 대통령을 비롯해 박병석 국회의장,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건영ㆍ이재정 의원 및 홍익표 민주연구원장 등 외교 핵심 인사를 두루 만날 예정이다.

25일 일본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을 만난 왕 부장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성공적 체결을 위한 일본의 건설적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을 희망한다”라고도 했다. 왕 부장은 이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도 면담했다. 중국 측 발표문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왕 부장은 26일 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시 주석의 조속한 방한에 대한 공감대가 변하지 않은 가운데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만 했다. 시 주석이 연내 방한할 경우 한ㆍ중 정상은 2017년 12월 문 대통령의 방중 이후 3년 만에 마주 앉게 된다.

중국은 한국의 제1위 교역국이다. 통상 시 주석의 방한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ㆍ한류금지령) 해제를 의미한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 주석의 방한이 한ㆍ중 경제협력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15년 9월 24일 미국 워싱턴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당시 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9월 24일 미국 워싱턴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당시 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중앙포토]

다만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대미(對美) 외교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화여대 박인휘 교수(국제관계학)는 “한국의 국제위상과 경제규모가 이제 미ㆍ중 간 양단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닌 상황”이라며 “다만 내년 1월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중국과의 정상회담은 불필요한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미·중 요구 사이에서 국가 실리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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