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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정치 교육감들’의 교실 정치화가 교육의 미래 망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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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영달 남명학회장,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조영달 남명학회장,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자신의 갓난아기를 단돈 20만원에 입양시킨다는 차마 입에 담기에도 충격적인 글이 최근 인터넷 마켓에 올라왔다. 코로나19 시대에 학생들은 “우리가 모르모트(실험쥐)냐”고 아우성치고, 부모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만 본다고 공부가 되겠냐”며 비대면 교육에 불신을 토로한다.

전교조 교육감들, 선심 정책 남발 #‘교육 재난’ 초래 정책들 청산해야

혹자는 학교는 없고 ‘SKY 캐슬’과 사교육이 교육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교육 정책은 어제 세우고 오늘 바꾸는 일을 되풀이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다. 그래서 진정한 교육이 더없이 소중하다.

교육은 스스로 성찰하고 잠재된 역량을 찾아서 키우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인격을 갖추고 다양하게 커가면서 보람된 미래를 개척한다. 그래서 교육은 가치 있는  것이며, 헌법 31조에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교육은 특정 집단이나 정치 진영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어떠한가. 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전국 17명 중 14명)이 교육 현장을 마구 흔들고 있다. 교육 정책의 대부분이 전교조의 의견과 일치한다.

이들은 전교조 합법화를 촉구해왔고, 자격 없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의 확대를 추구했다. 교육감과 코드가 맞는 교원 임용이 가능한 가당치 않은 개정안을 들고나와 자기 세력의 확대를 추구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교육을 사랑하는 국민 모두에게 묻고 싶다. 과연 전교조와 ‘정치 교육감’으로 우리 교육에 미래가 있는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에서 ‘만남’이 단절된 이후 교육부는 방역 차원에서 학교 교육 지침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학습 단절, 학생 상황, 학업 성취의 양극화, 학교와 사회 및 지능정보 기술이 어떻게 융합돼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교육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그저 학교와 교사들에게 ‘교육 흉내 내기’를 독려할 뿐이다. 학생과 학습 상황을 등한시한 교육은 흉내일 뿐이다. 알맹이 없이 텅 비고 겉만 부풀려진 공갈빵과 같다.

정치 교육감들이 그동안 한국 교육에 던진 화두는 무엇인가.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교복, 무상 입학 준비금 등 무상 시리즈가 난무했다.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국제중 폐지 요청 등이다. 무상 아니면 평등이다.

그럴싸하지만 공짜라는 겉 포장 안에 진짜 있어야 할 교육의 핵심이 빠져있다. 무상이라는 허울도 국민의 혈세이고 보면 가히 ‘생색내기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심하게 말하면 선심성·선거용 정책뿐이다.

이처럼 교육을 매개로 하는 흉내 내기와 생색내기 정책은 단기적으로 유권자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 이 점에서 대중의 지지를 의식한 포플리즘 정책이 교육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특정 정치세력 구축에만 관심 있는 리더로는 흉내만 낼 뿐 교육의 알맹이를 채울 수는 없다. 교육을 대중 지지와 정치 게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집단주의 사고의 전형이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바는 아니다.

정치 오염과 흉내 내기 정책 속에서 우리 교육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인성의 추락은 말할 것도 없고, 기초학력 미달인 학생 비율이 해마다 높아져 중등학교 학생의 10% 이상이 수학 기초학력 미달이다.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학업성취도 양극화도 더 심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교육 재난’ 상황이다.

이제 흉내 내기, 생색내기의 포퓰리즘 교육정책을 청산해야 한다. 재난과 지능정보시대에 교육이 본래 가야 할 이정표를 바로 세울 때다. 이 일을 해내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하루빨리 인성과 기초학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적성에 따라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 일에는 정치 진영이 따로 없어야 한다.

조영달 남명학회장·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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