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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급전’도 요즘 은행 찾는다…씬파일러 노린 소액대출 인기

중앙일보

입력

신용등급이 7등급인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시중은행 ‘급전’ 소액대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액대출은 통상 10만~300만원 안팎의 적은 금액을 단기간 빌리는 상품이다. 최근 들어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금융 거래 정보가 부족한 사람)’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소액대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1금융권과 간편한 모바일 시스템을 구축한 핀테크 기업 간 협업 덕분이다.

신용정보가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을 위한 소액대출이 인기다. 셔터스톡

신용정보가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을 위한 소액대출이 인기다. 셔터스톡

지난 9월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사명 ‘비바리퍼블리카’)가 SC제일은행과 공동으로 출시한 ‘SC제일토스소액대출’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학생, 주부에게 입소문을 탔다. 금융위원회 지정대리인 제도를 활용한 이 상품은 토스가 대출심사 업무를 위탁받아 진행한다.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시스템에 따라 비대면으로 3분 이내에 대출이 실행된다. 1인당 최대 대출한도가 50만원으로 소액이지만, 두 달 만에 총 대출액 2억3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기존 은행권에서 신용등급이 6~7급으로 책정되던 씬파일러 고객이 주로 이용한다”며 “심사 과정에서 재직기간이나 연봉을 묻지 않아 인기”라고 전했다.

핀테크 업체 ‘핀크’가 지난해 9월 DGB대구은행과 제휴해 출시한 ‘핀크비상금대출’은 출시 11개월 만에 누적대출액 500억원을 돌파했다. 핀크 측은 “고객 가운데 4~8등급 비중이 70%”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2017년 출시한 ‘비상금대출’도 출시 이후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직업이나 소득 유무와 무관하게 최대 8등급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다. 카카오뱅크 측은 “연 최저 3.20% 금리로 휴대폰 본인인증만 받으면 가능한 대출이어서 출시 이래 꾸준히 고객이 유입 중”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 카카오뱅크 캡처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 카카오뱅크 캡처

기존 금융회사가 자체 앱을 통해 판매 중인 비대면 소액대출 누적 잔액도 최근 많이 증가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에서 판매 중인 비대면 소액대출(최대 300만원) 상품의 누적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3433억8000억원으로, 지난 8월(2928억6000만원)보다 5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금융권에선 사회초년생을 장기고객으로 잡으려는 1금융권의 수요와 ‘씬파일러’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상품으로 분석한다.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의 경우,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대출이나 연체가 없어도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10% 이상의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2금융권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은행이 통신사 신용등급으로 대출한도와 금리를 정하는 우리 비상금대출을 출시했다.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통신사 신용등급으로 대출한도와 금리를 정하는 우리 비상금대출을 출시했다. [우리은행]

한 은행 관계자는 “당장 소득 증빙이 어려운 사회초년생, 대학생은 향후 우수 신용을 갖춘 장기고객이 될 수 있다”며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해 사고위험이 낮은 소액대출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말 출시한 ‘올원 비상금대출’의 경우 재직기간이나 소득정보 대신 통신사 이용내용을 활용해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을 제공한다.

다만 소액대출이라도 연체가 발생하거나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액대출이어서 부실위험은 크지 않다”면서도 “연체할 경우 향후 큰 금액을 대출받을 때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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