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대통령 취임식의 모범적 음악

중앙일보

입력 2020.11.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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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호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주자를 속속 부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일랜드 음악을 하는 밴드 치프턴스(Chieftains)와 아이리시 바이올리니스트 패트리사 트리시가 내년 1월 대통령 취임식의 연주를 부탁받았다. 이번 취임식은 아이리시 음악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미국 대통령들의 역대 취임식은 스타의 향연이었다. 밥 딜런(1993년, 클린턴 대통령), 리키 마틴(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이 축하 공연을 했다. 마치 더 화려한 가수를 불러오는 경쟁처럼 됐는데,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엘튼 존, 롤링스톤스 등이 출연을 거절했다.

음악, 의미, 구성에서 모범이 된 무대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첫번째 취임식 음악이었다. 출연자는 이츠하크 펄먼(바이올린), 요요마(첼로), 가브리엘라 몬테로(피아노), 앤서니 맥길(클라리넷)이었다. 영화 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가 취임식을 위해 작곡한 ‘노래와 일상의 선물(Air and Simple Gifts)’을 4분동안 연주했다. 연주를 하는 중간에 정오가 됐고, 아직 선서를 하지 않은 오바마는 이 음악이 흐르는 도중에 법적으로 대통령이 됐다.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의 4중주. [유튜브 캡처]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의 4중주. [유튜브 캡처]

이 연주가 의미있었던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연주자들은 아시아계(요요마), 유대계(펄먼), 라틴계(몬테로), 아프리카계(맥길)로 인종이 모두 달랐다. 음악은 철저히 미국적이었다. 작곡가 애런 코플랜드(1900~90)의 팬인 오바마는 대통령 취임식 사상 처음으로 클래식 4중주단을 초청하면서 그의 작품을 부탁했다. 코플랜드는 가장 미국적인 작곡가 중 하나다. 미국의 광활한 대지를 연상시키는 음악, 미국 시에 붙인 노래를 만들고 오래된 미국 노래를 차용했다. 윌리엄스는 코플랜드 ‘애팔래치아의 봄’에서 선율을 가져와 취임식 곡을 썼다.

연주의 의미는 확장된다. 요요마는 이 곡을 “다음 4분을 위한 4중주”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한데,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1941년 곡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에 빗댄 것이다.

메시앙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수용소에 갇혀 이 곡을 썼고, 음악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노래와 일상의 선물’은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와 악기 구성이 동일하다. 요요마는 ‘새로운 시대와 희망’이라는 점에서 두 곡이 통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2009년 취임식엔 의미, 이해, 실력이 있었다. 이른바 ‘행사 음악’이라고 해서 그 당시 가장 유행하는 음악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말춤이 유행한다고 취임식에서도 말춤을 추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음악은 연주되는 순간 무대에서 사라지지만,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의미와 통찰을 바탕으로 한 무대는 특히 그렇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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