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세계 1위를 향해…빨간 바지 대신 빨간 치마

중앙일보

입력 2020.11.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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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도중 그린을 응시하는 김세영. [AFP=연합뉴스]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도중 그린을 응시하는 김세영. [AFP=연합뉴스]

23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세영(27)은 빨간 치마 차림이었다. 우승 경쟁이 펼쳐지는 최종 라운드 때 ‘전투복’처럼 빨간 바지를 입던 과거와 조금 달랐다. 그래도 역시 빨간색이었다. 김세영은 더욱 견고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단독 선두로 출발해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그렇게 LPGA투어 출전 2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펠리컨 챔피언십 우승, 시즌 2승
4라운드 ‘전투복’ 하의 바꿔 입어
우즈·조던에서 영감 정신력 다져
무산 올림픽 대신 세계랭킹 도전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3개씩 기록한 김세영은 합계 14언더파로, 앨리 맥도널드(미국·11언더파)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달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이어 한 달여 사이에 시즌 2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22만5000 달러(약 2억5000만원)를 받은 김세영은 상금(113만3219 달러), 올해의 선수(106점), 최저타수(68.111타) 등 이번 시즌 LPGA 투어 주요 부문에서 1위로 올라섰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치르고 김세영은 곧장 귀국해 국내에서 휴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해외 입국자 방역 조치로 예외 없이 집에서 2주 자가격리했다. 집에 머무는 동안 층간소음을 우려해 격렬한 운동은 못 했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퍼트 연습만 했다. 그는 “격리 기간이 끝나고 공을 쳤는데 뒤땅을 여러 번 쳤다”고 고백했다. 격리를 마치고 일주일가량 예정했던 일정을 소화한 뒤 곧장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역시 김세영이었다.

탄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페어웨이 안착률(85.7%)과 그린 적중률(73.6%) 모두 높았다. 평균 퍼트 수도 28개로 무난했다. 김세영은 우승자 기자회견에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나서 곧바로 우승해 의미가 더 남다르다”고 말했다. 흔들림 없는 경기력은 강한 정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김세영의 정신력에는 ‘스포츠 전설’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미국 취재진은 김세영에게 빨간 바지를 입게 된 사연을 물었다. 그는 “아마추어 때부터 입었다. 빨간 티셔츠를 입는 타이거 우즈를 따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세영은 전날에도 즐겨보는 동영상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았다. 이때 그는 마이클 조던과 미국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왕조 이야기를 담은 ‘라스트 댄스’를 언급하며 “인상 깊게 보고 있다. 영감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꾸준하다. 2015년 3승을 시작으로, 2016년 2승, 2017년 1승, 2018년 1승, 지난해 3승에 이어 올해 2승까지, 6년 연속으로 LPGA 투어에서 우승 행진 중이다. 이번 우승으로 LPGA 투어 개인 통산 12승을 달성했다. 신지애(11승)를 제치고,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에 이은 LPGA 투어 한국 선수 개인 통산 최다승 단독 3위가 됐다. 연이은 상승세를 두고 LPGA는 “김세영은 더는 익명의 수퍼스타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메이저 우승과 개인 타이틀 1위가 없었던 과거와 달리,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내친김에 김세영은 LPGA 진출 후 첫 여자 골프 세계 1위도 넘본다. 23일 현재 고진영(25)에 이어 세계 2위다. 김세영은 다음 달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과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등에 출전한다. 이들 대회 결과에 따라 세계 1위 등극도 가능하다. 김세영 본인의 의욕도 강하다. 그는 “(당초) 올해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었지만,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세계 1위를 새로운 목표로 잡았다. 세계 1위를 꼭 해내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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