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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와 윤도현, 동시에 됩니다" ‘팬텀싱어’ 테너 존노

중앙일보

입력

클래식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자유자재로 여러 노래를 부르는 테너 존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클래식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자유자재로 여러 노래를 부르는 테너 존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차이콥스키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의 렌스키 아리아와 윤도현의 ‘사랑two’를 이어서 부르는 일은 어렵지 않을까. 테너의 노래 중에서도 무거운 것과 찌르는 듯한 로커의 노래를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래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24일 만난 테너 존노(29)는 “오히려 한가지 방법에 얽매이는 게 나에게는 더 어렵다”고 했다. 차이콥스키 아리아와 윤도현의 노래는 그가 지난해 뉴욕에서 JTBC‘팬텀싱어3’ 예선 오디션을 볼 때 한 자리에서 불렀던 것들이다. 이 오디션 후 방송에 출연한 존노는 노래를 할 때마다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고, ‘천재 테너’라는 별명을 얻었다. 클래식 성악으로 미국의 피바디 음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예일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명문대 이력도 화제가 됐다.

존노는 비교적 뒤늦게 성악을 시작한 편이다. “성악을 전공하려고 마음 먹은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고 했다. 목회자인 부모님을 따라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떠났는데, 졸업을 앞두고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동영상을 보게 됐다. “유튜브에서 파바로티가 ‘투란도트’의 ‘아무도 잠들지 못하고’를 부르는 것을 봤다.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가 주목한 것은 동영상의 댓글 중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니 신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됐다’는 내용이었다. “목회자의 일을 음악으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파바로티로 시작해 성악에 빠지고, 오페라에 매혹되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공부하게 됐다.

성악 공부는 늦게 시작했지만 노래와 늘 함께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까지 하루 한 번 노래방에 갔을 정도”라고 했다. “노래가 정말 재미있었다. 체리필터, 소찬휘 같은 고음 가수들의 노래를 주로 부르면 친구들이 신기해했다.” ‘팬텀싱어3’에서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타고난 것이었고, 그는 이 음성을 이용해 여러 장르의 노래를 불러왔다.

클래식 성악과 가요의 발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오랫동안 여러 노래를 좋아해왔기 때문이다. “음악대학에서 노래를 공부할 때도 친구들과 찬양 모임을 만들어 성악 발성이 아닌 노래를 많이 불렀다. 군대에서는 탱크병으로 탱크 안에 혼자 들어가 오페라 아리아를 불렀다. 나에게 노래의 장르를 굳이 구분해야할 이유는 없다.”‘라비던스’의 4중창으로 부른 노래 중 ‘사랑한 후에’에는 성악 발성이 가장 많이 들어있고 ‘어나더 스타(another star)’에는 성악 발성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렇게 소리의 ‘기어’를 바꾸는 일이 존노에게는 자유롭다.

서로 다른 장르에서 존노가 공통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음악의 드라마다. “클래식이든 대중가요든 모든 노래에는 가사가 있다.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그 가사의 주인공이 된다. 그때그때 다른 사람이 되는 기분이 정말 좋다. 내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모습을 끌어내는 희열도 정말 크다.” 높은 음을 아름답게 뽑아내고, 멋있는 소리를 내는 것보다 노래의 감정과 분위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드라마라는 점에서 오페라는 존노의 영원한 관심사다. 내년엔 직접 각색하고 출연하는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무대에 올린다. 주인공인 네모리노는 사랑에 빠진 순진한 시골 청년. 존노는 “내가 모든 오페라에서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라고 했다. 그는 가장 클래식한 음악과 대중적인 노래를 모두 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꿈꾼다. “내 노래를 듣고 처음으로 오페라에 관심을 가졌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 모든 예술을 다 하는 르네상스맨이 되고자 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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