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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흔든 코로나…고용 안전판 대기업도 직원 줄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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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대기업 빌딩.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대기업 빌딩.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국내 주요 대기업의 고용 유지 능력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중앙일보가 우리나라 15대 그룹(자산 기준, 농협 제외)의 주력 계열사 15곳의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3분기와 올해 3분기(9월 30일 기준) 이들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 수를 각각 비교했다. 단, 올해 초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통합돼 출범한 한화솔루션은 직원 수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15대 그룹 주력사 3분기 분석 결과 #유통·정유·항공사 등 8곳 직원 줄어 #삼성전자는 3200여 명 더 뽑아 #SK이노 적자에도 배터리 인력 증원

조사 결과 14곳의 대기업 중 8곳(57%)의 직원 수가 전년 같은 분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수 감소 폭이 큰 곳은 롯데쇼핑(3259명 감소· 12.27%), 이마트(487명·1.89%), KT(559명·2.38%), 대한항공(475명·2.44%), 두산(754명·19.33%) 등이었다. 정유업 불황의 여파를 겪고 있는 GS칼텍스도 전체 직원 중 1.93%(64명)를 줄였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비수익 점포 정리 작업을,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 중이다. KT도 기존 전화국 근무 인력을 희망퇴직 등을 통해 꾸준히 줄이는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은 물론 코로나19 쇼크를 직격탄으로 맞은 항공업체, 그리고 매출 정체 단계에 접어든 통신업 등에선 앞으로도 직원 수 줄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직원 수가 늘었다. 올 3분기 직원은 10만899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5%(3231명) 늘었다. 눈에 띄는 건 SK이노베이션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유류 수요 감소와 정제마진 악화라는 악재로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조2439억원의 기록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꾸준히 신규 인원을 채용 중이다. 이는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용 배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지난해 10월 알루미늄합금 제조업체인 서진시스템 자동차사업부 전무 출신인 주재만(59) 씨를 배터리 시스템 개발실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현재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 인력의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위기를 인재 채용 기회로 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대기업 주력 계열사 직원수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대기업 주력 계열사 직원수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직원 수를 줄인 기업들은 실제 인건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 예로 대한항공의 올 3분기 연간급여총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2592억원이 줄어든 9654억원이었다. 롯데쇼핑 역시 지난해 3분기 7759억원 수준이던 연간급여총액을 올 3분기에는 7522억원으로 낮췄다.

정태경 차의과대 데이터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고용의 보루’ 역할을 맡던 대기업이 채용 분야에서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인공지능(AI)이나 스마트 공장, 자동화 등을 속속 도입하면 기업의 채용 규모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언택트 시대의 고용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실적은 코로나19 시국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곳은 현대자동차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6곳이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올 3분기 각각 1110억원과 15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 회복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이수기·강기헌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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