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고 키스를 하는 신랑 신부. 축복의 순간이지만 안타까움이 앞선다.
다음 달이면 미국에서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한다. 내년 5월이면 미국은 집단적 면역상태에 도달한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에서 접종이 완료되는 시점은 2024년쯤이라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언택트(untact, uncontact를 줄인 신조어), 즉 '비접촉'이 생존 방식이다. 학교도 가지 못하고 친구도 만날 수 없다. 그런데 이 비접촉이 더욱 가혹하게 느껴지는 곳이 있다. 결혼식장이다.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의 달콤한 키스가 이제는 '위험해' 보인다.
위 사진은 쿠바 아바나에서 막 결혼한 커플이 마스크를 끼고 키스하는 모습이다. 이런 장면은 지난 1년간 지구촌 전체에서 흔한 모습이 되었다. 그 안타까운 풍경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런 삭막한 풍경이 또 있을까. 결혼 예복을 갖춰 입은 신랑 신부를 향해 코로나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지난 10월 볼리비아 수도 라 파즈에서 있었던 일이다.
팔레스타인 신랑 타리크 자닌이 지난 9월 가자지구에서 신부와 손을 잡고 결혼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모두 긴장한 모습이다.
케냐의 신랑 찰스 오티에노가 수도 나이로비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신부 재클린을 안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행복해 보이지만, 이들의 결혼식은 몇 명의 친지만 참석해 불과 15분 만에 끝났다.
신부의 집에 도착한 신랑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손 소독제다. 인도 관할 카슈미르의 지난 9월 풍경이다. 신랑 하셉 무쉬타크의 목에 지폐로 만든 장식물이 눈길을 끈다. 카슈미르에서는 결혼 때 일주일이 넘도록 많은 사람이 모여 잔치를 벌이지만 이젠 가까운 친지들만 참석해 조용히 끝내고 있다. 코로나는 이 외진 지역의 전통적 삶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지난 9월 이집트 탄타에서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9월 들어 수개월 동안 실시한 결혼과 장례에 대한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그러나 결혼식은 실외에서만 할 수 있다.
섬찟하기까지 한 풍경이다. 고무장갑을 낀 신랑·신부가 결혼반지를 교환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 지나친 공포와 또 이를 이용한 상술이 판치기도 했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파물랑의 결혼식장.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동쪽의 베카 계곡에는 장대한 고대 로마의 유적 발베크가 있다. 레바논 신랑 신부들이 이 유적지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리고 바쿠스 신전 계단에 앉아 있다. 야외라서 비교적 안전하고 사진 효과도 좋았을 것이다.
7월 인도 뭄바이에서 한 무슬림 신부가 결혼식장에 도착하고 있다. 온통 꽃으로 장식했지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긴장감만 감돈다. 인도 정부는 결혼식 하객을 신랑 신부 각 25명씩, 50명까지만 허용했다.
남미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신랑 산체스와 신부 소리아가 결혼식 전에 키스하고 있다.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 마스크를 쓴 신랑 신부가 차 안에서 키스하고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의 커플이 결혼반지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두 사람의 표정이 참 궁금하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신부 야니네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녀의 식장은 드라이브인 영화관의 옥외 주차장이다. 옥외 주차장에서는 실내와 달리 모든 친지와 친구들이 참석할 수 있다. 물론 차를 탄 채로.
웨딩드레스 모델들이 체코 프라하의 카를 다리에서 홍보용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물론 마스크도 착용했다.
이라크 케르발라의 신랑 신부.
코로나 19의 진원지 중국의 지난 2월 결혼사진 촬영 모습. 베이징 자금성에서 커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랑 신부가 마스크를 낀 채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마스크도 웨딩드레스의 일부다. 어차피 쓸 거라면 제대로 디자인해서 만들어야 한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의 드루제 마을 웨딩 숍의 마네킹이다.
코로나 확산 초기인 지난 3월 헝가리의 한 결혼식장 풍경. 신랑과 신부, 그들의 부모만 참석했다. 쓸쓸하고 슬픈 현장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웨딩 플래너 사무실에 근무하는 수가누마가 드라이브인 결혼식장에 입장할 신랑 신부에게 건넬 꽃다발을 들고 있다. '축하!'라는 말은 마스크에 새겼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