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코로나 백신개발' 사령관 빌 게이츠?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공익재단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의장인 멜린다 게이츠와 빌 게이츠. 연합뉴스

공익재단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의장인 멜린다 게이츠와 빌 게이츠. 연합뉴스

박애주의자 빌 게이츠..세계적인 백신 개발과 협력 지휘자 #통상 10년 걸리는 백신개발..코로나 경우 1년여만에 가능케

1.
코로나로 전세계가 몸살인 가운데 드물게도 따뜻한 뉴스를 만났습니다.
지구적 차원의 코로나 백신개발을 막후에서 움직이는 주인공이 빌 게이츠 MS(마이크로소프트)창업자라는 NYT(뉴욕타임즈) 23일자 보도입니다.

빌 게이츠 덕분에 전지구적 차원의 백신개발이 유례없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백신개발에 보통 10년이 걸리는데, 코로나의 경우 1년 남짓만에 백신이 나올 예정입니다. 가난한 나라엔 싸게 공급될 거라고 합니다.

전세계 제약사와 연구소,국제기구와 정부 및 비정부 기구까지 협력한 결과라고 합니다. 그 중심이 빌 게이츠랍니다.

2.
빌은 MS를 경영할 당시 무자비한 공격적 독과점 행태로‘실리콘밸리의 악마’로 불렸습니다.

그런 그가 2000년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며 ‘빌게이츠 재단’을 만들고, 2008년 MS를 떠나 자선에 전념하면서 천사가 되었습니다.

빌이 개과천선(?)한 직접계기는 NYT의 후진국 르뽀였습니다.
하수시설이 없어 분뇨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그 물을 먹고 설사병으로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참상.

질병으로부터 인간존엄성을 지키겠다...이런 큰 뜻을 펼쳐왔기에 그는 박애주의자(Philanthropist)라 불립니다.

3.
빌이 처음 시작한 건 ‘화장실 개선사업’입니다.
이어 가난한 나라를 괴롭히던 소아마비와 말라리아 에이즈 같은 병들과 싸웠습니다.
그간 대략 60조원을 썼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세계 3위 부자랍니다. 그가 대주주인 MS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으니까요.

빌이 오래전부터 우려한 것은 세계적 팬데믹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이에 대응할 전지구적 차원의 백신개발을 효과적으로 할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가 터지자 마자 빌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세계 주요 제약사들과 대책을 협의했습니다. 백신개발 정보를 공유하고 배분을 협력하기위한 비영리기구가 모두 그의 작품입니다.

4.
빌이 위대한 것은, 엄청난 재산을 기부했다는 차원 이상입니다.

빌은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을 활용해 세계 지도자들을 움직였습니다.
영국 보리스 총리가 코로나로 치료받고 퇴원하는 날 영상통화로 ‘늦둥이 출산을 축하’한 다음 ‘백신개발 지원’을 요청하는 식입니다.

빌의 돈에 더해 영국 정부예산이 옥스포드 대학연구소로 들어가고, 그 연구성과가 아스트라제네카(영국제약사)와 공유됨으로써 가장 유력한 백신개발이 이뤄졌습니다.

그 백신은 빌이 만든 비영리기구를 통해 후진국에 싸게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런 지원이 없을 경우 후진국은 백신을 살 수 없습니다.

5.
빌의 또 다른 위대함은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휴머니즘’의 구현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제약사는 돈이 안되면 약을 개발하지 않습니다. 백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진국에서 사라진 병이면, 후진국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백신을 안만듭니다. 후진국은 백신을 살 돈이 없으니까요.

빌은 이런 구조를 바꿨습니다.
가난한 후진국 환자 대신 제약사에 돈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선진국와 국제기구의 후원을 끌어들여 약을 사줍니다. 물론 이 약은 싼 값에 후진국에 보내집니다.

6.
‘자본주의 화신’이었던 ‘실리콘밸리 악마’의 변신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런데 빌은 사실 일찌감치 이런 박애주의에 관심이 높았다고 합니다. 독서광인 그가 읽은 책을 분석한 결과 ‘불평등’에 대한 책이 제일 많았다고 합니다.

최고부자인 그는 가난한 사람들, 가난 때문에 위협당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고자 했습니다.
성공한 사업가인 그가 말하는 ‘창조적 자본주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합니다.

65세인 빌은 MS 창업하던 19살 당시보다 더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착하게..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