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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해야겠는데...' 최태원 상의회장직, 막판 고심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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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3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3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기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마지막 검토에 들어갔다.

박용만 현 회장 제안받고 수용 가닥 #SK·재계는 이미 추대 준비 돌입 #중견·중기 대변역할 등 막판 고심

24일 경제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최근 최 회장을 차기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박용만 현 대한상의 회장에게 차기 회장직을 제안받은 이후 고민을 거듭하며 확답을 보류해 왔다. 대한상의 회장은 의원총회에서 구성원들이 합의 추대하는 게 관례이며 이미 한 차례 연임한 박용만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최 회장 ‘재계 봉사’ 의지 강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6월18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 앞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정 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6월18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 앞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정 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스1

SK그룹의 공식 입장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이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회장직 제안을 받은 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최종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SK 내부에서 재계 3위인 SK그룹과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가 같은 수장 아래 조화를 이루며 각각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한상의가 18만 회원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경제단체라는 점이 양날의 검이다.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단체를 대표해 정부와 기업간 긴밀한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규제 개혁, 기업문화 개선 등 현안이 많다. SK 내부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 활동을 통해 재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고, 기업이 실천해야 할 바람직한 가치를 알리고, 경험을 살려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재계 3위 SK, 중소기업 아우를까

반면 대한상의가 기업단체 대표로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두루 대변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회원사의 98%가 중견·중소기업이어서 각종 제도와 법안 등과 관련해 대기업의 입장만 고려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자산총액 225조5000억원을 기록해 삼성과 현대자동차에 이어 재계 3위다.

국내 10대 기업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 경영 등 SK그룹에서 강조해 온 경영철학을 상의 회장으로서 처지와 상황이 다른 기업들을 향해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을지, 기업규제 3법 같은 민감한 법안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취할지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격변기 ‘강한 구심점’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주)LG대표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주)LG대표 (왼쪽부터)

그럼에도 무게 추는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쪽으로 옮겨진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급변하는 미중·한중·한일 관계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시대 성장동력을 이끌려면 무게감 있는 기업인이 총대를 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올 9월에 이어 지난 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대표 등 4대 그룹 총수들의 비공개 회동에서도 국내·외 경제 상황에 공동대응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와 관련 4대 그룹 간 새로운 연합체를 만드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대한상의가 현실적인 채널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개별 기업의 총수가 아닌 ‘기업인’으로서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인으로서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기업에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당초 다음 달에 차기 회장 선임을 논의하는 회장단 회의를 열려고 했지만, 내년 1월로 미룰 수도 있다”며 “(후임이) 결정만 되면 내년 2월 의원총회에서 추대하기까지 시간상으론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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