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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피아…차기 은행연합회장에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중앙일보

입력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에 김광수 현 농협금융지주회장이 단독으로 뽑혔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단독 선정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단독 선정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은행연합회는 23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3차 회의를 열어 논의한 결과 김광수 회장을 만장일치로 제14대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금융권 최대 유관 기관이다. 은행연합회장 역시 금융협회장 중 최고 수준인 7억의 연봉과 함께 맏형 대접을 받는다. 은행연합회장 중에는 관 출신 인사가 많았다. 역대 회장 12명 중 8명이 관료, 4명이 민간 출신이다. 강도 높은 규제를 받는 은행업의 특성상 정·관계 네트워크가 강한 관료 출신이 회장이 돼야 은행들의 이익을 잘 대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직에 오르게 되면 2014년 임기를 마친 박병원 전 은행연합회장 이후 6년 만에 다시 모피아(옛 재무부 영문 약칭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회장이 취임하는 것이다.

민간 경력 있지만 결국 모피아 

이번에도 은행연합회장은 관 출신 후보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모피아 인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은행연합회 회장추천위원회는 ‘힘센 전관’과 ‘민간 전문가’ 사이에서 줄다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료 출신이면서도 민간 금융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김 회장의 이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력 후보였던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달리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제한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점도 김 회장의 강점이다.

김광수 회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냈다. 지난 2018년 4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은행연합회 회추위 측은 "김광수 후보자는 오랜 경륜과 은행 산업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장기화 및 디지털 전환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 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기본적으로 업계 대표하는 자리인데 업계 출신이 맡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냐는 이야기가 있었고 결과는 만장일치 추대”라고 밝혔다. 관료 출신이란 점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엔 “행장들이 그런 고려는 전혀 안 했다고 본다”며 “다들 현직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장에 전직이 아닌 현직 금융권 CEO가 선출된 건 2005년 회장직에 오른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 이후 15년 만이다. 김 회장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내년 4월 끝난다. 은행연합회장 직무가 12월부터 시작하는 점을 고려하면 김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중도 사임하고 은행연합회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은 부사장인 김인태 경영기획부문장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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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헙협회장에 금융위원회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한 데 이어, 은행연합회장에도 김광수 회장이 오르면서 모피아가 금융협회장직을 싹쓸이한다는 비판은 커질 전망이다. 특히 김 회장의 자리 이동으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이 공석이 되며 또 다른 모피아를 위한 자리를 만들게 됐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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