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는 아베와 다르다? 일본에 ‘죽창가’ 대신 손 내민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2020.11.25 05:00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수출규제를 두고 한·일 갈등이 심화하던 지난해 7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에 ‘죽창가’ 유튜브 링크를 올렸다. 죽창가는 항일의지를 담은 민중가요다. 다음 달엔 고민정 당시 대변인이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은 현재 이 역사 앞에서 얼마나 정직한지 다시 묻고 싶다”며 일본에 날을 세웠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에) 손을 내밀겠다고 더 얘기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는 일본에 손을 내밀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강창일 전 국회의원의 주일대사 내정 사실을 알리며 “경색된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아세안(ASEAN)+3(한·중·일) 화상 정상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게 “특히 반갑다”고 말하며 친근감을 표현했다. 지난해와 올해, 일본을 대하는 청와대의 온도차는 크다. 왜일까.

 지난해 7월 13일 조국 민정수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죽창가’ 소개 게시글. [사진 조국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7월 13일 조국 민정수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죽창가’ 소개 게시글. [사진 조국 페이스북 캡처]

조 바이든(左), 토니 블링컨(右) [연합뉴스]

조 바이든(左), 토니 블링컨(右) [연합뉴스]

①바이든 시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2일 문 대통령, 스가 총리와 첫 통화를 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똑같이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핵심축(linchpin)으로, 미·일동맹은 주춧돌(cornerstone)로 표현했다. 이를 두고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미주연구부)는 “(바이든 당선인이 초대 국무장관으로 내정한) 토니 블링컨은 한·미·일 삼국 공조에 상당히 애착이 강한 사람이다. 한·일 관계 회복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중 우선순위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개할 때 동맹국 간 갈등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한·일 관계 회복에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과)도 “바이든 시대가 들어서면 한·일 관계 개선 요구는 거세질 것”이라며 “강창일 전 의원의 대사 임명 등 한국 정부의 한·일 관계 회복 제스쳐는 선제적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한 것에 관한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한 것에 관한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대북 문제의 지렛대

청와대가 한·일 관계 회복을 대북 문제를 풀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5월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한·미·일 공조,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북·일 관계 정상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서 일본 요인을 중요하게 봐왔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동북아가 신냉전 체제로 돌아가면 대북 정책도 수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으로서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계기로 북·일을 관계 개선하면서 한·일, 북·일, 남북 관계의 선순환을 만들려는 기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과 신뢰를 쌓아서 한반도 문제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자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왼쪽)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백화원에서 북일평양선언에 서명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왼쪽)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백화원에서 북일평양선언에 서명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아베가 아닌 스가

청와대가 일본과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아베 내각에서 스가 내각으로 교체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양기호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불신이 굉장히 심했다. 한국도 아베 전 총리에 반감이 심해, 서로 대화가 잘 안 됐다. 스가 총리로 바뀌면서 청와대는 ‘새 술에 새 부대’라는 말처럼 새로 신뢰 구축을 해보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원덕 교수는 “스가 총리에겐 내년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 성공이 가장 중요하고,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 북한과의 관계 회복도 필수적이지 않겠는가"라며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한반도 문제인데, 그런 이해관계 때문에 한·일 간 화해의 제스쳐가 오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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