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장관 부하 아니다" 그후···"추미애 한달넘게 칼 갈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25 15:56

업데이트 2020.11.25 16:3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추 장관이 잠시 나왔다가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고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추 장관이 잠시 나왔다가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고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발표하기까지 최소 한 달 이상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검찰 내부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2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는 작심 발언을 쏟아낸 직후부터 밑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5차례 尹 겨냥한 감찰 지시  

25일 검찰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윤 총장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다섯 차례의 감찰을 지시하면서 직무집행정지를 예고했다.

첫 감찰 지시는 지난달 16일 라임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편지를 통해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게 로비하고 검사들에게 접대했다'고 밝힌 당일 법무부에 직접 감찰을 지시한 것이다. 지난달 22일 대검 국감에서 윤 총장이 "(검사 관련 비위)를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자 대검 감찰부까지 합쳐 '합동 감찰'을 하라고 재지시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6일 종합국감에 출석해 윤 총장과 언론 사주와의 만남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에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옵티머스 펀드 관련 사건을 무혐의한 처리한 것과 관련한 감찰도 지시했다. 지난 6일에는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을 조사하라고 대검 감찰부에 지시했다.

직무정지 사유인 '조사 불응'으로 규정 

추 장관의 감찰 지시를 근거로 법무부 감찰관실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를 시도했다. 지난 17일은 감찰관실 소속 평검사들이 밀봉된 공문을 갖고 대검을 찾았다. 대검은 법무부가 사전에 윤 총장의 비위 혐의가 무엇인지 알리지 않고,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대면 조사를 시도하자 평검사들을 되돌려 보냈다.

같은 날 저녁 감찰관실은 대검찰청에 윤 총장 업무 관련한 자료제출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대검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 임박했음을 직감했다. 검찰 간부는 "요청한 자료의 종류와 양이 상당했고, 자료를 요청한 곳이 감찰관실이라는 점을 근거로 조만간 직무집행정지 명령이 내려질 것을 짐작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틀 후인 19일 법무부 알림을 통해 대검이 평검사들을 되돌려보낸 것을 직무집행정지의 사유인 '조사 불응'으로 규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한 다음날인 25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 출입구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배너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한 다음날인 25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 출입구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배너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연합뉴스]

발표 당일 장모 기소 

직무집행정지를 발표한 당일 오전부터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갔다. 점심 이후인 1시 40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박순배 부장검사)는 윤 총장의 장모 최모 씨를 의료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초 수사팀이 최 씨 측 변호사에게 25~26일 의견서를 제출할 것은 요청한 상태라 급박하게 기소가 결정된 이유를 놓고 의문이 제기됐다. 중앙지검이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의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후 5시 20분 법무부가 "오후 6시 윤 총장 감찰 관련 브리핑"을 예고했다. 이때 직무집행정지 발표가 기정사실로 됐다. 추 장관은 예정보다 5분 늦은 오후 6시 5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총장 직무집행정지를 발표했다.

"친정부 검사들이 협력" 

법무부 관계자는 "직무집행정지를 언제부터 준비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인지는 감찰과 관련된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은 감찰 지시 단계부터 직무집행정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고위 간부는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법무부와 친정부 검사들이 움직인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법무부가 공개한 총장 감찰결과에 대한 보도자료가 6페이지, 추 장관의 브리핑 자료가 17페이지다. 하루 이틀 준비한 것이라고 보기엔 양이 방대하다"고 봤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도 이날 이프로스에 "장관 혼자서 이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검사 그리고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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