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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백신·실적 3박자, 코스피 사상 최고로 끌어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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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코스피가 외국인의 순매수 행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일 서울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2%) 오른 2602.59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외국인의 순매수 행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일 서울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2%) 오른 2602.59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2600을 넘으며 주식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2%) 오른 2602.59에 장을 마감했다. 2018년 1월 29일 장중 2607.10을 기록한 바 있지만, 마감 기준으로 2600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사 내년 ‘2630~3000’ 예상 #원화 강세에 외국인 ‘사자’ 유입 #“IT와 경기민감주가 상승 견인” #경기 회복, 차익실현 매물이 변수

13거래일째 ‘사자’ 행진 중인 외국인 투자자의 힘이 컸다. 계속되는 원화 강세가 외국인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날 4.33% 상승하며 신고가를 새로 쓴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400조원을 돌파(402조 9603억원)했다. SK하이닉스(3.31%)·LG화학(3.31%) 등도 많이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이 지속하는 가운데 원화 강세 영향 등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고 분석했다.

역대 최고치 경신한 코스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역대 최고치 경신한 코스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분석을 보면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보단 내년까지의 기대감이 앞선 모습이다. 내년 전망 보고서를 낸 증권사 13곳의 2021년 코스피 예상 범위 상단은 ‘2630~3000’이다.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세계 각국의 부양책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첫손에 꼽힌다. 투자자는 초저금리 환경에서 딱히 돈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개인이 한국 증시의 유동성 장세를 이끌었다면(순매수 규모 총 49조7860억원), 이달부터는 외국인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최근 원화 강세가 외국인 유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3.9원 오른(환율은 하락) 달러당 1110.4원에 장을 마쳤다. 한 달 전보다 약 40원가량 상승했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 상승에 따른 수익 이외에도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강도 높은 부양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커진 게 영향을 미쳤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 가치는 추가 부양책 편성과 경기 반등이 나타날 내년 1분기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록 주역은 동학개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기록 주역은 동학개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연이은 백신 개발 소식이 들리면서 투자자가 느끼는 충격의 강도도 예전보다 덜해졌다. 3월엔 증시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2·3차 재확산 때인 8월과 현재 증시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충격이 반복되면서 투자자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 것”이라며 “경기 반등이 가까워졌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는 국가”라며 “국내 코로나19 확산세와 해외 수출은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했다. 올 한해 최악의 구간을 지나고 있지만,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내년엔 실적이 더 좋을 수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역대 최고 수준이던 2018년엔 못 미치겠지만 최근 2년 영업이익보다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전종현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언택트로 대표되는 상반기는 ‘대안이 없는’ 시장이었지만 내년은 ‘대안이 풍부한’ 시장으로, IT와 경기민감주가 끌고 밀어주는 사이클이 오랜만에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긴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대한 기대감이 올해 지수에 미리 반영된 거로 볼 수 있다”며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회수 시기가 다가온다는 점도 우려할 만하다. 조익재 연구원은 “각국의 완화정책이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악재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각국 중앙은행이 먼저 발을 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일부 종목은 단기 급등에 따른 매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업종별 선별도 필요하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결국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수출 증가율이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뚜렷하게 개선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문현경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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