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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돼지에게 희망을” 축산공장 탈출한 새벽이가 전하는 돼지 같은 삶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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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홍섬 학생기자·안효빈 학생모델·김태균 학생기자·오은교 학생모델이 새 보금자리에 입주한 돼지 새벽이를 만나기 위해 ‘새벽이 생추어리’를 찾았다.

왼쪽부터 홍섬 학생기자·안효빈 학생모델·김태균 학생기자·오은교 학생모델이 새 보금자리에 입주한 돼지 새벽이를 만나기 위해 ‘새벽이 생추어리’를 찾았다.

“달리는 돼지 처음 봤어요?”

고기가 아닌 ‘동물’ 돼지와 만나다

“지구에서 모든 사람이 한국인처럼 먹는다면 2050년에는 지구가 망할 것이다.” 노르웨이 비영리 단체 ‘EAT’가 2020년 7월 발간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식습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에요. 식습관과 건강,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식량 생산은 기후변화를 불러오는 글로벌 탄소 배출에 4분의 1 정도 영향을 미쳤죠. 한국인의 하루 붉은 고기 소비량은 80g으로 적정량(0~28g)의 3배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음식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죠. 지구의 모든 사람이 한국인과 같은 음식 소비를 한다면 2050년에는 해당 분량의 음식을 생산하기 위해 지구가 2.3개나 필요할 전망이에요.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고, 쓰레기를 줍는 것 외에도 소중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태균(서울 위례별초 4) 학생기자·안효빈(경기도 탄천초 6)·오은교(경기도 상하초 6) 학생모델·홍섬(서울 서사부초 6) 학생기자

왼쪽부터 홍섬 학생기자·오은교·안효빈 학생모델·김태균 학생기자가 새벽이 생추어리 일일 보듬이로 나섰다. 보듬이는 생추어리가 쾌적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

왼쪽부터 홍섬 학생기자·오은교·안효빈 학생모델·김태균 학생기자가 새벽이 생추어리 일일 보듬이로 나섰다. 보듬이는 생추어리가 쾌적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

건강 면에서는 어떨까요? 육식을 줄이자는 주장에는 항상 “단백질 섭취는 어떡해?”라는 반문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고기를 먹지 않거나 채식할 경우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어려울 거라는 편견 때문이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육류 섭취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고 말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지난 2015년 베이컨·햄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 소·돼지·양 등 붉은 고기를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했어요. 실제로 많은 운동선수들이 고기를 먹지 않고도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죠. 테니스 선수 세리나-비너스 윌리엄스 자매, 잉글랜드 프로축구 에버턴의 페이비언 델프, 보디빌더 출신 배우 겸 정치인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은 대표적인 채식주의 선수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롯데 자이언츠 투수 노경은이 채식주의자라고 밝히며 “올해 1월부터 고기를 끊었는데,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

지나친 육식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동물권(Animal Rights)’ 때문이죠.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견해예요. 전 세계 가축 농장의 99%는 육류의 대량생산을 위해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수의 동물을 몰아넣고 키우는 대규모 축산 공장의 형태를 띱니다. 밀집 사육된 동물은 푸른 초원에 발 한 번 내딛어보지 못한 채 좁은 사육장 안에서 눈을 감죠. 영화 ‘옥자’를 만든 봉준호 감독은 주인공인 돼지 옥자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미국의 한 도살장을 찾았는데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듯 컨베이어벨트 위에 늘어선 돼지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돼지고기를 끊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그는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자)이 돼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물을 공장에서 제품 생산하듯이 파이프라인의 일부로 만든 것을 되짚어 생각하자는 영화”라고 했죠.

고기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환경·건강·동물 세 가지를 지킬 수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하지만 지금 당장 익숙하고 맛있는 육식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죠. ‘어떻게 하면 동물과 공존하며 나와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태균·안효빈·오은교·홍섬 학생기자단에게 한 가지 소식이 들려왔어요. 지난해 경기도 화성시 한 돼지 농가에서 공개 구조(Open rescue)된 돼지 ‘새벽이’가 넓은 보금자리를 찾았다는 반가운 뉴스였죠. 오직 새벽이만을 위한 공간 ‘새벽이 생추어리’에서 활동하는 누리·다희·지영 새생이(새벽이 생추어리를 일구는 이를 뜻하는 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희(왼쪽)·누리 새생이가 새벽이 생추어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새생이는 새벽이 생추어리를 일구는 이들을 뜻하는 말이다.

다희(왼쪽)·누리 새생이가 새벽이 생추어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새생이는 새벽이 생추어리를 일구는 이들을 뜻하는 말이다.

“새벽이는 지난해 7월 경기도의 한 양돈농장에서 태어났어요. 엄마 돼지 한 마리가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에서 새벽이와 형제 돼지들이 다닥다닥 붙어 살고 있었죠. 좁고 더러운 환경이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이미 죽은 아기 돼지들의 사체와 오물이 뒤엉켜 있었죠.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 채 죽어가는 아기 돼지들을 구하기 위해 동물권 단체 디엑스이코리아(DxE 코리아)가 행동에 나섰습니다.”(누리)

그렇게 생후 2주 차의 새벽이가 구조됐습니다. 새벽이의 형제 ‘별이’ ‘노을이’도 함께 데리고 나왔지만 안타깝게 숨지고 말았죠. 새벽이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곰팡이성 피부질환을 앓고 있었고, 꼬리가 잘리고 이빨이 뽑힌 상태였다고 해요. 좁은 공간에서 서로 물어뜯는 것을 막기 위해 꼬리와 이빨을 제거한 거죠. 신체의 일부를 강제적으로 거세당한 채 자란 돼지들은 자연수명인 10~15년을 채우지 못하고 6개월이면 도축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구조된 새벽이는 이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됐죠. 동물보호소에서 생활하며 무럭무럭 자라 100평 남짓한 보금자리 새벽이 생추어리에 입주하게 된 겁니다. 난생처음 듣는 돼지의 인생 이야기에 흥분한 학생기자단이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들고 질문을 시작했어요.

누리 새생이와 힘차게 초원을 달리는 새벽이. 코로 땅을 파고 진흙에 몸을 던지며 돼지 본연의 모습을 마음껏 뽐냈다.

누리 새생이와 힘차게 초원을 달리는 새벽이. 코로 땅을 파고 진흙에 몸을 던지며 돼지 본연의 모습을 마음껏 뽐냈다.

은교 생추어리(Sanctuary)가 무엇인가요.

누리 생추어리는 ‘공장식 축산(Factory Farming)’ 환경과 반대되는 농장 동물의 안식처를 뜻해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 주로 있고, 국내에는 새벽이 생추어리가 유일합니다. 1986년 미국의 진 바우어(Gene Baur)라는 활동가가 동물을 위한 ‘팜 생추어리(Farm Sanctuary)’를 최초로 설립했고, 그 이후로 생추어리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어요. 팜 생추어리에는 약 1000여 마리의 구조 동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홍섬 공장식 축산은 왜 문제인 건가요.

지영 공장식 축산은 최소 비용으로 고기·달걀·우유 등 축산물의 생산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물이 생명체로서 갖는 기본적인 욕구와 습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밀집 사육하는 걸 말해요. 우선 공장식 축산은 환경 파괴의 주범이기도 하죠. 1990년 이후 사라진 열대우림의 70~90%가 축산업 때문이라고 해요. 전 세계 담수의 3분의 1이 축산업에 쓰이고 있고,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블랙·카본메탄의 주원인도 축산업이죠. 네덜란드 환경평가기관(PBL)에 따르면 비건 채식을 할 경우 기후비용을 약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해요. 두 번째로 동물의 권리 면에서 생각해보면요. 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물을 이용·착취하는 게 과연 정당할까요. 인간의 입맛에 맞춰 가둬놓고, 자연적인 수명을 다하기도 전에 살해하죠. 하나의 생명이 아닌 인간의 육식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느낌이에요. 우리가 그들에게 운명을 부여할 권리가 있는 걸까, 생각해볼 문제죠.

태균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면 동물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다희 ‘동물복지축산농장’이 있습니다. 농장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하며 동물의 복지를 증진하는 축산농장이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는 농장의 간판과 축산물의 포장에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 표시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동물복지농장에서 생활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과연 행복할까요. 자유롭게 살고 싶은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이 아예 고통 받지 않는 환경에서 사육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저희는 인간이 육식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동물복지축산농장에 부여되는 동물복지(왼쪽) 마크와 운동·휴식공간, 방목초지가 겸비된 유기축산농가임을 인증하는 유기축산물 마크.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동물복지축산농장에 부여되는 동물복지(왼쪽) 마크와 운동·휴식공간, 방목초지가 겸비된 유기축산농가임을 인증하는 유기축산물 마크.

효빈 새벽이에게 넓은 축사와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 것 같은데요.

다희 새벽이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좋아해요. 한 달에 식비만 100만원 이상 들죠. 기타 관리비·수도세 등의 비용을 더하면 한 달에 최소 200만원의 금액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많은 시민이 새벽이를 후원하고 있어요. 새벽이 생추어리의 정기 후원자들을 ‘매생이(매달 새벽이 생추어리를 후원하는 이)’라고 하는데, 정기후원을 신청하면 매달 후원 내역서와 메일링 서비스를 제공하죠. 매생이는 ‘매일 새벽이 생추어리를 응원하는 이’라는 뜻도 있으니까요. 새벽이를 응원하고 소식을 공유하는 여러분도 매생이가 될 수 있답니다.
생추어리 한쪽에 새벽이가 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후원한 매생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생추어리 한쪽에 새벽이가 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후원한 매생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태균 혼자 사는 새벽이가 외로워한 적은 없나요. 다른 돼지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어하지는 않는지 궁금해요.

지영 새벽이도 기쁨·슬픔 등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사회적 동물이에요. 특히 저희 같은 새생이들에 대한 정도 많고, 감정 표현도 뚜렷한 편이죠. 각기 다른 사람이란 걸 인지하고 반응해요. 새벽이에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지만, 가끔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새벽이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새생이들이 퇴근할 때면 문 앞까지 코를 내밀고 배웅하죠. 그래서 여러분의 꾸준한 봉사가 더 중요합니다. 봉사자가 자주 바뀌면 새벽이도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거든요.

효빈 새벽이를 위해 자원봉사하는 ‘보듬이’들은 무슨 일을 하나요.

누리 보듬이는 ‘새벽이 생추어리에 사는 동물을 보듬는 이’를 말해요. 생추어리에서 새벽이를 돌보고 생추어리를 살피는 현장팀과 정기 봉사자들로 이루어지죠. 매월 말 모집하며, 한 달에 4회 이상 활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대한 자주 생추어리에 들를 수 있는 봉사자가 필요해요. 보듬이는 새벽이의 보금자리가 쾌적하고 아늑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축축한 짚을 치우고 뽀송뽀송한 볏짚을 깔아주고요. 새벽이가 좋아하는 진흙목욕탕도 정비하죠. 새벽이 변과 음식물 찌꺼기를 치우는 것도 보듬이의 몫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벽이가 가장 좋아하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죠.
짚단을 치우고 있는 학생기자단 곁에 새벽이가 다가왔다. 새벽이는 정이 많고 감정 표현도 뚜렷한 편이다.

짚단을 치우고 있는 학생기자단 곁에 새벽이가 다가왔다. 새벽이는 정이 많고 감정 표현도 뚜렷한 편이다.

태균 동물이 행복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지영 ‘절대 육식하지 마라’ ‘지금 당장 비건이 돼라’라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저도 처음부터 완전한 채식을 하진 못했죠.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내가 지금 이 고기를 꼭 먹어야 할까’ 한 번 더 고민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버섯 카레와 고기 카레가 있을 때 정말 고기가 먹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아니라면 버섯 카레를 먹는 거죠. 미역국을 끓일 때 소고기를 뺄 수도 있고요. 이렇게 조금씩 줄여가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답니다.

은교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동물권을 위해 더 많은 동물을 구조할 예정인가요.

누리 새벽이 생추어리가 안정된 후 다른 동물을 구조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동물 구조 자체가 저희의 목적은 아니거든요. 대부분의 돼지가 생후 6개월 만에 도살되고, 그 이후를 살아가는 돼지의 삶은 상상하기 어렵잖아요. 한 살 먹은 새벽이가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마리 동물을 구조하는 것보다 새벽이를 통해 동물은 식용으로만 쓰이는 존재가 아니며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알리는 거죠. 또, 새벽이를 최대한 돼지답게 살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과연 모든 돼지를 구조하는 게 그들의 행복으로 이어질까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새벽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진흙 목욕탕을 정비하는 학생기자단. 새벽이의 몸이 들어갈 정도로 넓고 깊게 판 뒤 물을 채운다.

새벽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진흙 목욕탕을 정비하는 학생기자단. 새벽이의 몸이 들어갈 정도로 넓고 깊게 판 뒤 물을 채운다.

홍섬 동물권을 위해 소년중앙 독자 또래 어린이·청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세요.

누리 앞에서도 말했지만 동물권은 환경과도 이어져 있어요. 육식 소비를 줄이는 것도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방면에서 환경과 동물권을 위해 활동할 수 있습니다. 폭력 없는 식탁 만들기, 직접 기른 농산물이나 유기농 채소 섭취하기, 텀블러 들고 다니기,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 하기, 유튜브나 책을 찾아보며 관심 있는 보호 활동에 대해 공부하기, 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비건 제품 사용하기 등 광범위하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보세요.

“궁금증이 좀 해소됐다면 일일 보듬이 체험을 하러 떠나볼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이 생추어리에 도착하자 문 사이로 빼꼼~ 새벽이의 분홍색 코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았어요. “진짜 돼지다!” “생각보다 큰데 귀여워요.” 감탄사가 줄을 이었죠. 본격적인 보듬이 활동에 앞서 다희 새생이를 따라 준비운동을 했습니다. “보듬이로 활동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힘이 필요해요. 몸이 놀라지 않도록 5~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해줍니다.” 목·어깨부터 허리·발목까지 풀어준 뒤 무릎까지 오는 장화와 장갑을 착용하고 생추어리에 입장했습니다. “주의할 점은요. 새벽이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여러분도 낯선 사람을 보면 경계하죠? 새벽이도 마찬가지예요. 새벽이의 동의 없이 성큼 다가가면 깜짝 놀라서 물 수도 있어요. 몸무게가 300㎏이나 나가는 만큼 무는 힘도 아주 세답니다.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세요.”

누리 새생이가 새벽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와 너른 초원을 달리며 노는 동안 소중 학생기자단은 보듬이 활동을 시작했어요. 새벽이슬에 축축해진 짚단을 치우고, 깨끗한 짚을 가득 깔았죠. 홍섬·태균 학생기자가 새벽이의 ‘최애 장소’인 진흙 목욕탕을 삽으로 파는 동안, 효빈·은교 학생모델은 바닥을 이리저리 살피며 새벽이의 변을 치웠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귤껍질은 뭔가요?” 효빈 학생모델이 묻자 “새벽이가 또 편식했네요. 귤을 주면 껍질은 다 까고 알맹이만 먹는답니다. 취향이 분명하죠”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안효빈(왼쪽)·오은교 학생모델이 사과와 배를 4등분 한 뒤 씨를 제거해 새벽이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안효빈(왼쪽)·오은교 학생모델이 사과와 배를 4등분 한 뒤 씨를 제거해 새벽이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귤껍질까지 다 치운 후 고개를 돌려보니 흙을 파고 땅에 구르며 신나게 놀고 있는 새벽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죠. “우리에 갇혀있는 돼지만 보다가 이렇게 달리는 돼지를 보니 신기해요.” 홍섬 학생기자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생명의 존엄성이 마음 깊이 와 닿는 시간이었죠. 신이 난 새벽이를 지켜보는 것도 잠시, 해가 지기 전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네 사람의 손이 바빠졌습니다. 쌀과 쌀겨를 섞은 물에 새벽이가 좋아하는 달콤한 사과·귤·배 등 과일과 감자·고구마·애호박·연근 등 싱싱한 유기농 채소를 더하니 짠! 영양 만점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한바탕 운동을 한 새벽이가 그릇에 얼굴을 박고 정신없이 식사를 시작했어요. 어릴 때 이빨이 뽑히긴 했지만 지금은 새로 자라 음식을 씹는 데엔 문제가 없죠. 사각사각 과일 씹는 소리에 네 사람이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 같아요!” “새벽이 유튜브 해도 되겠다”라며 웃었죠. “먹는 소리가 정말 좋죠? 간혹 동물 유튜버처럼 새벽이 영상을 올려보라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새벽이가 대상화되고 소비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돼지답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어떻게 보면 새벽이 자체가 동물권 운동가인 셈이죠. ‘나는 좁은 축사에 갇혀 살다 죽는 생명체가 아니야. 너희처럼 때론 행복하고 때론 외로운, 감정을 느끼는 존재야.’”

‘완벽한 비건 1명보다 불완전한 비건 지향인 100명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완벽한 채식을 하는 사람 1명보다 고기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 100명이 더 도움 된다는 뜻이죠. 육식을 줄이려는 생각과 실천이 중요한 겁니다. 오늘부터 일주일에 하루, 하루에 한 끼쯤은 불필요한 육식을 줄여보는 게 어떨까요. 축산 공장에서 탈출해 즐겁게 지내는 새벽이를 떠올리며 공존과 공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와 지구를 지키는 운동에 동참해봐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돼지는 작고 게으른 동물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새벽이는 300kg 정도 되는 큰 몸에 호기심 많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활발한 동물이었죠. 생추어리에서 지내는 새벽이는 행복해 보였어요. 농장의 돼지는 태어나 철장에만 갇혀 지내고 엄마 젖만 먹다 6개월 뒤쯤 도축된다는 이야기에 놀랐습니다. 10년도 넘게 살 수 있는 돼지를 사람들이 식용으로만 여긴다니 돼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죠. 동물들이 행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면 좋겠어요. 꼭 필요한 육식만 하고, 동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먹어야겠어요.  김태균(서울 위례별초 4) 학생기자

새벽이 같은 돼지뿐 아니라 많은 동물들이 위험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새생이들이 새벽이를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동물 보호를 위해 힘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벽이의 우리 안을 청소하고 밥을 만들고 저녁을 맛있게 먹는 새벽이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죠. ‘생추어리의 주인은 새벽이고, 우리는 손님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새벽이를 포함한 다른 동물들을 위해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다음에는 학생모델이 아닌 보듬이로 새벽이와 한 번 더 만나고 싶어요.  안효빈(경기도 탄천초 6) 학생모델

돼지 새벽이를 위해 봉사를 한다니 떨렸어요. 이렇게 큰 돼지를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라 놀랐죠. 하지만 막상 해보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새벽이를 위해 짚과 변을 치우고, 저녁 식사를 만들어주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저희가 직접 만든 밥을 맛있게 먹는 새벽이의 모습을 보며 정말 기분 좋았죠. 평소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어요.  오은교(경기도 상하초 6) 학생모델

취재 전 새벽이에 대해 공부하며 공장식 축산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어요. 과연 새벽이가 돼지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궁금했는데요. 새생이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새벽이를 만난 뒤 깨닫게 됐죠. 새벽이도 우리처럼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깨끗한 환경과 재미있는 놀이를 즐기는 존재라는 걸요. 새벽이의 집을 청소하고 건초도 나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다른 동물들도 새벽이처럼 동물답게 살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어요.  홍섬(서울 서사부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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