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이견에도…이성윤의 중앙지검, 윤석열 장모 기습 기소

중앙일보

입력 2020.11.24 16:36

업데이트 2020.11.24 16:49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를 불법 요양병원 설립·운영 과정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최씨 측 변호인과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기습 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 내부에서 최씨에 대한 기소 결정에 대해 이견이 있었고, 결정적인 반박 증거가 제출됐음에도 갑작스럽게 기소가 이뤄진 배경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윤석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고발' 불기소

이성윤 지휘 중앙지검, 尹 장모 기소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박순배)는 24일 윤 총장 장모 최모(74)씨를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최씨 주거지 관할 및 관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의정부지법에 공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최씨가 주모(50)씨와 구모(72)씨 등과 공모해서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음에도 지난 2012년~2013년 의료재단 및 요양병원을 설립했고, 2013년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총 22억9000여만원의 요양 급여를 가로챘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1년 병원 운영자인 주씨가 구씨에게 요양병원 사업을 위해 돈을 투자받으면서 시작됐다. 과거 수사 과정에서 주씨 등의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발됐고, 주씨 등은 재판에 넘겨져 각각 징역 4년 및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이 확정됐다. 과거사건 공소장 등에 따르면 주씨는 최씨 명의를 빌려 형식적으로 의료재단 이사장에 등록했고, 최씨는 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며 주씨와 구씨로부터 ‘책임면제각서’를 받았다. 최씨는 당시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이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은 지난 4월 최씨 등을 고발했고,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추 장관은 지난달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서 윤 총장을 지휘에서 배제하고, 이성윤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도록 했다. 형사6부는 최씨를 불러 10시간 넘게 강도 높게 조사하는 등 수사를 거쳐 증거관계상 최씨가 병원 운영에 ‘관여한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관여 안 해 ” 핵심 반박 증거 제출됐지만

이번 수사 과정에서 최씨 측은 이 사건 주범인 주씨에게 떼인 돈을 돌려받기 위해 추가로 돈을 빌려줬고, 병원 설립과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병원 설립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채무 관계에 따른 거래라는 취지다. 구씨 측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최씨에게 준 책임면제각서가 위조됐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최씨 측은 2017년 7월 최씨와 구씨의 통화 녹취록을 제출하며 반박했다. 본지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구씨는 최씨가 의료재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최씨 측 변호인은 수사팀과 최근까지 의견서 제출을 조율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 측 변호인은 “수사팀에게 늦어도 25일까지 종합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수사팀에서도 그때까지 제출하면 검토해서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이 기습 기소 결정을 내렸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최씨 측 입장이다. 최씨 측은 또 “과거 수사 및 재판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최씨가 이미 범죄에 관여한 이후에 작성된 자료 등은 범죄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어렵다고 봤다”며 “소환 조사 등 과정에서 소명 기회도 많이 부여됐으니 처분을 내릴 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기소 시점·尹 각하 두고 수사팀 내부 이견도?

기소 결론이 나기까지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다는 검찰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기록 검토 및 처분 시기 등에 있어서 지휘권자와 일선 사이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윗선의 기소 결정 강행에 따라 공소장과 기록이 급하게 작성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윗선에서 억압적으로 기소를 지시한 게 아닌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윤 총장 장모 사건은 한 번 다뤄진 사안인데, 이를 다시 끄집어내서 ‘관여했다’고 기소한 것”이라며 “법적 안정성이 중요한데, 이제 모든 사람은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한편 수사팀은 사업가 정모씨가 최씨에 대해 제기한 진정 건이 종결되는 데 윤 총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불기소 각하 처분했다. 윤 총장이 개입했다는 혐의가 성립되기 도저히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정씨가 고발한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사문서위조 혐의, 최씨 사기 혐의 등도 모두 각하 처분이 내려졌다.

윤 총장이 의혹에 관여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수사결과 적시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는 검찰 내부 추측도 있다. 이에 중앙지검 관계자는 “의혹에 대한 결과 모두를 적시한 것은 수사팀의 일관된 의견이고, 실제로 그렇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총장 관련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한다. 형사13부와 반부패수사2부는 각각 윤 총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친형 관련 사건, 윤 총장 장모와 부인이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다.

나운채·정유진·강광우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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