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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돌린 한국GM, 불씨는 여전…기아차는 부분파업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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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4개월간 파행을 거듭했던 한국GM의 임단협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인천 부평 한국GM 본사 서문 전경. 연합뉴스

4개월간 파행을 거듭했던 한국GM의 임단협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인천 부평 한국GM 본사 서문 전경. 연합뉴스

한국GM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사측이 매년 진행하던 임금협상을 2년으로 바꾸자는 요구를 철회함으로써 소모적인 ‘매년 협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를 제외한 완성차 업계의 연쇄 파업 우려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한국GM 회사 측과 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임금협상 부분에서는 총금액에서 당초 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 측은 내년 초까지 조합원 1인당 일시금·성과급으로 300만원, 코로나 위기극복 특별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시금·성과급과 격려금 50만원은 12월 31일 지급, 나머지 격려금 50만원은 내년 1분기 이내에 지급한다. 당초 회사 측은 현재 매년 진행하는 임금협상 주기를 2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2년 치 임금에서 임금성 인상금액을 총 800만원(1년차 350만원, 2년차 450만원)으로 회사 측이 제시했던 것에 비춰보면 회사 제시안의 1년 어치에 대해 그대로 합의한 것이다.

금속노조 한국GM지부가 부분 파업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금속노조 한국GM지부가 부분 파업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사 측이 ‘2년 임금협상 주기’ 요구를 철회하면서 노조도 월 기본급 12만원 인상안을 양보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은 동결, 호봉승급분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양측의 양보로 잠정 합의안이 나왔지만, 고질적인 ‘매년 임금협상’ 관행은 결국 깨지 못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모적인 매년 임금 협상은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며 “임금협상 주기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달 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사 측은 당초 약속했던 부평1공장 투자계획을 보류한다고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잠정합의로 사 측은 “인천 부평1공장에 내년부터 1억9000만 달러(약 2100억원)의 설비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GM은 지난 10월 교섭 당시 노조의 미래 대책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의 파업이 계속되자 “계획을 보류한다”고 맞불을 놨다. 하지만 다시 투자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노사 잠정합의안에는 부평2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종의 생산 일정에 대해 시장 수요를 고려해 최대한 연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GM은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와 내수 판매 확대 등 미래 발전 방안을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만간 잠정 합의안을 조합원 찬반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하면 임단협 협상은 최종 타결된다.

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지난 7월 22일 협상을 개시한 뒤 이날까지 24차례 교섭을 벌였다. 지난달 23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해 생산 차질을 빚었고, 15일 동안 부분 파업도 벌였다. 거듭되는 생산 차질에 GM 협력업체 대표 100여명이 지난 19일 "살려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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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25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전날 사측의 요구로 파업을 하루 미룬 뒤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 전경. 연합뉴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25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전날 사측의 요구로 파업을 하루 미룬 뒤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 전경. 연합뉴스

기아차 부분파업 강행, 르노삼성도 먹구름

파행을 거듭하던 한국GM 노사의 임단협 잠정 합의로 차 업계 ‘연쇄 파업’ 우려는 사라졌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전날 사 측과의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25일부터 사흘간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주간 연속 2교대제 근무조 별로 하루 4시간씩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조만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연장 여부를 논의한다. 차후 교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존 공장 내 미래 차 부품공장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부터 6차례 본교섭을 진행한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강경파로 분류되는 박종규 노조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타결 가능성은 더 작아졌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일시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 측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를 들어 난색을 보이는 중이다.

한국GM의 임단협 잠정합의로 자동차 업계 연쇄 파업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4개월 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노사 협상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부산 본사 모습. 뉴스1

한국GM의 임단협 잠정합의로 자동차 업계 연쇄 파업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4개월 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노사 협상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부산 본사 모습. 뉴스1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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