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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집 사고 ‘빚투’ 주식 사고…3분기 신용대출 사상최대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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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가계 빚이 최근 1년 동안 110조원가량 증가했다. 지난 3분기에만 45조원 가까이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이 중엔 생활자금 수요도 있었지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 구입이나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 22조, 주택대출 17조 늘어 #주담대 규제하자 신용으로 몰려 #가계빚 1년새 110조 늘어 1682조 #김용범 “금융 건전성 악화 가능성”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가계신용(가계 빚) 잔액은 168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 가계신용 증가 폭(44조9000억원)은 지난 2분기(25조8000억원)보다 훨씬 커졌다.

지난 9월 말 가계신용 잔액을 1년 전과 비교하면 109조6000억원(7%) 늘었다. 경제가 성장하면 가계 빚이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에도 주택 거래가 활발하고 주식거래 자금 수요도 많다”며 “최근의 (가계 빚) 증가 속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으로 상품·서비스를 구입하고 아직 갚지 않은 돈(판매신용)을 합친 것이다. 지난 3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3개월 전보다 39조5000억원 늘었다. 종류별로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액(22조1000억원)이 주택대출 증가액(17조4000억원)보다 많았다.

심상치 않은 가계대출 증가속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심상치 않은 가계대출 증가속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분기 기타대출 증가액은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였다. 지난해 전체 증가액(23조10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 주택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신용대출로 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때 급격히 줄었던 판매신용(신용카드 사용액 등)은 지난 3분기 5조4000억원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 폭이다. 송 팀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구매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김용범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가 길어지면서 금융회사에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기업·가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4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회의엔 금융위원회·한은·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 차관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유럽 등이 경제 봉쇄 조치를 재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기관에서 4분기 이후 경기회복의 지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할 경우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또 “지난 9월 말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3%로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저축은행 대출 연체율은 3.8%로 지난해 말 대비 0.1%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치는 등 아직은 양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차주들의 채무 상환 능력 악화로 금융회사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선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회사 스스로가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을 보강하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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