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인스타 감성' 저격해 핫플레이스된 식물 카페

중앙일보

입력 2020.11.25 15:00

업데이트 2020.11.26 09:20

[더,오래] 김정아의 식(植)세계 이야기(7)

많은 가게가 눈물의 폐업을 하는 글로벌 팬데믹 시대에도 사람들이 찾아가는 장소들이 있다. 취급 품목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외적으로 수요가 늘거나 좋은 임대여건 등 환경을 갖추고 있는 점포들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최근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 요소가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같은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렸을 때 돋보이는 이른바 ‘인스타갬성’이 있는 장소인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한 지가 핫플레이스의 새로운 조건이 됐다.

가드닝과 플랜테리어(plant와 interior를 합성한 용어로 식물로 실내를 꾸미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인스타그래머블 트렌드까지 더해서 식물문화 공간과 식물카페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식물 공간들. [사진 정호성, 김정아]

최근 주목받는 식물 공간들. [사진 정호성, 김정아]

식물들이 있는 공간은 대체로 밝다. 식물이 잘 자라려면 충분한 빛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가 근사한 곳도 많다. 식물을 오브제로 잘 활용하거나 식물 자체로 플랜테리어가 돼서다. 인스타그래머블에 딱 맞는 조건이다.

고객은 식물이나 정원 구경을 하면서 음료를 마시고 식물을 살 수 있다. 식물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이런 곳들은 다른 마케팅 없이 직접 방문한 식덕들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고, 입소문을 통해 고객들이 찾는 것도 공통점이다.

온실 이외에는 식물원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늦가을, 식물이 멋진 공간들을 찾아보았다. 경기도 과천의 마이알레 과천빌리지는 대규모 정원과 온실, 카페와 식당, 리빙샵을 갖춘 식물복합공간이다.

마이알레 과천빌리지 입구. [사진 김정아]

마이알레 과천빌리지 입구. [사진 김정아]

이곳에서는 정원과 식물 구경을 하면서 차를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다. 2층에는 식물에 관한 책들을 모아 놓은 서적코너가 있고 식물과 화분, 디자인 제품을 살 수 있는 리빙샵도 있다. 과천 경마장 부근 참나무숲 초입에 여러 동의 건물을 둔 복합문화공간으로 식물을 보며 산책과 식사, 쇼핑을 함께 할 수 있다.

전국의 관엽식물 마니아들이 식물카페로 첫손에 꼽는 경기도 동탄의 꽃꽃한 당신. 이곳이 전국구 식물카페가 된 이유는 일반 꽃가게나 식물가게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희귀식물들을 구경하고 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식집사들 사이에서 동탄이 ‘식세권’으로 불리는 이유가 됐다. 희귀 관엽식물과 일반 식물을 재배하는 농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희귀관엽식물을 갖추고 있어,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고객들이 찾아온다.

꽃꽃한 당신 내부 모습. [사진 정호성]

꽃꽃한 당신 내부 모습. [사진 정호성]

전시장과 식물판매샵 성격이 복합된 곳도 있다. 식물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공간을 표방하는 서울 이태원의 PS1은 10월부터 11월 초까지 그래픽 아티스트인 패트릭 토마스(Patrick Thomas)의 한국 내 첫 개인전인 ‘인디고(Indigo)를 열었다.

그래픽 아티스트 전시회가 열렸던 PS1. [사진 정호성]

그래픽 아티스트 전시회가 열렸던 PS1. [사진 정호성]

버드나무 잎과 줄기를 패턴화한 윌리엄 모리스의 작품 윌로우(Willow)를 패트릭 토마스가 파란색 잉크를 사용하여 회화 실크스크린 등으로 표현한 작품과 아트상품을 식물과 함께 배치한 이색 전시회였다. 전시된 식물도 판매한다.

서울 수서역 부근의 식물관PH는 음료가 포함된 입장료를 내면 소규모 전시도 보고, 식물 구경도 하면서 식물 관련 상품과 전시 관련 상품을 살 수 있다. 인스타 감성으로 사진 찍기를 원하는 방문객들을 겨냥해 실내 구조를 만든 포토존을 ‘대놓고’ 만들어 두었다.

성북동 끝자락에 있는 오버스토리는 사전 예약 후 방문하도록 운영하며 고객당 방문시간도 1시간 30분으로 제한해 한적한 분위기가 최대 장점. 여백을 강조한 플랜테리어와 창가 좌석에서 성북동 일대의 전망을 내다볼 수 있다. 식물구매도 가능하다.

성북동 오버스토리. [사진 정호성]

성북동 오버스토리. [사진 정호성]

경기도 분당에 있는 식물샵 플랜트오드는 4층 건물 전체를 식물과 다양한 브랜드 화분, 원예 용품 판매에 쓰고 있는 본격 식물 공간이다. 이곳은 마다가스카르산 파키푸스 그락실리우스 같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온 괴근 식물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전시도 한다. 할로윈 이벤트처럼 일반 원예샵에서 보기 힘든 이벤트를 종종 한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칼라디소토’는 식물과 커피에 토분도 같이 있는 식물카페. 카페 실내 유리 정원에는 희귀 필로덴드론, 희귀 안스리움 등이 자라고 있어 희귀식물을 구경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이 카페 자체 제작 토분도 살 수 있다.

경남 창원시 용호동에 있는 식물카페 보타미는 영남 지역 식집사들의 순례 코스로 꼽힌다. 식물 및 식물 관련상품 판매와 함께 테라리움 교육 등 가드닝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경남 창원에 있는 보타미. [사진 보타미 인스타그램]

경남 창원에 있는 보타미. [사진 보타미 인스타그램]

최근에는 두어 달에 한 번씩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가드너들에게 인기 있는 국산수제토분 두갸르송의 공식 판매처이기도 해서 토분 판매 전날 밤부터 이 카페 앞에 사람들이 밤새워서 줄 서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기도 양주 마장호수 근처에 있는 오랑주리는 식물카페라기보다는 거의 식물원.  3층 규모에 달하는 대형 온실 구조 건물로 대형 소철, 야자나무 등 많은 아열대 식물과 실내 연못까지 있어 식물원처럼 식물과 정원 구경을 할 수 있다.

식물원급 규모를 가진 경기도 양주 오랑주리. [사진 정호성]

식물원급 규모를 가진 경기도 양주 오랑주리. [사진 정호성]

식물카페를 넘어 식물을 기반으로 한 문화활동을 포괄하는 복합식물공간도 늘어날 전망이다. 꽃꽃한 당신은 제주도에 꽃꽃한 당신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박진곤 대표는 “2호점은 식물 관련 체험과 식덕 게스트하우스 등 콘텐츠를 확대한 종합적 식물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드닝 인구의 증가, 인스타그래머블 트렌드에 맞는 플랜테리어가 인기를 끄는 한, 식물을 주제로 한 공간은 불황 속에서도 더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전 금융투자협회 상무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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