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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증거도 없는 혐의로 총장 직무배제는 법치 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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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상 초유의 ‘윤석열 직무집행정지’ 카드를 꺼내자 검찰 안팎에선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려 무리수를 둔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고 일선 검사들은 “정치적 폭거” “헌정사에 남을 흑역사”라고 반발했다.

현직 검사들 “추 장관, 정치적 폭거 #육탄전 정진웅도 직무수행하는데…” #금태섭 “상식 없는 경악스러운 일” #진중권 “문재인랜드 긴급조치 1호”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비판했다가 오히려 ‘커밍아웃 검사’라고 저격당했던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는 이날 저녁 검찰 내부통신망에 ‘법무장관이 행한 폭거에 대해 분명한 항의의 뜻을 표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우리는 그리고 국민은 검찰개혁의 이름을 참칭해 추 장관이 행한 오늘의 정치적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장관급인 총장을 제대로 소명되지도 않은 사안으로 직무배제한다는 게 과연 법치이며 민주인가”라며 “대한민국 헌정 사상 흑역사로 기억될 것이고 반드시 돌려받을 업보”라고 성토했다. 한 검사는 “사상 초유의 ‘육탄전’으로 재판에도 넘겨진 정진웅 차장검사도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아직 의혹에 불과한 내용들만 있는 현직 검찰총장을 직무정지하는 것이 형평에 맞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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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 변호사도 “증거도 제대로 제시되지 않은 징계 혐의로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파괴 행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설마 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이 윤 총장의 장모를 기소하는 것에 맞춰 추 장관이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명령을 했다”며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진짜 징계청구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주요 사건 수사에서 정부의 뜻과 다르게 행동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검사 출신인 박민식(국민의힘) 전 새누리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직무배제 명령은 한마디로 검찰 장악을 위한 집권세력의 계엄령 선포행위”라며 “추 장관이 총대를 메고 인사권, 감찰권, 총장지휘권 3종 세트로 집요하게 물어뜯다가, 이것저것 누더기 같은 사유로 억지명분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도 저격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참으로 비겁하다”며 “죄가 있으면 국회에서 탄핵절차를 밟든지, 직접 해임시키면 될 것을 직접 손에 피묻히면 국민 여론이 부담되니까 추미애로 하여금 치졸한 수법으로 이런 일을 하게 했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막가파’ 장관의 ‘망나니’ 춤이 격렬해질수록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이것이 곧 검찰개혁이라면 우리에겐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내용을 보고받았지만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웰컴 투 문재인 랜드”라며 해당 조치를 “긴급조치 1호”라고 비꼬았다. 긴급조치 1호는 재야 민주인사들의 유신헌법 개헌청원서명운동을 저지하기 위해 1974년 1월 8일 선포된 조치다. 유언비어의 날조·유포 행위 등을 엄벌하는 내용이다.

김수민·이해준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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