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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이인영의‘북한돕기’꿈..이젠 깨어야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인영 장관, 기업인 만나 '남북경협 빨라질수도' 예상했지만 #미 국무장관 블링컨 내정..대북제재 강화로 협력 더 어려워질듯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부-경제계 인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부-경제계 인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
통일 일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에도 열심히 북한을 위해 뛰었습니다.

이례적으로 국내 4대 기업 사장ㆍ전무를 불러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이장관은 ‘남북경협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가능성도 없는게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측의 대북정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트럼프보다) 더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론은 ‘기업이 남북경협 2.0 시대를 열어나가 주셔야 한다’였습니다. 말은 조심스러운듯 보이지만 본질적으론 기업에 대한 압박입니다.

2.
그런데 이인영 장관이 날을 잘못 택했습니다.

마침 이날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보도됐습니다.
바이든 정부에서 북핵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전략을 총괄한 국무장관은 바이든의 ‘분신’으로 불리는 안토니 블링컨(58)입니다.
그가 누구인지를 알면 이인영 장관의 발언이 맞지않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3.
블링컨은 미국 민주당 외교정책 분야에 30년간 뼈를 묻어온 핵심 브레인입니다.

타고나길 민주당 외교 성골입니다. 헝가리 대사의 아들로 태어나 외국 생활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하버드대학과 콜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백악관에서 외교안보 업무에 참여했습니다.
바이든이 상원 외교안보위원장일 때 보좌를 시작, 부통령과 대통령 후보를 지내는 동안 내내 그의 곁을 지켰습니다.

4.
그래서 블링컨의 외교정책 노선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할 정도로 지극히 미국적입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의 확산을 제1 모토로 삼습니다.
자유의 사도인 미국이 세계각국을 동맹으로 끌어안고 가는 개입주의 노선입니다.
(트럼프는 미국만 잘 살면 된다는..고립주의에 해당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가장 큰 위협은 중국입니다.
중국의 일당독재와 인권탄압, 그리고 그러한 중국식 세계관의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중국이 악당이고 미국은 경찰입니다. 대신 혼자 막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국가를 동맹 삼아 함께 막아야 합니다. 한국은 핵심 동맹입니다.

5.
반면 북한은 중국편에 속하는 악당입니다.

블링컨은 북한 김정은에 대해‘최악의 폭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압박’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대북 압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최근 국무부는 ‘중국의 도전’이란 보고서에서‘중국이 북한에 대한 UN제재에 동의하고서도 실제로는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북핵개발과 정권유지를 돕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6.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중국과 여러 면에서 충돌할 겁니다.

블링컨이 노련한 실용주의자이기에 크게 소란스럽지는 않겠지만, 원칙은 절대 바꾸지 않을 겁니다. 중국의 확산을 막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압박을 요구할 겁니다. 트럼프와 매우 다릅니다.

이런 국면에서 ‘남북경협’이나 ‘유연한 접근’이란 희망사항에 불과할 겁니다.

7.
이인영 장관은 23일 다른 행사장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가동된 634일간은) 우리 민족에겐 꿈을 향해가는 꿈같은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구의 꿈이었는지 모르지만, 이젠 더이상 꿈만 꾸면 안됩니다.
국무부 보고서는‘중국이 잘 살게되면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것’이란 기대를 ‘지난 70년간 최대 외교 오판’이라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이인영의 무한도전도 이젠 깨어나야 합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