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계부를 구한 미군처럼…겸손과 자신감으로 미국 본모습 보여주겠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25 07:38

업데이트 2020.11.25 08:23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4일(현지시간)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내각 지명자들을 소개하는 회견을 열고 한 명 한 명을 소개했다. 지명자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꺼내 놓으며 맡은 소임을 어떻게 다할지 말했다.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가족사 통해 외교철학 밝혀
할아버지는 러시아, 어머니는 공산화된 헝가리 탈출
홀로코스트 생존자 의붓아버지, 미군 도움 받아 생존
"세계가 아는 미국 모습, 겸손과 자신감으로 나아갈 것"

토니 블링컨(58) 국무장관 지명자는 러시아와 헝가리,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가족사를 소개하며 미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미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외교관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 영향을 준 사건은 의붓아버지 새뮤얼 피자로가 겪은 홀로코스트였다. 이날도 짧은 연설에서 의붓아버지가 처음 접하게 된 '미국'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외교 철학을 밝혔다.

"그는 폴란드의 학교 동급생 900명 가운데 유일하게 홀로코스트를 살아남은 생존자였습니다. 집단 수용소에서 4년을 지낸 뒤 2차 세계대전 종전 즈음에 도망쳐 바바리아의 숲에 숨었습니다. 숨어 있는데 덜거덕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났습니다. 탱크였습니다. 빼꼼히 쳐다보니 옆면에 철십자 훈장 대신 흰색 별 다섯개가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 게 보였습니다."

나치가 아닌 미군 탱크임을 확인한 소년은 수풀에서 뛰쳐나와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소년은 탱크로 뛰어갔습니다. 해치가 열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군인이 소년을 내려다봤습니다. 미군은 소년 앞으로 와 무릎을 꿇었습니다. 소년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어머니에게 배워서 유일하게 하는 영어 단어 세 개를 말합니다.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

블링컨은 "이게 세계가 알고 있는 미국의 모습"이라면서 "이제 우리는 겸손함과 자신감을 균등하게 겸비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겸손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혼자 세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협력, 그들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감을 가져야 할 이유는 미국은 여전히 여러 나라를 한데 모아 우리 시대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이 선택한 외교안보팀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미국은 동맹과 협력할 때 최강이라는 내 핵심 신념을 상징한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은 세계에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은 이날 의붓아버지뿐 아니라 그의 직계 가족도 독재와 폭압으로부터 도망쳐 미국으로 건너온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할아버지 모리스 링컨은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왔고, 어머니는 어릴 적 공산화된 헝가리를 탈출해 미국에 정착했다. 어머니는 난민들이 미국에 정착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소개했다.

아버지 도널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공군으로 참전했고, 주헝가리 대사를 지냈다. 블링컨은 "나의 롤 모델이자 나의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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