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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기밀정보가 그 손에…美 첫 여성 정보수장 지명 헤인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브릴 헤인스 신임 국가정보국장 지명자. [컬럼비아 대학 홈페이지]

애브릴 헤인스 신임 국가정보국장 지명자. [컬럼비아 대학 홈페이지]

"역사적인 전환(historic turn)"

23일(현지사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가정보국장(DNI)에 애브릴 헤인스(51)를 지명했다는 소식에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평가를 덧붙였다. 미국에서 첫 여성 정보당국 수장이 탄생했다는 의미를 부각하면서다.

[후후월드]

DNI는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은 물론, 국가안보국(NSA),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국(NRO) 등 16개 정보기관을 통솔한다. 이른바 '정보기관의 정보기관'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최고 정보기관들이 생산하는 정보가 그를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헤인스는 여러 차례 '유리천장'을 깼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CIA 부국장에 올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을 지냈다. 당시에도 대통령의 주요 안보자문역에 임명된 첫 여성으로 주목받았다.

헤인스는 바이든 인수위가 공개한 소개 영상에서 "나는 공직에서 일하는 것을 통해 의미있는 변화를 일궈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물리학자에서 북카페 주인까지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 지명자. [시러큐스대학 홈페이지]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 지명자. [시러큐스대학 홈페이지]

그렇다고 헤인스가 한 방향만 보며 성공 가도를 질주해온 건 아니다.

뉴욕 맨해튼 출신인 그는 과학자 부모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과학자에서 미술가로 전향했는데, 결핵에 걸려 헤인스가 십대이던 시절 세상을 떠났다. 헤인스 역시 부모의 영향을 받아 처음에는 과학자의 길을 걸었다. 시카고 대학에서 물리학 학사 학위를 받고, 존스홉킨스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물리학에 지쳤다"며 연구활동을 접었다. 그러고서는 남편과 함께 북카페를 열었다. 어머니의 이름을 딴 '아드리안' 북카페의 벽면은 유화로 가득 채웠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에로틱 문학을 읽는 이색 독서모임을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당시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육체적인 관계가 없는 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법률가로 전향한 뒤 바이든과 인연 

애브릴 헤인스(51)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열린 조 바이든 당선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애브릴 헤인스(51)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열린 조 바이든 당선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다 1998년 뒤늦게 조지타운대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2001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무부 법률 고문실에서 일하던 그는 2008년 상원 외교위원회 부고문을 맡으며 바이든 상원의장과 인연을 맺는다.

이어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첫 여성 CIA 부국장에 발탁됐고, 대통령 보좌관 겸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을 지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엔 컬럼비아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대북정책에도 깊이 간여했던 헤인스는 국제사회가 일관된 대북 압박을 통해 비핵화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2017년 브루킹스연구소가 연 토론회에서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와 다른 조치들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강해지면서 김정은 정권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며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고,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핵무기 개발 동결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헤인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CIA 국장에 여성인 지나 해스펠을 임명할 당시 적극적인 지지의 뜻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만약 CIA 국장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헤인스는 해스펠의 보고를 받게 된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CIA 국장이 여성 DNI 국장에게 보고하게 되는 셈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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