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 뒷받침한 KDI, “지배구조개혁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치”

중앙일보

입력 2020.11.24 15:12

“필요 최소한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경제 3법부터 좌초위기에 놓였다.”(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당은 기업규제 3법 국회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당은 기업규제 3법 국회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의 실행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다. ‘3% 룰’(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 다중대표소송제(자회사 경영진에 대한 모회사 주주의 손해배상 소송 허용) 등이 담긴 개정안으로 민주당과 정부는 공정경제 3법이라고 부른다. KDI는 내년 3월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콘퍼런스 시리즈를 열고 있는데, 첫 번째 행사의 주제는 ‘상생적 기업생태계와 재벌개혁의 방향’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주최 재벌개혁 콘퍼런스
최정표 원장 “기업 생태계 역동성 저하”
조성욱 공정위원장 “지배구조 개선 절실”

24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최정표 KDI 원장은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가 전체의 46%에 달하고, 제조업 등에서 30대 기업집단의 매출액이 전체의 43%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생태계가 점점 더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이어 “경제력 집중은 기업생태계의 역동성을 저하할 뿐 아니라 경쟁압력을 낮추며 생산적인 노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3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제3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콘퍼런스에 참석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조 위원장은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일감 나누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기업규제 3법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유찬 교수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여전히 낙후돼 있다”며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횡령 사건 및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사회의 감독 기능도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12개 아시아 국가 중 9위라는 아시아기업지배구조의 보고서(2018년)도 소개했다. 그는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는 재벌 3‧4세로의 지배권‧경영권 승계는 향후 기업지배구조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며 “공정경제 3법은 기업지배구조 개혁 과제 중 최소한의 필요 조치”라고 말했다.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지난 7월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8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참석,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지난 7월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8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참석,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용현 KDI 시장정책연구부장은 “부정적 효과가 큰 내부거래에 대해 지분매각 명령 등의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며 “규율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소수 주주의 견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 주주권 행사를 위한 조건을 완화한 상법 개정안 통과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얘기다.

향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채성 일본 릿쿄대 교수는“일본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기업 성장과 노사 안정화에 기여했다”며 “한국 기업도 분할 상속으로 인해 가족 지배체제가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벌계 가족과 지주회사의 지배를 배제하면서도 안정적인 주식소유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며 “외부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내부적으로 평사원이 사장에 이르는 승진제도를 확립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목표로 기업규제 3법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재계와 야당은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옥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놨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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