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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베이+G마켓 점유율 90%에도 승인…공정위 이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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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강신봉 DHK 대표 단독 인터뷰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의 지난 1년은 2011년 창사한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흘렀다. 딜리버리히어로(DH) 본사가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40억 달러(약 4조 7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결정하면서 DHK는 10여년 경쟁해 온 배민과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을 하게 돼 주목받았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을 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전례 없는 조건을 붙인 ‘반전’의 심사보고서를 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DH 본사는 16일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고 공정위 전원회의(12월 9일)에서 위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DHK에서 만난 강신봉(50) 대표는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초기 시장인 음식 배달 시장에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성숙 산업에서 볼 수 있는 시장 독과점은 일어날 수 없다"며 "한국 정보통신(IT) 기업의 가치를 인정한 역대 최대 규모의 딜이 깨진다면 스타트업 생태계에 매우 부정적인 선례가 될 것이며 국가적으로 손해"라고 주장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강 대표는 보스톤컨설팅그룹, 두루넷, 이베이 코리아, 미미박스 등을 거쳐 2016년 DHK에 합류했다.

“초고속 성장하는 초기 음식배달 #독과점 일어날 수 없는 역동적 시장 #역대 최대 딜 깨지면 국가적 손해 #공정위, 일자리 내는 산업에 찬물”

한국의 음식 배달 서비스 경쟁이 치열한데, 현재는 출혈 경쟁 아닌가.  
출혈경쟁이라고 보지 않는다. 전자상거래(커머스) 업계에선 한동안 출혈 경쟁이 많았고 이제 소셜커머스 3사(쿠팡, 위메프, 티몬) 중 낙오되고 있는 곳이 보인다. 커머스에선 옥석이 가려지는 단계라고 보인다. 하지만 배달앱은 아직 초기 상태다. 지금은 모든 음식 배달 업체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배민은 테이크아웃 서비스, 소량을 배달하는 비마트 등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직접 배달을 높이면서 중개 플랫폼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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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배달(OD)은 손해를 보면서 하고 있지 않나.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트렌드로 가고 있다. OD 고객 경험이 중개만 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 현재는 음식 배달 건수가 너무 늘면서 라이더(배달원)가 부족하다. 모아서 하지 않고 1건만 배달하면 당연히 고객 경험이 좋아진다. 미국에선 그동안 그럽허브(Grub Hub)가 1위였다가, 직접 배달을 들고나온 도어대시(Door Dash)가 순식간에 뒤엎었다. 그 결과 기업공개(IPO)에서 27조원으로 평가됐다. 이 시장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하는지를 볼 수 있는 사례다. 새로운 업체가 나와 1~2년 만에 좋은 서비스로 시장을 뒤집을 수 있는 분야다.  한국도 당연히 이 과정으로 이동할 것이다. 쿠팡이츠는 단순히 돈을 부어 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은 움직인다는 커머스에서의 경험을 배달 시장에 그대로 적용해 성장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가진 고객 기반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당연히 성장 속도도 빠르다. 우리도 직접배달로 대응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 음식 배달 앱 순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음식 배달 앱 순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직접 배달을 하면 재주문율이 올라가나.
훨씬 높아진다. 물론 OD는 손실이 많이 나온다. 음식점 수수료와 고객한테 받는 배달비는 평균 3000~5000원(거리와 시간대에 따라 차등)인데,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것은 평균 7000원이다. 피크 타임에는 라이더 잡는 게 너무 어려워 좋은 조건이 아니면 확보할 수 없다. 서비스 질이 나빠지면 취소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도 쿠팡도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하므로 높은 가격을 치르면서 한다. 쿠팡은 최고 한 건당 2만원까지 준다. 직접 배달하면 3000~5000원 마이너스다.  
그럼 수익은 언제, 어떻게 내나.
현재는 우리도 쿠팡도 ‘프로모션도 프라이스’다. 시장을 빨리 확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어떤 지점에 이르면 합리화되고 운영이 매끄러워지고 효율성이 좋아지면서 수익이 나는 시점이 온다. 본사가 배민하고 기업 결합을 하려고 하는 것도 스케일을 키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건당 배달 단가가 낮아도 라이더 수입이 유지되려면 한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건수가 많아야 한다. 라이더가 1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주문이 많아지려면 짧은 이동으로 배달할 수 있는 주문 건수가 많아야 한다. 딜리버리 히어로 본사는 그래서 장기적으로 기업결합이 필요하다고 봤다. 라이더 운영을 통합적으로 하면 고객 경험이 올라가고 음식점에도 유리하다. 그래서 (공정위가)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요구는 이 시장에 들어와 있는 라이더, 요식업체, 운영사 등 그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 된다. 모든 이해 관계자의 이익이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인데도 매각을 하라는 것은 기업 결합의 시너지를 없애는 것이 된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전원회의에서도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결론이 나면 합병은 무산되나.  
당사자가 DH 본사라 DHK 대표가 언급하기엔 부적절하기도 하고, 솔직히 잘 모르겠다.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결론이 그렇게 난다면, 본사 입장에서 판단이 어려워지고 고민이 매우 많아질 것이다.  
공정위를 설득할 근거는 무엇인가.  
2009년에 이베이 전략실장으로 일하면서 G마켓 인수 작업 직접 했다.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당시에도 양사 결합으로 점유율은 90% 정도가 됐다. 하지만 온라인마켓이 매우 역동적인 초기 시장이고, 진입 장벽이 낮아 언제든지 경쟁자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공정위가 승인했다. 당시 낸 리포트에선 네이버의 시장 진입 일정과 잠재적 경쟁자가 있다는 점, 주요 유통업체의 온라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몇 년 뒤 실제로 그대로 됐다. 현재 배달 시장도 그때와 같다. 쿠팡이츠가 1여년 만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맥도날드·스타벅스 등 브랜드 파워가 강한 외식 업체도 자체 배달로 돌아섰다. 또 검색과 쇼핑, 페이가 막강한 네이버도 버튼 하나 누르면 배달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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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회의에서 심사보고서와 다른 결론이 나오는 일은 드물다.     
그래도 동태적 시장에서의 역동성을 설명할 것이다. 공정위가 우려하는 경쟁 제한성, 시장 획정은 굉장히 성숙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돼 있거나 진입이 어려울 때 발생하는 것인데, 항공· 자동차와 같은 성숙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정을 이런 역동적인 시장에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본사는 어떤 반응인가.      
본사에서도 전혀 예상 못 한 결과다. 본사에서 '굉장히 놀랐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전례가 없는 일인데, 합병하려면 전면적으로 원래 회사를 팔라고 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못 본 것 같다.  
그럼에도 최악을 준비해야 할 텐데.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는 건 무의미하다. 최악의 경우 (요기요가) 매각이 돼야 하더라도 우리가 요기요를 운영하면서 변하는 것은 없다. 어떤 결론이 나던 배민과 여전히 경쟁해야 하고,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본사 입장에선, 기업 결합으로 기대한 시너지, 이에 따른 계획을 완전히 다시 써야 한다.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 이 논리대로라면 한국 스타트업은 어떻게 엑시트(매각 후 이익 실현) 하나. 스타트업의 기회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외국 기업이 한국 IT기업을 4조원 넘게 주고 인수한 것은 어마어마한 성공이다. 잘되는 산업, 현재 새로운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를 내는 유일한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의사결정이 될 것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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